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부도 직전 VIP만 돈빼줬다"... 피해자들, 메리츠證 최희문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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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부도 직전 VIP만 돈빼줬다"... 피해자들, 메리츠證 최희문 고소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2.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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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메리츠가 환매청구 동의없이 취소"
"메리츠, VIP 환매 위한 눈가림에 고객 이용" 주장
'김부겸 사위펀드' 라임 부도 직전 환매 받아
업계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 떠올라"
최희문 메리츠증권 사장, 메리츠증권 본사. 사진=시장경제신문DB
최희문 메리츠증권 사장, 메리츠증권 본사. 사진=시장경제신문DB

라임 펀드 피해자들이 메리츠증권의 '환매청구 임의취소' 의혹과 관련해 최근 증권사 대표와 전 지점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메리츠증권이 라임 1차 환매 중단 직전, 여권 실력자의 사위 부부에게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일반 고객들을 '눈가림'에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번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유사한 도덕적해이(모럴 해저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지역 실세'들이 저축은행 부도를 미리 알고 예금을 인출해간 것이 밝혀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 최희문 대표는 최근 고객펀드 '환매청구 임의취소' 건으로 검찰 고소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의 법무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대호' 관계자는 자금융거래법·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위반했다며 최희문 대표와 장영준 전 메리츠증권 지점장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다수 피해자들은 라임 펀드의 부실 의혹이 불거져 나오던 2019년 10월 1일, 증권사 측의 권유로 다음날 환매청구를 했지만 이틀 뒤인 4일 메리츠증권으로부터 환매청구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증권사가 임의로 고객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전산상으로 환매 신청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환매 청구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은 고객 본인에게만 있는데 환매 취소가 된 부분이 석연치 않다"고 했다. 

법률대리인 측은 "대부분 금융시스템은 전산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용되는 가운데 단순한 조작만으로 금융전산자료를 쉽게 변경, 훼손할 수 있다"면서 "메리츠증권의 금융전산자료에 대한 침해는 중대한 범죄"라고 소송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유력' 고객 환매 위해 일반고객 동원 의혹까지

피해자들은 "메리츠증권 측이 김부겸 전 의원의 사위 부부와 이00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등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특정 라임 펀드를 우선 환매해주기 위해 다른 고객들을 동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라임 부실의혹이 불거지던 시점에 김부겸 전 의원의 사위 부부가 가입한 '테티스11호'만 단독으로 환매해주면 시비가 걸릴 것을 우려해 여러 피해자들에게 환매신청을 하도록 해서 '물타기'하고 이후 환매를 해주지 않았다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메리츠증권이 권력자들의 투자금을 어떻게든 돌려주기 위해 온갖 특혜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내부에선 이번 문제를 두고 피해자들의 단순한 억측으로만 치부할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이미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각종 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는 기관과 라임운용 측근 등 실력자들이 1차 환매중단 직전인 2019년 8~9월 사이 한발 앞서 대량으로 환매를 받아간 정황이 드러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라임 펀드는 2019년 7월까지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됐지만 8월 3,820억원, 9월 5,160억원, 10월 3,755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1차 환매중단이 발생했음에도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테티스11호도 예외가 아니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2019년 9월 4일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테티스11호에 대한 환매요청을 받아 같은달 10일 2억106만원을 가입자들에게 돌려줬다. 뿐만 아니라 같은해 10월 1일에는 12억원 상당의 추가 환매를 시도하다 미승인 처리된 바 있다. 

이영 의원은 지난해 10월 13일 국감에서 "내부자, 그 주변인, 기관 투자자들이 미리 돈을 빼나가고 힘 없는 개인 투자자들만 당한 셈"이라며 "이런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구조적 문제점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리츠 피해자들, "테티스11호 정관계 배후설 철저히 조사해달라"

3일 메리츠증권 피해자모임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번 소송은 특히 테티스11호와 관련한 의혹들, 그리고 테티스 6~7호 등 여타 펀드와의 연관성 등을 철저히 수사해달라는 데에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2019년 10월 4일 일반 고객들의 환매신청이 취소됐는데 김부겸 사위 부부의 테티스11호는 (1차 환매중단 이틀 전인) 8일 환매를 시도했던 정황이 있다"면서 "권력배후 혹은 결탁 등을 합리적으로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속단하기 어렵지만 원고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 당시 실세들이 미리 알고 부도 직전 예금을 인출한 것과 비슷한 도덕적 해이"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해당 문제의 진위를 둘러싼 취재진의 질문에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소송에 관련해 따로 말씀드릴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지난 1월 29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오상용)는 라임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00 라임자산운용 전 부사장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40억원, 추징금 14억4,000만원을 선고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제기한 정관계 로비 의혹과 국내 펀드의 불완전판매 관련 수사,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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