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담합 의혹 세아베스틸, 공정위 조사 직전 'PC포맷' 했다
상태바
[단독] 담합 의혹 세아베스틸, 공정위 조사 직전 'PC포맷' 했다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2.17 1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위 현장조사 당일 PC포맷·업무수첩 파쇄
고철담합 조사 앞서 '자료보존 요청서' 발송
공정위 "요청서 받고도 악의적 은폐, 형사고발"
세아 "예정된 업데이트, 증거자료 성실 제출"
세아제강 본사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세아타워 전경. 사진=시장경제DB

특수강 제조업체 세아베스틸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증거자료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세아베스틸이 증거자료를 악의적으로 은폐했다며 '형사고발 의뢰'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아베스틸은 단순 오해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공정위 조사 당일' 회사 내부 PC 자료에 손을 댄 점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지난해 5월 '철스크랩'(고철)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을 방문해 현장 조사를 벌였다. 공정위는 조사에 앞서 당일 ‘전산 및 비전산 자료 보존 요청서'를 회사로 보내고 현장을 방문했다. 공정위 조사관들은 현장에서 세아 측이 조사 대상 자료 일부를 파기한 사실을 확인했다. 공정위가 지목한 자료는 회사 PC 파일과 업무수첩, 다이어리 등이다. 파기된 자료는 복구할 수 없었다는 것이 이 사건 처리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공정위는 이를 조사방해행위로 보고 형사고발을 검토했다. 공정거래법상 '현장조사 시 자료의 은닉·폐기 등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가 인정되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거나 과징금 가중사유로 참작될 수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장을 방문한 당일 증거자료가 파기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장 조사를 받는 동안 어떠한 자료도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며 “자료 보존 요청서를 받은 뒤 자료를 파기한 행위는 악의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세아베스틸은 사전에 계획된 PC 운영체제 업데이트일 뿐 자료 파기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조사가 이뤄지기 4개월 전부터 업데이트 계획을 세웠고, 수 개월에 걸쳐 업데이트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업무수첩과 다이어리 역시 파쇄하고 휴지통에 버린 것을 공정위가 오해했다고 세아 측은 부연했다.

세아 관계자는 증거자료 삭제에 대해 “PC 운영체제 지원 종료에 따른 업데이트일 뿐 조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며 “공정위가 파쇄로 오인한 업무수첩 표지는 2019년 자료이며, 조사 대상기간에 해당하는 수첩은 모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세아베스틸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지만 의문은 남는다. PC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해 본 사람이라면, 내부 파일 일부가 삭제되거나 훼손될 수 있음을 인식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공정위로부터 자료를 보존하라는 공문을 받았다면, 오해를 살만한 PC 업데이트는 뒤로 미루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세아 측 해명은 석연치 않다. 세아베스틸 임직원들은 지난달 13일 열린 공정위 심의에서, PC업데이트와 업무수첩 파쇄 등 행위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삭제된 자료와 담합과의 연관성은 부인했다.

세아 관계자는 “업데이트의 시기가 공교로웠던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면서 “조사에 앞서 자료에 손대지 말 것을 공지했고 임직원들은 이를 준수하고자 노력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만약 운영체제 업데이트가 계획됐더라도 조사가 개시되면 즉각 중지했어야 한다”며 “담합과 관계 없는 자료였다는 주장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파기된 자료를 복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담합 연관성을 명확히 입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약 8년 간 제강 원재료인 철스크랩의 기준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7개 제강사에 과징금 총 3000여 억원을 부과했다. 수도권 소재 세아베스틸 담당자들은 이 사건 가담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조치대상에서 제외됐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