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어 보험사에도 '배당 자제령'... 주주권 침해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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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어 보험사에도 '배당 자제령'... 주주권 침해 논란 확산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1.02.0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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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배당성향, 3년 평균수준 유지" 압박
삼성화재, 영업익 1조444억... 전년比 20%↑
한화손보, 영업익 703.3억... 흑자 전환
손보사들, 실적개선 성과급 지급계획 차질
이익공유제와 맞물려 투자자 불만 고조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DB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DB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이어 보험사에도 배당 자제령을 내려 논란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에 배당 성향을 최근 3년 평균 수준으로 유지하라는 주문이다. 배당 성향은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배당 성향이 높을수록 기업이 주주들에게 이익을 더 많이 돌려주게 된다.

금융당국의 자제령에 배당 수익을 기대하고 있던 주주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주주권 침해가 아니냐는 비판까지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사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배당을 보수적으로 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권은 지난해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이익이 대폭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사고 건수가 크게 줄면서 손해율이 개선된 영향이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444억원으로 전년 대비 20.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7,5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7.3% 확대됐다. 한화손해보험도 영업이익 703억3,251만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아직 공개 전이지만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역시 2019년보다 훨씬 나은 실적을 보고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이에 대부분의 손보사는 실적 개선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생명보험업계도 보험 이익 증가와 운용 자산 이익률 개선에 힘입어 예상 외의 실적을 거뒀다. 지난달 29일 삼성생명은 연결 기준 매출액 34조5,343억원, 영업이익 1조7,900억원을 공시했다. 각각 8.6%, 42.9%가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1조2,658억으로 전년 대비 30% 늘었다. 한화생명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무려 세자리수 증가율을 보였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게 지난 3년 간의 평균 배당 성향을 넘지 않도록 요구했다.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당국은 구체적이거나 일률적 비율은 제시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보험업계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당국의 지침을 무시했다간 철퇴를 맞을 분위기인데 그렇다고 주주들의 요구를 아예 외면할 수도 없어 양쪽으로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일부 보험사는 주주들의 재산권 침해 소송에 대비해 법적 검토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당으로 돌아가야 할 기업 이익이 기업과 관련 없는 곳으로 유출되는 경우 주주의 이익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증권 투자 열풍 속에서 정부의 배당 자제령과 여권의 이익공유제를 두고 많은 주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주의 재산권 침해 문제를 둘러싼 사법적 처벌이 우려되는 만큼 금융사들은 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달 27일 은행·지주에 순이익의 20% 이내로 배당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당국은 현재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이고 실적도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자본 확충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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