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안한다고는 안했다... 불씨 안꺼진 현대차 애플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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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안한다고는 안했다... 불씨 안꺼진 현대차 애플카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2.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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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꽂힌 애플, 현대차 손놓기 어려운 이유
"자율주행차 협의진행 안해"... 전기차 빼고 언급
현대차·기아, 전기수소차 '풀패키지' 보유 강점
정의선호, 전용 플랫폼 'E-GMP' 자체 개발
완성차 제조경험 전무 애플... 파트너 절실
전문가들 "양사 관계, 완전 결렬까지 안갈 것"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현대차·기아와 미국 애플 사이에 이른바 ‘애플카’ 개발 논의가 오갔는지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가열되면서 현대차 측이 ’애플카 협력설‘을 공식 부인하고 나섰지만, "'완전 결렬'은 아니며 지금도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일 것"이란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관측이 나오는 근본 이유는 전기차 혹은 자율주행차 관련 애플이 안고 있는 취약점을 매울 최적의 파트너가 현대차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2025년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애플카’에 대해, 업계는 "자율주행 전기차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애플카 성공을 위해서는 전기차 관련 숙련된 제조 기술을 보유한 ‘파트너’가 필수적이다. 애플은 자동차 제작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반면 미래 모빌리티 핵심으로 떠오른 ‘수소전기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술까지 확보한 완성차 제조기업은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유일하다. 자체 기술력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현대차·기아가 가진 고유의 경쟁력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국내외 언론에 공개했다. 'E-GMP'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과 달리, 순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현대차그룹은 ‘E-GMP'를 앞세워 올해를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이달 23일 출시 예정인 현대차의 첫 배터리 전기차(BEV) ‘아이오닉5’는 'E-GMP'를 뼈대로 하는 최초의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가 사운을 걸고 준비 중인 전기차 브랜드 ‘CV’(프로젝트명)의 기본 프레임 역시 ‘E-GMP'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GMP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답게 1회 충전으로 국내 기준 500km 이상의 주행력을 담보한다.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춰 초고속 급속충전기 이용 시 18분 이내 80% 충전이 가능하다. 특히 단 5분 충전으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어, 전기차 사용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이런 사정을 고려해, 현대차와 애플의 사이가 완전 결렬 수준으로 틀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8일 현대차그룹은 공시를 통해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면서 “애플과의 자율주행차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대차 공시에 대해서는 문맥을 살펴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해당 공시 내용이 “다수의 기업과 ‘자율주행 전기차’ 협력 요청은 사실”이라면서도, 애플 관련 대목에선 ‘전기차’를 빼고 ‘자율주행차’로만 한정했다는 것이다. 일견 애플과의 논의 전부를 부인하는 내용으로 볼 수 있지만, ‘전기차 플랫폼’ 협력에 대한 여지는 남겨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는 문구 역시 협의가 중단 혹은 결렬된 것인지, ‘협의 사실 자체가 없다’는 것인지 의미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남몰래 '전기차' 준비해 온 애플... 현대차·기아 외면 어려운 이유

애플은 전기차를 신사업으로 점찍고 2014년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위한 ‘타이탄 프로젝트’를 극비리에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차 사업부를 신설하는 한편, 2017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교통당국(DMV)으로부터 '자율주행차 기술 시험을 위한 공용도로 주행 허가'를 받았다.   

애플과의 협업 파트너로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국내 매체들을 중심으로 관련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애플이 "2024년 출시를 목표로 기아와 애플카 생산을 위한 4조원 규모 계약을 체결할 것"이란 구체적인 내용도 보도됐다. 

이달 3일에는 애플 분석 전문가 밍치궈 TF증권 애널리스트가 투자보고서를 통해 “첫 번째 애플카가 현대차의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현대차그룹이 애플과 협업하기 위해 30억달러(약 3조 4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기아차가 이르면 2024년부터 ‘애플카’ 생산에 돌입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달리 이달 5일 미국 블룸버그는 현대차그룹과 애플 간의 ‘애플카’ 협력 논의가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일부 매체는 협상 혹는 논의 결렬의 주된 이유로 '비밀 준수 의무 위반'을 꼽았다. 양사간 협의 사실의 공개를 꺼리는 애플 측 의사와 달리 그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애플이 태도를 바꿨다는 것. 애플카 개발  과정에서의 역할과 위상을 놓고 두 기업 사이 의견이 충돌하면서 협의가 없던 일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를 하는 모습. 사진=기아차
송호성 기아 사장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를 하는 모습. 사진=기아차

 

기아차, '애플카' 논란 속 '마이웨이'... 2026년까지 전용 전기차 7종 출시

애플과의 협업 여부와는 별개로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기아차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CEO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를 개최하고, 전기차 라인업 강화 전략을 공표했다. 이어 회사는 2030년 기준 '연간 88만대 이상의 전기차 판매'를 목표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기아는 기존 계획보다 1년 앞당겨 2026년까지 전용 전기차 모델 7종, 파생 전기차 모델 4종의 출시를 예고했다. 

다음달 세계 최초 공개를 앞둔 전용 전기차 CV에는 '자율 주행 기술 2단계'에 해당하는 HDA2(Highway Driving Assist 2) 기술이 탑재될 예정이며, 2023년 출시될 '전용 전기차'에는 3단계 자율 주행 기술 HDP(Highway Driving Pilot)가 각각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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