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더 줄여라" 은행 압박... 집값 잡겠다며 서민 잡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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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더 줄여라" 은행 압박... 집값 잡겠다며 서민 잡는 정부
  • 홍성인 기자
  • 승인 2021.01.3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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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율 5~6% 은행案에... 당국 "더 축소"
부동산·주식시장 유입 막기 위해 안간힘
자금 어려움 겪는 저소득층 첩첩산중
"제2금융권, 대부업 찾게 돼 신불자 양산할 것"
윤석헌 금감원장(왼쪽),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시장경제DB
윤석헌 금감원장(왼쪽),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시장경제DB

부동산·주식 등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개인신용대출을 강화한 정부 방침이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자금줄을 옥죄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5대 시중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은행이 코로나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해 5~6% 수준을 예상했다. 은행권이 목표치를 제시했지만 금융감독원은 바로 수용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조정된 내용을 다시 제시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당국의 방침에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2020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전체 가계대출은 2019년보다 9.73%(59조3천977억 원)나 증가했다. 거의 10%에 육박했던 가계대출을 5~6% 수준으로 내리는 상황이어서 올해 신용대출을 받는 것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 대출을 줄이는 방법은 결국 신용대출을 축소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예년에 비해 올해 신용대출을 받는 것이 상당히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에 대한 압박 우려가 커지자 은행권은 벌써부터 신용대출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마이너스통장 대출 상품의 한도를 기존 8천만 원∼1억 원에서 5천만 원으로 대폭 줄였다. 신한은행 역시 일반 직장인 신용대출 한도를 상품에 따라 5천만 원 정도를 낮췄다. 카카오뱅크도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비롯해 고신용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를 1억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내렸다.

신용대출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고 한도까지 줄이자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개입이 도를 넘었다'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부동산 자금 유입을 막기 위한 과도한 규제가 애꿎은 저소득층만 잡고 있다는 우려다. 제1금융권의 기준 강화 등으로 대출을 못 받은 사람들이 이자 부담이 높은 제2금융권, 대부업 등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신용불량자 양산 등의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의 지나친 가계대출 남발은 적정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지만 최근의 금융당국의 모습은 지나친 부분이 있다”며 “코로나 상황 등 여러 부분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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