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檢 독선이 키운 '이재용 옹호' 국민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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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檢 독선이 키운 '이재용 옹호' 국민여론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1.0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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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선고 앞두고 "이재용 그만 놓아 달라" 목소리
네이버 기사 댓글 분석, 수사부정 여론 90% 넘어
기업 총수 사건에 일반 국민이 자발적 '선처' 호소
특검, 공판 내내 '재판 불공정' 주장하며 여론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명을 가름할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이 이달 18일 열릴 예정이다. 2016년 최순실 사건에 연루되면서 무려 4년여 간 고초를 겪어 온 이 부회장으로서는 다시금 실형 선고와 집행유예 사이의 갈림길에 놓인 셈이다. '사법리스크'의 어두운 그림자가 삼성에 드리워졌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구속 기소돼 2018년 2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기까지 1년여 동안 영어(囹圄)의 몸이었다.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사태를 맞은 삼성의 경영 시계는 멈춰섰다. 

이 기간 동안 삼성은 '유지 및 관리'에 주력했다. 글로벌 경쟁기업에 맞서기 위한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도, M&A(인수합병) ‘빅딜’과 같은 대형 이벤트도 실종됐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앞 다퉈 치고 나갈 때, 삼성은 제자리에서 정체(停滯)되는 암흑기가 영원이 이어질 것만 같던 아찔한 시기였다.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경영에 복귀한 이후 거의 3년 남짓한 기간 동안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행보를 이어왔다. 일본정부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행하자, 즉각 일본으로 달려가 해법을 모색했고 미·중 무역전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삼성의 생존을 치열하게 고민했다. 멈춰서 있던 글로벌 경영 행보도 재개했다. 

이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반도체 ‘초격차’를 이어가기 위한 대규모 투자도 활력을 띄었다. 이 부회장은 2년 전인 2018년 8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신산업 육성을 위해 3년간 총 180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와 4만명의 신규 채용을 약속했다.  

지난해 초에도 이 부회장은 “기업의 본분은 고용 창출과 혁신 투자”라며 2년 전 약속을 꼭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재용 옹호론 확산... 특검·검찰에게서 등 돌리는 국민 여론

이 부회장 사건을 1심부터 지켜본 기자의 입장에서 한 가지 특이한 현상이 눈에 띄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부회장에 대한 응원과 선처를 바라는 국민적 여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검찰에 대한 국민 여론은 적어도 삼성 사건에 있어서만큼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이 부회장이 일할 수 있도록 이제 그만 놔줘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받는 분위기이다. 

이 같은 현상은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볼 수 없었던 생경한 풍경이다. 국민정서상 ‘재벌=악(惡)’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 부회장에게 쏟아지는 ‘동정’ 혹은 ‘연민’은 상당히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국내 기업 총수가 재판을 받은 사례는 많았지만, 이 부회장 사건과 같이 국민들이 나서서 ‘선처’를 호소한 경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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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검찰이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경영진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한 사실과 관련, 본지가 기소 당일부터 이틀간 네이버 인링크 기준으로 올라온 399건의 관련기사를 분석한 결과, 부정여론 비중은 무려 90.1%에 달했다. 이들 기사에는 2만7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삼성의 경제적 기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동시에 기소로 인한 기업활동 위축을 우려하는 의견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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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과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 전 1심 공판 초기부터 줄곧 ‘공정’과 ‘정의’를 내세웠다. 그들은 "이 부회장에게 중형을 선고하고 죄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며 ‘일벌백계’를 강조했다. 재판 내내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강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검찰은 무려 4년여의 기간 동안 재계 관계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왔다. 삼성 주요 계열사 등을 50여 차례 압수수색했고, 전현직 임직원 110여명에 대해 430회가 넘는 소환조사도 진행했다. 확보된 수사기록 분량만 20만 페이지에 달한다. 전례를 찾기 힘든 역대급 수사치고는 그 결과가 너무 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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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0·60·438... 엿가락처럼 늘어난 檢수사, '이재용 기소' 타당한가

 

특검, 공판 마지막까지 '재판 불공정' 여론몰이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으로 이어지는 특검의 ‘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시나리오’는 소리만 요란했을 뿐 실체가 없었다. '이재용 구속'이란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여기에 사실관계를 무리하게 꿰어 맞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국민 여론이 특검 및 검찰에게서 등을 돌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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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사건 본질은 '대통령의 부당한 요구에 따라 최순실 모녀에게 금품을 지원한, 수동적 뇌물 공여 사건'이란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즉 이 사건 본질은 '수동적 뇌물공여'이지 실제조차 모호한 '경영권 불법 승계'가 아니다.   

이 사건 공판 시작 전 재판부가 당부한 것처럼 파기심은 유무죄 판단이 아니라 '양형'에 대한 판단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렇다면 특검이 해야 할 일은 양형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중 혹은 감경요소가 무엇인지 되집고, 재판부에 합리적 판단을 촉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특검은 공판 내내 수사기록을 장황하게 읽는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파기 전 1심과 항소심에서 보여준 모습 그대로였다. 전문심리위원들이 제출한 보고서에 대해서도 특검은 설득력있는 반론을 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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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과 검찰은 파기심 공판 내내 '재판 진행이 불공정하다'는 주장만 반복했다. 그들이 '재판 불공정'을 이유로 낸 '재판부 기피신청'이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잇따라 기각 결정을 받았음에도, 특검과 검찰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특검과 검찰은 결심 공판 당일까지 언론을 의식한 듯 '재판 불공정' 주장을 되풀이하는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줬다. 입으로는 ‘공정’과 ‘정의’를 말했지만, 그들이 보여준 행동은 ‘독선’과 ‘아집’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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