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銀, 저금리·희망퇴직·충당금 '삼중고'... "위기이자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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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銀, 저금리·희망퇴직·충당금 '삼중고'... "위기이자 기회"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2.2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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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행 17.7%, 대구은행 15.6% 순익 하락
기업대출 BNK 양행 70%, 대구은행 60%
수도권 영업 확대·디지털 전환으로 승부수
JB전북,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순익 증가
사진=각 사 제공
사진=각 사 제공

코로나 여파와 희망퇴직에 따른 충당금 적립으로 주요 지방은행의 지난해 실적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회복이 예상되고 지방은행들의 자본적정성 수준도 양호하기 때문에 섣부른 비관은 이르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6개 지방은행(BNK부산·BNK경남·광주·전북·DGB대구·제주은행)의 순이익 총합은 1조132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 하락했다.

BNK부산은행은 전년 3,748억원보다 17.7% 감소한 3,08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방은행 중 순이익의 감소 폭이 가장 크다. 이어 DGB대구은행이 전년 대비 15.6% 줄어든 2,38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경남은행(1,646억원)과 광주은행(1,602억원)도 지난해 각각 9.4%, 7.6% 감소했다. 제주은행의 순이익은 37.3% 줄어든 175억원을 기록했다. 유일하게 전북은행만이 전년 대비 13.4% 증가한 1,24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거점지역에 코로나 여파가 비켜간 것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자료=각 사,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자료=각 사, 그래프=시장경제신문

BNK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의 경우 전체 원화대출금의 약 70%, DGB대구은행의 경우 64%를 기업대출에 할애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거점지역 내 중소기업의 상황이 악화된 것이 불가피하게 실적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방은행의 자산건전성 지표는 아직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BNK부산은행의 연체율은 0.43%로 전년과 동일했고, 경남은행은 0.69%에서 0.50%로 소폭 개선됐다. DGB대구은행은 0.37%로 같은 기간 0.13%p 개선됐다.

지방은행들의 순이익이 줄어든 표면적인 이유는 코로나 충당금이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충당금 전입액 2,268억원으로 전년 대비 67.1% 증가했다.

각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 영업점 통폐합 등에 따른 희망퇴직도 순이익 감소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희망퇴직 비용은 △부산은행 421억원 △경남은행 311억원 △광주·전북은행 262억원 등이다. 다만 일회성 비용이라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디지털전환과 수도권 공략으로 승부수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들의 지방 진출, 인터넷전문은행의 약진 등 넘어야 할 도전이 있지만 지방은행들은 저마다 디지털전환, 영업 거점확대를 통한 수익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DGB대구은행의 경우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이 행장 겸임시절 공들여온 수도권 PRM영업이 최근 두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PRM대출잔액은 7,927억원에서 4분기 9,995억원으로 증가했다. PRM 직원 43명이 건당 평균 30억9,000만원의 대출을 끌어온 것으로 풀이된다. 

BNK금융그룹은 디지털금융 고도화와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해 'BNK디지털센터'를 이달 17일 서울 강남에 개소했다. 수도권 공략과 디지털 전환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BNK그룹은 디지털 혁신 분야로 인공지능, 클라우드, 디지털 경험, 개방형 혁신 등을 선정하고 센터 내 분야별 연구개발팀(LAP)를 신설해 디지털 혁신 모델 개발, 업무 고도화 및 자동화 등을 추진하며 그룹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와 저금리 악재 속에서 지방 기업들과 생사를 함께한 지방은행들의 순익 감소는 맡은 바 소임을 다한 징표와도 같다"면서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충당금 적립으로 제무재표상 실적은 줄었지만 더 큰 위기를 미연에 방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희망퇴직을 통한 체질개선, 그리고 디지털 전환을 위한 투자와 전문인력 확보 노력이 머잖아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가속화될 금융권의 디지털 플랫폼 경쟁은 지방은행의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로, 충분히 해볼만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들의 BIS비율이 17~18%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코로나 여파를 헤쳐나갈 여력이 있다"면서 "코로나 종식과 금리정상화 등 실적반등 요인도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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