"배달 라이더 2만 돌파... '영웅배송' 성공 비결은 자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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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라이더 2만 돌파... '영웅배송' 성공 비결은 자긍심"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2.23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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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스파이더크래프트' 유현철 대표
경력 10년 원조 배달기사, 배달 스타트업 창업
"라이더가 영웅"... 독자 브랜드 '영웅배송' 채택
전국 지사 250곳, 라이더 2만 돌파 '성공 신화'
라이더 친화정책 도입... 금융지원·복지 중점
문지영 공동대표 "자금만으론 성공 못해... 교감·소통 중요"
유현철 스파이더크래프트 대표. 사진=유경표 기자
유현철 스파이더크래프트 대표. 사진=유경표 기자

배달대행 분야 창업 1세대로 꼽히는 유현철 스파이더크래프트 대표. 그는 배달대행업이라는 직업군조차 생소했던 2000년대 후반부터 이 분야에 맨주먹으로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전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 여파로 이른바 ‘언택트’가 서비스 산업의 새로운 물결로 자리잡는 추세지만, 유 대표가 사업에 뛰어들었을 당시에는 배달 주문을 배분하는 프로그램조차 없이 일일이 전화로 응대해야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 자신도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을 누비기 일쑤였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스파이더크래프트 본사에서 만난 유현철 대표는 소속 라이더(스파이더크래프트는 배달대행 기사를 ‘라이더’라고 부른다)로부터 ‘대표님’이라는 호칭보다 ‘형’으로 불리는 게 더 편하다며 멋쩍게 웃었다. 치킨집, 렌탈샵, 퀵서비스 등 배달대행 업계에서 라이더로 10년 동안 몸담았던 유 대표에게는 스파이더크래프트의 모든 라이더들이 동생이자 업계 후배나 다름없다.

회사건물 2층에는 아늑한 분위기의 휴게실이 마련돼 있었다. 일에 지친 라이더들과 직원들이 스스럼없이 휴식을 취하라는 유 대표의 배려가 담겨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함께, 라이더들이 모여 친목을 다질 수 있는 당구대와 다트, 전자오락기기까지 구비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남자다운 체격에 사람 좋은 얼굴을 한 유 대표는 인터뷰 내내 쑥스러워 했지만, 라이더 관련 주제만큼은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속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특히 그는 라이더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배달대행업을 하는 사람 중에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짧게는 몇 시간에서 많게는 10~12시간까지 일을 하기 때문이죠. 회사에서 강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날 열심히 일하면 온몸이 쑤시기 때문에 라이더 스스로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합니다. 당연히 자율적으로 일을 하는 게 맞는 겁니다.”

배달기사 출신 대표답게 그는 라이더들의 고충을 꿰고 있었다. 

“소속 라이더들 중에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스파이더크래프트는 경력이 오래되고 열심히 하는 라이더들이 삼삼오오 지낼 수 있는 숙소를 마련해주기도 합니다. 근무자 친화정책 같은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슬럼프 없이 자긍심을 갖고 일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유 대표가 문지영 공동대표와 창업한 스파이더크래프트는 'IT 기반 종합물류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전국 단위 거점 물류망을 갖추고 음식, 소형물류, 케이터링, 간편식(HMR)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음식배달부터 소화물, 퀵서비스, 심부름 커시어지(concierge service) 등으로 배달대행 사업을 확장하면서 '온디멘드(on demand)' 기반의 배달대행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문지영 스파이더크래프트 공동대표. 사진=유경표 기자
문지영 스파이더크래프트 공동대표. 사진=유경표 기자

 

스파이더크래프트, '초고속' 성장비결의 열쇠는 '자긍심'

문 공동대표도 유 대표와 마찬가지로 라이더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인 문 대표는 브랜드 전문가로 스파이더크래프트의 사업 전반을 챙기고 있다. 그는 전국적인 조직 인프라와 가맹점 확보, 신규 사업분야 발굴 등에 각별한 공을 기울이고 있다.

문 대표의 경영 철학은 ‘사람’이다. IT 플랫폼 기업도 결국 일을 하는 주체는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안 되는 분야라는 것이 문 대표의 지론이다. 

유 대표와 문 대표가 합심해 이끌어온 회사는 2019년 2월 기준으로 전국 지사가 250곳을 넘어섰다. 일선 현장에서 뛰는 라이더 수만 2만 여명. 회사 임직원들은 짧은 기간 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비결로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경영진과 라이더 사이의 격의 없는 소통이며, 다른 하나는 동기부여를 위한 자긍심 고취이다. 라이더들의 자긍심을 중시하는 회사의 경영 방침은 '영웅 배송'이란 문구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다.  

스파이더크래프트에는 ‘영웅배송’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배달을 기다리는 고객에게는 라이더가 반가운 사람, 영웅 같은 존재라는 의미를 담았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업계 1위를 넘볼 만큼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비결에 대해 문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플랫폼이 강조되는 사업처럼 비춰지지만 일하는 사람들과의 교감과 현장에서의 고충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타트업은 ‘사람’으로 인해 성패가 갈립니다. 자금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분야지요. 유현철 대표께서도 투자유치를 할 때마다 사람의 역량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스파이더크래프트 소속 라이더(배달대행 기사). 사진=유경표 기자
스파이더크래프트 소속 라이더(배달대행 기사). 사진=유경표 기자

 

"인재육성 통해 내부에서부터 성장하는 회사 만들 것"

문 대표는 최근 들어 플랫폼 노동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세금을 신고하기 위한 직업 코드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정책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많은 라이더들이 업무 중 사고와 같은 안전문제에 노출돼 있지만 최소한의 안전망을 위한 보험조차 미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는 라이더를 위한 후생복지 프로그램 ‘스파이더팸버스’ 도입을 준비 중이다. ‘스파이더팸버스’는 단가가 높은 주문 건을 라이더에게 배정하고,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납세업무 등과 관련돼 혜택을 주는 라이더 전용 서비스이다. 회사 관계자는 "준비 작업이 거의 마무리됐다. 서비스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귀띔했다.  

특이한 것은 라이더 복장에서도 ‘차별화’를 꾀한다는 점이다. 기본 유니폼이라고 하기에는 패셔너블하고 소위 ‘핫한’ 디자인으로 라이더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라이더들이 자신이 소속된 회사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회사 만의 전략이다. 

궁극적으로 자율성이 보장된 근무 형태로 성장하는 기업, 라이더들에게 충분한 수준의 복지를 제공함으로써 근무의 자율성을 높이고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회사의 미래 비전이다. 이러한 방침은 라이더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계기가 됐다. 자발적으로 팬덤을 결성하고 굿즈를 제작하거나, 영상을 찍어 홍보하는 등 자연스럽게 애사심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일례로 스파이더크래프트는 최근 ‘스파이더GO’라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쉽게 말해 '배달대행 지사'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배달대행업 외에도 각 지사장들이 추가적인 수익모델을 가져갈 수 있도록 구상했다. 깨끗한 시설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함께, 제도권 금융 서비스 혜택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문지영 대표는 “소속 라이더들이 회사 브랜드를 사랑하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인재계발 측면에서도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전문직으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현철 대표도 라이더들이 자신의 직업에서 ‘비전’을 찾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유 대표는 라이더들로부터 ‘관리자’가 되고 싶다는 상담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배달대행 시장 전체 규모는 지난해 기준 11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이 있는 만큼, 라이더를 전문가이자 스페셜리스트로 육성해 나가야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유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서 수익 배분의 우선순위에 대해 라이더가 첫째, 관리자가 둘째, 회사가 셋째라고 했다. 라이더들이 돈을 벌지 못한다면, 회사 역시 수익을 계산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사람’에 초점을 맞춘 경영방식은 유 대표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회사의 핵심 가치다. 

“라이더들이 비전을 갖고 근무하게 되면 서비스에서의 친절함이 자연스럽게 베어 나오게 됩니다. 나아가 라이더들이 관리자로 성장해 회사 내부에서부터 수많은 지사들이 생겨 확장하는 구조가 가능해집니다. 이런 지사들이 모이면 각각의 교집합이 형성돼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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