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포제련소는 어떻게 누명썼나... '왜가리 떼죽음' 대표적 왜곡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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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포제련소는 어떻게 누명썼나... '왜가리 떼죽음' 대표적 왜곡 사례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01.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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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댐 왜가리 집단폐사, 백로가 범인" 결론
"중금속 정상치... 폐사 범인 '제련소' 아니다"
환경부 발표에도... 환경단체, 오염원 주장 되풀이
영풍그룹, 주홍글씨 없애고 '친환경 플랜' 속도
폐수 무방류 시스템 도입... 환경·공정 개선에 4330억 투입
(왼쪽)왜가리, 중대백로. 사진=네이버
(왼쪽)왜가리, 중대백로. 사진=네이버

2017년 평화로운 경북 안동에 매우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 왜가리가 집단으로 폐사한 것이었다. 환경단체들은 석포제련소의 오염수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물의 도시’로 불리는 안동은 발칵 뒤집혔다. 

왜가리를 집단 폐사시킨 범인이 뒤늦게 밝혀졌다. 범인은 ‘석포제련소’가 아니라 바로 ‘중대백로’였다. 중대백로가 왜가리와 서식지 쟁탈전을 벌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팩트를 모르는 사람들은 여전히 석포제련소를 오염의 주범으로 오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사건은 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반감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왜곡 사례 중 하나이다. <시장경제>는 ‘왜가리 집단 폐사’ 사건을 아래와 같이 재구성했다.

경북 안동은 '하회탈'로 유명하지만 '물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안동은 '2018년 국가하천 유지 보수 사업' 지자체 평가 최우수상을 수상할 만큼 수질 관리만큼은 전국 지자체 중 으뜸이다. 

이런 안동에 2017년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안동댐 주변에 서식하는 왜가리 3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한 것. 이듬해에도 왜가리 2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마을은 뒤숭숭했다. 환경단체가 나서 경위 파악에 나섰다. 환경단체는 아연을 생산하는 영풍그룹 석포제련소를 집단 폐사 범인으로 지목했다. 제련소에서 중금속이 섞인 오염수를 하천에 흘려보냈고, 이 물을 마신 왜가리가 집단으로 폐사했다는 가설이었다.

석포제련소 중금속 논란은 그 동안 여러차례 불거졌다. 2017년 안동댐 상류 지역에서 물고기 1만70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환경단체는 이 때도 ‘석포제련소’를 주범으로 단정했다.

환경단체의 가설 검증을 위해 대구지방환경청이 나섰다. 지방환경청의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왜가리 집단 폐사 범인은 ‘석포제련소’가 아니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중금속 중독으로 왜가리가 집단 폐사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결론 내렸다. 대구지방환경청과 경북대학교 수의과학대 연구팀의 공동조사 결과, 왜가리에서는 미량의 중금속이 검출되거나 아예 검출되지 않았다. 치사율을 높이는 카드뮴과 비소는 아예 검출되지 않았다. 납도 정상 수치를 나타냈다. 수은의 경우 안동댐 서식 왜가리 체내에서 검출된 양이 다른 지역 개체와 비교할 때 약간 높게 나왔지만, 폐사를 일으키는 농도(8.5㎍/g)에는 크게 미달했다. 

자료=환경부
자료=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 의뢰로 경북대 수의대 이영주 교수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왜가리는 번식지 경쟁 종인 중대백로에 의해 폐사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팀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11개월간 안동댐 지역 7개체, 타지역(봉화·영주) 4개체 등 총 11개체의 왜가리 폐사체를 대상으로 병원체 검사, 중금속 검사, 외상 및 내장부검 등 등을 실시한 뒤, 2019년 12월 9일 개최된 ‘환경부 낙동강상류환경관리협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분석 결과, 안동댐 인근 왜가리의 체내에서는 구리, 아연, 니켈, 세슘, 크롬, 비소카드뮴 등 중금속이 전혀 검출되지 않거나 미량만 검출됐다. 

자료=환경부 낙동강상류환경관리협의회
자료=환경부 낙동강상류환경관리협의회

당시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일찍 번식한 왜가리가 둥지를 만들어 서식하던 중 안동댐을 찾아온 중대백로 무리가 왜가리 새끼를 공격해 둥지를 빼앗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체 왜가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중대백로가 (왜가리) 새끼를 떨어뜨려 죽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실제 중대백로가 알을 낳은 둥지 주변에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은 새끼 왜가리의 사체가 다수 발견됐다. 왜가리 폐사체 중 새끼 비중은 80%(28개체)였다.

민관 합동 연구팀의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환경단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동환경운동연합 의장은 “중대백로 영향이 있다고 해도 안동댐 상류의 왜가리 폐사율은 지나치게 높다"는 기존 주장만 되풀이했다. 

논란을 불식시킬 '게임체인저'는 영풍 측이 스스로 만들었다. 왜가리, 물고기 집단 폐사범으로 지목받던 ‘석포제련소’는 4333억원을 투자해 친환경 공장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석포제련소는 지난해 국내 제조업계 최초로 '폐수 무방류 시스템'(ZLD)를 미국에서 도입, 구축을 완료했다. 이 시스템은 제련 공정에서 사용되는 공업용수를 100% 재활용한다. 외부로의 용수 유출을 전면 차단하기 때문에, 오염원이 공장 밖을 넘을 우려도 없다. 시스템이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 '낙동감 오염 주범'이란 루머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전망이다. 

제련소 관계자는 "영풍그룹은 ‘안동댐 오염’ 주범이라는 주홍 글씨를 없애고 지역과 상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환경개선계획을 세우고 2015년부터 4333억 원의 투자를 실행하고 있다. 실제로 2018년까지 1400억 원의 자금을 들여 대기질, 수질, 토양, 폐기물, 소음 등 개선을 위한 전방위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하수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4중 차단 시설을 보강하고, 오염수가 하천으로 흘러 나가는 것을 막는 대규모 차집 시설 계획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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