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마다 물어물어 얻은 튀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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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마다 물어물어 얻은 튀김 맛~
  • 이기륭 기자
  • 승인 2016.08.11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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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집] 신천 '먹튀' 수제 튀김집
'신선한 재료-저렴한 가격' 2차 술집으로 인기

신천은 석촌호수와 롯데월드를 가까이 두고 있어 젊은 사람들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자연스럽게 독특한 카페와 술집이 늘어나면서  서울에서 먹자골목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다섯 달 전부터 입소문을 타고,  젊은 손님들이 찾고 있는 가게가 있다. 이름하여 '먹튀' 수제 튀김집.

수제 튀김집 '먹튀'에 들어서면 오픈된 주방과 그 앞에 걸린 '정직하게 장사하자' 슬로건이 눈에 띈다.

서봉원(39) 사장님은  이 슬로건에 대해 "항상 요식업하시는 분이 말씀하시는 거지만, 신선한 재료와 합리적인 가격 친절한 서비스라면 시간이 늦게 걸리더라도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먹튀'의 서(39) 사장은 이곳에 가게를 내기 전 수원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10년을 보냈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원에 수제튀김집 '먹튀' 매력에 빠졌다. 2년 정도를 흑심(?)을 품고 이곳을 들락거렸다.

그를 사로잡은 가장 큰 키워드는 맛과 아이템이었다. 수제 튀김 '먹튀'의 메뉴는 사계절 내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술안주로도 제격이었다. 

가장 인기메뉴는 오징어튀김, 새우튀김, 고추 튀김, 오뚝이, 전주식황태구이다.

서 사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메뉴들을 분명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거라는 확신을 하고 수원 본점 유진영 (34)사장을 설득해 신천에 분점을 냈다.

분점을 내기 위해서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수원 유 사장에게 '이 일이 보기와는 다르게 굉장히 힘들다, 시작하지 마라'는 말을 들으며 퇴짜를 맞기도 했다.

서 사장은 끊임없이 수원 유사장을 설득한 끝에 무보수로 3개월 동안 퇴근 후에 가게일을 배웠다. 주말에는 셔터 올리고부터 내릴 때까지 일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원 본점에서 일하는 20살 가까이 나이가 차이 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일을 배우면서 텃새를 당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기분이 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르바이트생들과 돈독한 사이가 됐고, 지금도 유지 중이다.

수원 유 사장은 신천 '먹튀'를 대박집으로 만들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수원본점도 굉장히 바쁜데, 서울에 상주하면서 가게를 봐주는 의리를 보였다.

신천 '먹튀'에서 손님 물컵을 가져다 드리거나, 중간중간 필요한 물건들을 수시로 챙기는 등 사소한 것에서부터, 주방에서 음식 주문이 잘못된 거 수정하는 일까지 다듬어줬다.

요리를 잘 모르던 그였지만 수원 본점에서 일을 하면서 음식준비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재료 손질서부터 끝까지 정성껏 만들어진 음식을 보면서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고추튀김을 만들 때에는 아삭이 고추 배를 따서, 고추 속을 다 빼낸 다음, 고추 속에 들어가는 재료 등을 넣고 마무리 짓고 , 오징어 생채가 들어오면 직접 반을 갈라서 내장을 다 빼고 껍질을 벗고 깨끗이 씻어서 손님이 먹기 좋게 잘라서 내간다. 큰 새우는 직접 껍질을 벗기고, 내장을 제거하고, 가위질을 직접 한다. 튀김을 만드는데 시간과 정성이 많이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그때 '이런 정성이라면 분명 손님들도 알아줄 거다'라고 생각했다. 그의 확신이 점점 현실이 돼가고 있는 듯 했다. 포털사이트에 신천'먹튀'를 치면, 광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신천'먹튀'에 관한 후기 글이 하나둘씩 올라오고 있는 상태다.

입소문을 더한 것은 '맛'이었다. 먼저 오징어 튀김은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러웠다. 새우튀김과 고추 튀김 야채 튀김도 바삭거리는 식감과 양이 많아 입안에 가득 차는 느낌이 좋았다.

서 사장의 센스도 곳곳에 빛났다. 갓 튀겨나온 튀김을 보여주고 눈앞에서 직접 튀김을 먹기 좋게 잘라준다. 전주식황태포도 마찬가지로 직접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음식 담긴 모양과 그릇, 그리고 반찬과 소스에 하나하나 정성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서 사장님의 감각을 알 수 있었다.

서 사장은 '먹튀'를 오는 손님들에게 직접 다가가 맛·부족한 점에 대해 한마디씩 묻는다. 그리고 손님들이 답하면, 듣기만 하는것이 아니라 실천을 한다. 하루는 어떤 손님이 튀김이 느끼한 부분이 있으니. 떡볶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에 떡볶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달달한 꼬치가 있고 매운 꼬치가 있는데, 파 꼬치가 된장을 찍어 먹으면, 맛있다고 해서 된장도 같이 나가는 방식으로 바꿨다.

어떤 날은 와사비를 찾는 손님이 있어서 간장에 와사비를 추가했다. 모든 손님의 말을 귀기울어 듣는다.

수원본점과 다른 점은 메뉴 '짜글이'를 추가시킨 것. 이것 역시 '국물이 없다'는 손님의 말에 사장이 직접 도입한 메뉴라고 했다. (서비스로 콩나물국이 제공된다.)

가장 특이한 메뉴는 전주 황태구이다.  전주 황태구이 때문에 오시는 손님도 있을 정도란다. 전주식 황태구이를 파는 곳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굉장히 유니크한 메뉴였다.

서 사장은 먹태는 촉촉하지만, 전주는 바삭바삭하게 먹는 게 맛있다고 일러줬다. 특제 소스에 찍어 먹으면 환상적인 맛이 난다.

가게와 가락시장의 거리가 가깝다보니, 오픈시간 3시간 전에 가서 요리 직전에 재료를 사온다. 오징어와 새우 등 수산물이 있어서 일부러 그 시간에 장을 보러간다. 그날그날 소진할 수 있는 양만 사 온다.

주말에 재료가 없어서 튀김을 못 판 적도 있었는데, 튀김 주문은 받지 않고 다른 음식만 소화한다. 같은 양만 준비해놓지는 않는 것이 원칙이다.

서 사장은 가게 상호명에 대해 재밌는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셨다. 상호가 '먹튀'다 보니, 먹고 튀신 손님들이 두팀 정도 있어서 요즘 말로 웃픈상황(웃을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먹튀'는 술 안주가 맛있는 곳이다보니 술을 많이 드시고 2, 3차로 많이 찾는 곳이라 가끔 그런사람들이 있었다"고 호탕하게 말했다.

이어 저렴한 가격에 대해 "저희 가게 메뉴는 양대비나 재료대비해서 가격이 저렴하고, 신천에서 소주·맥주를 3000원에 파는 곳이 거의 없다"며  "안주도 보통 재료비가 30%가 넘어가면 안되는데 50%가 넘어가는 수준이다. 박리다매로 손님이 많이오셔야지 수익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신천에 1호점을 차렸는데, 추후에 2-3개정도 더 운영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점은 이 가게가 혼자만의 가게가 아니라, 직원들도 같이 공유하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가게라는 것을 항상 잊지 않을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하는데, 자기 가게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가게 잘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하는 것을 알기때문에. 주인의식이 없으면 잘 될 수 없다. 동기부여가 없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실질적으로 고생을 제일 많이 하는것은 직원들이기 때문에 가게가 더 성장한다면 그들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한편 서 사장과 함께 이 가게를 꾸리고 있는 유현선(30)씨와 조진호(34)씨가 있다. 유씨는 본점서 베테랑으로 오래 일한 경력자다. 의리로 수원에서 신천까지 출퇴근 하고 있다. 조씨는 사장님과 매제지간이다. 형님인 서 사장이 말한 아이템이 좋아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서 사장은 주문 방법에 대해 보통 셋이 오면 모듬튀김이나 원하는 튀김메뉴 하나를 고르고, 매콤한 오뚝이를 시키면 된다고 일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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