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임의 환매취소' 불가능?... 메리츠證 피소로 본 조작설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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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임의 환매취소' 불가능?... 메리츠證 피소로 본 조작설 실체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2.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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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환매 임의취소" 최희문 대표 고소
업계 "처벌 감수, 운용사와 사전 모의땐 가능"
"예탁원 정상 입력땐 일방이 청구 취소 못해"
원고 측, '김부겸 사위펀드' 의혹도 지적

 

사진=메리츠증권 제공
최희문 메리츠증권 사장. 사진=메리츠증권 제공

라임 펀드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환매청구를 메리츠증권이 임의로 취소해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최희문 대표를 고소했다.

앞서 비슷한 이유로 피소됐다가 지난달 22일 불기소 처분을 받은 모 증권사는 "판매사인 자신들은 펀드 환매를 할 수 있도록 운용사에 요청할 수 있지만 취소할 권한은 없다"고 강변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임 피해자들이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임의 환매취소' 등의 이유로 소송을 강행하자, 업계에선 실제로 판매사가 고객의 동의 없이 임의로 환매청구를 취소할 수 있는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 최희문 대표는 최근 고객펀드 '환매청구 임의취소' 논란으로 검찰에 고소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의 법무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대호' 관계자는 자금융거래법·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위반했다며 최희문 대표와 장영준 전 메리츠증권 지점장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법률 대리인 측은 "대부분 금융시스템은 전산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용되는 가운데 단순한 조작만으로 금융전산자료를 쉽게 변경, 훼손할 수 있다"면서 "메리츠증권의 금융전산자료에 대한 침해는 중대한 범죄"라고 소송 이유를 설명했다.  

다수 피해자들은 라임 펀드의 부실 의혹이 불거져 나오던 2019년 10월 2일 증권사 측의 권유로 환매청구를 했지만 이틀 뒤인 4일 메리츠증권으로부터 환매청구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메리츠 증권 피해자 A씨는 "증권사가 임의로 고객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전산상으로 환매 신청을 취소한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면서 "환매 청구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은 고객 본인에게만 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이른바 '김부겸 사위펀드'로 불리는 테티스11호의 유력 고객들을 우선 구제하기 위해 메리츠증권이 자신들의 환매청구를 고의로 취소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 "임의취소는 불법... 처벌 감수한다면 방법은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일반적인 펀드 환매절차는 ▲고객이 판매사에 환매 청구▲판매사가 각 주문들을 취합해 예탁원 시스템에 입력 ▲운용사가 해당 내용 확인 후 승인 ▲예탁원이 최종 절차 수행하는 순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복수 증권가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환매청구가 취소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고객이 MTS 등에 로그인해 환매청구 당일 오후 5시 안에 환매청구를 취소하는 방법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환매처리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고객의 착오 또는 변심이 있을 수 있으므로 당일 오후 5시 전까지는 취소할 수 있도록 말미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라임 피해자들은 1차적으로 판매사 등 제3자가 고객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당일 오후 5시 이전에 환매청구를 취소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이 경우 당일 오후 5시가 지나면 고객 개인정보가 있어도 환매청구를 취소할 수 없다. 일단 예탁원 시스템에 환매청구 건이 정상적으로 입력된 이후에는 운용사 승인과 예탁원의 확인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판매사가 기준가 산정일 이전에 주문 오류 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운용사 승인을 거쳐 예탁결제원 시스템 상에서 환매청구가 취소될 수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이 경우 따로 고객 개인정보나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일단 고객 환매청구 건이 판매사를 통해 정상적으로 예탁원 시스템에 입력됐다면 판매사·운용사·예탁원 가운데 일방이 임의로 환매청구를 취소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 동의 없이 판매사가 임의로 고객 개인정보를 이용해 환매청구를 취소한다면 금감원 중징계는 물론 실무자는 법 위반으로 감옥에 갈 수도 있다"면서 "판매사가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환매를 막아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모를까 일단 업계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만약 누군가가 고객 개인정보를 도용해 당일 5시 이전 환매청구를 취소할 경우 고객에게 즉시 알림문자가 가고 바로 문제가 됐을 것"이라면서 "피해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운용사와 사전 모의하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메리츠증권 라임 피해자 A씨는 취재진에게 "이번 소장에 임의 환매취소 의혹은 물론 일명 '김부겸 사위펀드'로 불리는 테티스11호와의 연관성 등을 집중 조사해달라는 내용을 넣었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임의 환매청구 취소'가 아주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증언이 있는 만큼 재판에서 다퉈볼 여지는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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