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원 삼성준법委 보고서, 3가지 총평이 핵심... 모두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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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원 삼성준법委 보고서, 3가지 총평이 핵심... 모두 긍정적"
  • 천재민 변호사
  • 승인 2021.01.1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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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준법委 평가보고서 분석①] 천재민 변호사
'이재용 재판' 캐스팅보터 위원의 평가 실체는?
항목별 평가 적시... 문맥 살필 때 '후단'이 결론 
좌성향 매체들, '전단' 부분 강조해 자의적 해석
18개 항목 상당수 '중복질문'... 실제 항목은 5개
준법위 '실효성-지속가능성' 지표에 가중치 둬야
유의미한 결론은 보고서 말미의 총평.. 모두 긍정적
천재민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사진=시장경제DB.
천재민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이 1월 18일로 지정됐다. 담당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는 그 권유에 따라 설치된 삼성그룹의 외부 감독기관인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여부를 판단해 형량에 반영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최근 재판부, 특검, 변호인의 추천으로 지정된 3명의 전문심리위원이 이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전문심리위원 2명의 의견이 각자 자신을 추천한 특검과 변호인의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관계로, 세간의 이목은 자연스럽게 재판부 추천 전문심리위원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의 평가의견에 집중되고 있다. 

강 위원의 평가의견을 바라보는 언론사별 시각은 큰 온도 차이를 보였다. 상당수 언론은 ‘18개 세부 항목 중 강 위원은 10개 항목에 대해 긍정 평가를 내렸으며, 부정평가는 6개, 중립 평가는 2개다’라고 해석했다.

반면 미디어오늘은 ‘강 위원이 18개 평가항목 중 9개 미흡, 7개 다소 미흡, 1개 의견 없음, 1개 긍정 등의 평가를 내렸다’고 자체 분석 결과를 밝혔다.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등은 “18개 세부 평가 항목 중 강 위원은 14개 항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도 결론은 유보했다”고 주장했다. 

언론사들은 평가항목을 18개로 전제한 뒤 이에 관한 강 위원의 평가를 긍정·부정·중립 등으로 나누었고, 그 산술적 합을 비교하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이런 해석방법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언론은 18개 항목에 대한 강 위원의 평가를 긍정, 부정 또는 중립 의견으로 나눈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같은 내용 다른 평가, 분석 기준 ‘모호’
좌성향 매체, 자의적 해석으로 '부정 평가' 결론

가령 ‘7개 관계사의 준법감시위원회 탈퇴 가능성 및 이에 대한 위원회의 조치’ 항목과 관련, 강 위원은 전문심리위원 보고서에서 “준법감시위원회는 법령에 근거를 두지 않은 임의 조직이므로 관계사의 탈퇴 자체를 막을 수 없고, 준법감시위원회의 설명과 같이 관계사 탈퇴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라고 적고 있다.

이를 두고 미디어오늘과 경향신문은 강 위원이 ‘부정’ 견해를 보였다고 평가한 반면 뉴시스 등은 이를 ‘중립’으로 평가했다.

미디어오늘이나 경향신문은 ‘관계사의 탈퇴를 막을 법적 방법이 없다’는 점을 부각해 강 위원이 부정적 입장에 있다고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위 문구를 ‘긍정’으로 해석한 언론은 ‘현실적으로 탈퇴가 어렵다’는 대목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위 문구를 ‘중립’으로 해석한 언론은 두 가지 대목을 대등하게 평가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같은 문구를 두고도 각 언론마다 시각을 달리하면서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다. 

 

‘준법감시위 실효성’에 대한 강 위원 평가
“현실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울 것”
 

예를 하나 더 들겠다. ‘준법감시위원회 권고의 실효적 반영수단’이라는 항목과 관련해, 강 위원은 보고서에서 “준법감시위원회의 결정을 관계사가 이행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관계 법령에 위반될 소지가 있으므로, 이 문제는 결국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지에 달린 문제임”이라고 적으면서도 “준법감시위원회는 여론의 압력과 회사 내 준법 문화 향상에 따라 최고경영진이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 사항을 이행하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음”이라고 기재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디어오늘, 경향신문 등은 앞부분만을 강조해 “강 위원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강 위원의 최종 판단은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를 현실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뒷부분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처럼 18개 항목에 관한 강 위원 보고서를 세밀히 살핀다면, 도대체 일부 언론이 무엇을 근거로, ‘강 위원은 14개 이상의 항목에서 부정적 견해를 취했다’라는 결론을 이끌어 냈는지 의문이다. 강 위원은 18개 항목별로 준법감시위원회의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그 긍정적 효과를 동시에 강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18개 항목마다 강 위원의 평가를 긍정, 부정 등으로 일도양단한 기존 언론의 태도는 정확하지 못하다.

강일원 전문심리위원(前 재판관)의 삼성준법감시위 평가보고서에 담긴 3가지 쟁점내용 정리. 디자인=시장경제
강일원 전문심리위원(前 재판관)의 삼성준법감시위 평가보고서에 담긴 3가지 쟁점내용 정리. 디자인=시장경제

 

18개 평가 기준 상당수, 사실상 '중복' 질문

전문심리위원 보고서의 구조 및 내용을 분석하면 평가항목은 ‘①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②관계사 준법감시조직의 실효성 ③위법행위 예방 및 감시 시스템 ④위법행위에 대한 사후 조치 실효성 ⑤사업지원 TF 관련’ 등 모두 5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언론이 언급한 18개 항목은 위 5가지 평가항목을 점검하기 위한 세부 기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위 18개 세부 질문 중 상당수는 그 내용 및 의미를 살필 때 중복된 경우가 많다. 표현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내용을 중복해 질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5가지 평가항목별 가중치가 없다는 점도 신뢰성을 떨어트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가령 보고서는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이란 평가항목과 관련돼 7개의 세부 기준을 두고 있는데, 그 세부 기준 중 ▲관계사의 탈퇴 가능성 및 위원회의 조치 ▲예산·사무국 인원의 안정적 확보 가능성 ▲관계사의 추가 참여 가능성(삼성바이오 등 주요 관계사에 대한 협약 가입 요구 여부)은 ‘지속가능성’에 관한 중복 질문이다. 나머지 4가지 항목 즉, ▲위원 구성의 독립성(소액주주나 직원 대표의 참여 가능성) ▲경영권 승계를 위한 위법행위 재발 방안 마련 여부 ▲위원회가 계열사간 합병에 대한 법적 위험을 평가하고 관여할 방안이 있는지 ▲위원회 권고의 실효적 반영 수단 등은 ‘실효성’에 관한 중복된 질문이다.  

따라서 기존 언론보도가 위 18개 세부 기준에 관한 강 위원의 입장을 일일이 긍정, 부정, 중립 등으로 나누어 이를 산술적으로 합산한 뒤, 그 우열을 따진 행위는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차라리 위 5가지 평가항목에 대한 강 위원의 전체적 평가를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위 5개 평가항목이 가진 의미를 고려할 때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 및 지속가능성’에 절대적 가중치가 주어져야 한다. ‘위법행위 예방 및 감시 시스템’, ‘위반행위에 대한 사후 조치의 실효성’의 경우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 및 지속가능성’과 사실상 중복된 이슈를 다룬 것이다. 위 5가지 평가항목 역시 단순한 산술적 합산으로 강 위원의 최종 입장을 해석하기에 부적절하다.

 

강 위원 최종 평가... “최고경영진 위법행위, 과거보다 어려워진 것이 사실” 

그런 연유로 강 위원은 보고서에서 5개 평가항목(18개 세부 기준)에 관한 ‘점검항목별 평가’를 실시하면서도 별도로 ‘결론’을 두어 ▲법령에 따른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 ▲강화된 준법감시제도의 지속가능성이라는 3가지 항목에 관한 총평을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렇게 볼 때, 재판부가 전문심리위원에게 평가를 의뢰한 최종 대상은 위 3가지 쟁점으로 정리할 수 있다. 

쟁점1.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

‘법령에 따른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과 관련해 강 위원은 ‘과거보다 준법감시조직의 위상과 독립성이 강화되었으나 최고경영진에 대한 감시·감독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최고경영진의 위법행위는 내부조직을 통하여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준법감시제도의 강화로 과거보다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는 긍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쟁점2.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과 관련해서는 ‘관계사와 최고경영진에 대하여 폭넓은 준법감시와 통제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효과적인 의제 선정을 하였고 이재용 부회장이 이를 수용하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사건에 관여한 임원에 대한 직무 배제를 권고하는 등 회사 내부 준법감시조직이 하기 어려운 준법감시를 하고 있다’고 운을 떼면서도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예방하는 단계에 이르지는 못하였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회사 합병 관련 형사사건에 관하여는 소극적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최종 의견으로 '전반적으로 준법감시위원회가 회사 내부 준법감시조직이 하기 어려운, 최고경영진에 대한 감시·감독 등 종전보다 강화된 준법감시활동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쟁점3. 준법감시제도의 지속가능성

마지막으로 ‘강화된 준법감시제도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준법감시위원회의 조직과 구성, 최고경영진의 지원, 회사 내 준법문화, 여론의 관심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준법감시위원회의 지속가능성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임'이라고 긍정적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준법감시위 실효성?... 이재용 부회장 ‘최후 진술’에서 답 찾을 수 있을 것 

결국 강 위원은 재판부의 권유로 설치된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가 실효적이고 지속가능하다는 평가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만 강 위원은 '(강화된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은 궁극적으로는 최고경영진의 의사에 달려 있음. 최고경영진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하여 피고인 이재용 면담 여부를 논의하였으나, 전문심리위원 중 1인이 반대 의사를 표시하여 면담은 실시하지 않았음'이라고 끝맺었는데, 이에 대한 답변은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최후진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고법 파기심 결심 공판 당일, 이 부회장의 최후 진술 중 삼성 준법감시위 관련 부분이다. 

“조금이라도 민감한 사안은 법률과 원칙에 어긋남이 없는지 묻고 또 묻고 있습니다. 외부의 목소리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인정받고 자랑할 만한 변화는 아닙니다. 첫 걸음은 뗐지만 변화는 이제부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일 것입니다.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고 멀리 돌아가야 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래도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결코 없을 것입니다. 재판장님 지켜봐 주십시오. 법에 어긋나는 일은 물론이고 오해를 불러 일으킬 일도 하지 않겠습니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반드시 정도를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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