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팝펀딩 30% 先보상" 공지 한투證... 뒤로는 80% 주고 입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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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팝펀딩 30% 先보상" 공지 한투證... 뒤로는 80% 주고 입막음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2.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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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證의 수상한 팝펀딩 보상
팝펀딩 피해자들에 30% 선보상 안내 공지
"뒤로 50~80% 보상제안하며 비밀유지 요구"
업계 "사실상 심각한 불완전판매 인정한 셈"
대책위 "악덕 한투·정일문 위한 합의 거부할 것"
사진=시장경제DB
한국투자증권. 사진=MBC뉴스 화면 캡처

'팝펀딩' 피해자들에게 손실액의 30%를 일괄적으로 선보상하겠다고 공지한 한국투자증권이 일부 피해자들에게 많게는 80% 수준의 보상안을 개별적으로 제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한투 측은 합의조건으로 보상비율에 관한 엄격한 비밀유지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한투는 "팝펀딩을 판매하며 초고위험 상품임을 고지했다"면서 옵티머스 펀드(70%)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20% 안팎의 보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피해자들은 "대외적으로는 20~30% 정도의 과오만 인정하면서 뒤로는 불완전판매를 은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팝펀딩 사모펀드 투자자들에게 투자 손실액의 30%를 보상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냈다. 한투는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투자자 보상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가 판매한 팝펀딩 사모펀드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약 396억원 규모다. 이 중 96%에 해당하는 379억원어치를 개인 일반 투자자에 팔았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팝펀딩 개인투자자는 총 377명이며, 이 중 50대 이상이 약 78%에 달했다. 다수 피해자들이 노후자금으로 쓸 목돈을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보상안은 15일부터 한투와 보상에 합의한 투자자들에게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 대상은 자비스자산운용(자비스 5·6호)과 헤이스팅스자산운용(헤이스팅스 4·5·6·7호, 메자닌 1호)이 설정해 판매된 팝펀딩 관련 펀드다. 이 펀드들의 예상 손실액은 70~80% 내외로 파악됐다.

한투는 지난해 자비스 5·6호 투자자에게 예상 손실액의 20%를 선지급하는 보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증권사와 합의해 보상금을 받은 투자자들 역시 이번에 손실액의 10%를 추가 지급받을 수 있다.

 

"뒤로 50~80% 제안하며 비밀유지 요구"

한투 측이 한 피해자에게 제안한 합의서. 사진=익명 제보
한투 측이 한 피해자에게 제안한 합의서. 사진=익명 제보

17일 취재진은 익명을 요구한 팝펀딩 피해자 A씨로부터 한투 측이 제안한 합의서를 단독 입수했다. 보상비율 산정 기준은 판매사 선지급 30%, 자산운용사 3.78% 외에 '개별 판매유형에 따른 보상비율' 항목으로 20%가 추가돼 총 53.78%의 보상비율을 제시하고 있다. 

특정 개인에게 제안한 합의서라는 점을 감안해도 사실상 판매사인 한투 측이 절반 이상의 책임을 인정하는 대목으로 해석될 수 있다. 팝펀딩 피해자모임 관계자는 "현재 많게는 80%의 보상안을 개인적으로 제의받은 회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 경우 공개적으로는 30% 잘못만 인정하고 뒤에서는 대부분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인정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투 측은 합의 조건으로 비밀 유지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의서의 '확약사항'에 의하면 △본 합의서 내용을 일체의 제3자에게 유출하지 않을 것 △추가적으로 어떠한 이의제기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을 것 △이미 제기한 소송은 합의일자로부터 3영업일 이내 모두 취하 등의 조건이 포함됐다. 이 외에도 △본 확약사항을 위반할 경우 투자자는 지급받은 모든 금원을 즉시 반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투 측이 한 피해자에게 제안한 합의서. 사진=익명 제보
한투 측이 한 피해자에게 제안한 합의서. 사진=익명 제보

앞서 한투 측은 "자체 조사를 거쳐 펀드 판매 직원의 불완전 판매 등이 확인되면 투자자에게 추가 보상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구체적인 산정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위 확약사항과 관련해 "업계 통상의 합의서에 비해 비밀유지 부분이 굉장히 강압적"이라면서 "투자자 간 보상 차등화를 꾀하면서 (피해자들) 상호 간 비교를 못하도록 입막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한투 측이 이번 보상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영영 돈을 받을 수 없다는 회유를 해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익명을 요구한 피해자 B씨는 "한투 측에서 (사무실로) 들어오라 해서 갔더니 직원이 (합의) 계약서에 26일까지 사인하지 않으면 돈을 영영 돌려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면서 "고령인 나를 불러놓고 반협박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른 피해자는 "앞에서는 고령투자자를 위한 '배려창구'를 운영한다고 선전하면서, 뒤에서는 고령 투자자들에게 거짓 회유를 일삼는 것이 한국투자증권의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합의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어불성설로 합의하지 않아도 추후 분쟁조정결정을 받거나 민사소송을 통해 보상비율을 정할 수 있다"면서 "그런 말을 직원이 했다면 합의를 성사시키려는 의욕이 지나쳤거나 다른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한국투자증권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한국투자증권

 

피해자들 "악덕기업 한투, 정일문 위한 합의 거부할 것"

한투의 보상안과 관련해 팝펀딩 피해자들은 대체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한 팝펀딩 피해자는 "2년 간 피해자 보상에 무관심했던 한투 정일문 사장이 금융당국의 징계가 다가오니 면피성 보여주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 팝펀딩 대책위원회 대표 C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팝펀딩 신현욱 대표의 공소내용에 의하면 애초부터 돌려막기를 위해 만든 사기펀드라는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마땅히 계약취소를 통해 투자자들의 원금을 모두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보상안 수용여부와 관련해선 "한투는 사기펀드 판매는 물론 공모·운용에도 개입한 정황이 있는데 합의 숫자를 늘려 사기공모를 불완전판매로 적당히 덮고 가려는 것으로 본다"면서 "피해자 개개인이 판단할 문제겠지만 '금융정의' 차원에서 악덕기업 한투와 정일문 사장의 선처를 위한 합의는 거부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한투 측은 팝펀딩을 판매하면서 고객들에게 고위험성을 충분히 알렸다면서 20% 보상안을 제시했다"고 언급한 뒤 "만약 보상비율을 더 높여야 할 사유가 있다면 이를 투명하게 밝히고 사과부터 하는 것이 상도의"라고 비판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투자자들과 사적화해를 추진해오던 차에 제반적인 진행 상황과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30% 보상안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의 평가나 반응에 대해 말씀드릴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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