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餓死) 직전 소상공인... "300만원으론 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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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餓死) 직전 소상공인... "300만원으론 택도 없다"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1.01.0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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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연말' 바닥친 매출, 빚 폭탄까지
부실 위험 커지자 은행들도 '절레절레'
"경기활성화 덮어놓고 현금지원이라니"
한 소상공인이 망연자실한 채 텅빈 가게를 지키고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한 소상공인이 망연자실한 채 텅빈 가게를 지키고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소상공인들이 나락으로 떨어진 우울한 2020년이다. 차디찬 바람이 파고드는 12월은 특히나 절망적이다. 크리스마스 대목이 실종됐다. 연말 특수도 없다. 소상공인들은 그저 넋놓고 텅빈 가게를 지킬 뿐이다. 정부·여당의 잇따른 실정(失政)이 초래한 참담한 현실이다.

31일 전국 66만 사업장의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크리스마스가 낀 지난주 소상공인의 매출은 전년 대비 44% 수준에 그쳤다. 매출이 56%나 떨어졌다는 의미다. 전년 대비 매출은 코로나 사태 이후 최저치다. 12월 둘째 주부터 3주 연속 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  

업종별로 전년 대비 매출을 살펴보면 유흥주점과 노래연습장은 3%, 오락실과 멀티방은 4%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21일에서 27일 사이에는 사실상 매출을 내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 영업이 제한된 카페·식당 등 음식업종 매출 역시 지난해의 34% 수준이었다. 볼링장·헬스장과 같은 스포츠센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로 내려앉았다.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1년 내내 정부 방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지만 결국 아사(餓死) 직전에 놓이게 됐다. 인건비는 고사하고 임차료 내기도 벅찬 상황이다. 날이 갈수록 희망의 빛이 옅어지는 탓에 언제 폐업을 신청할지 머릿속이 복잡하다.  

남은 건 빚 뿐이다. 수중에 있던 자금은 이미 동난지 오래다. 급한대로 은행 대출을 끌어다 썼지만 갚을 길이 막막하다. 결국 이자 유예를 신청했지만 몇 달 후 돌아올 원리금 상환 부담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정부는 뚝뚝 떨어지는 지지율을 의식한 탓인지 코로나 3차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게 최대 300만원의 현금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소상공인들은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에는 어림도 없는 금액이라고 손사래를 친다. 

서울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6)씨는 "일단 대출 원금과 이자를 다 유예해주겠다고 하니 버티고는 있는데 이대로라면 3개월을 넘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달랑 200만원 안팎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정작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이 최악의 악순환을 벗어날 방안을 찾아야지 반짝이는 현금 지원 갖고는 벼랑 끝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3분기 말 기준 기업대출은 1,332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했다. 대부분은 코로나 장기화 대응 차원에서 대출을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내년 기업 경영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부실화 위험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곳곳에서 한계기업이 눈에 띈다. 올해는 한계기업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계기업의 상당수는 중소기업이다.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들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당장 금융권 유동성이 대거 풀리면서 중소기업 부실징후기업이 3년 만에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등 인위적 금융지원에 따른 감소라는 측면에서 부실 위험이 상당하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실적이 반영될 내년 신용등급 평가에선 중소기업들의 무더기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부실은 곧 대출을 내준 은행의 건전성과 직결된다. 은행에 이자 낼 형편도 안되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에게 납부를 유예해 준 경우는 부실 가능성이 더욱 높다. 최근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늘리면서 급격히 대출을 조이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 지원 현황을 뜯어보면 정책금융기관은 신규 대출, 만기 연장, 신규 보증, 연장 보증 등을 통해 133조5,000억원(51.1%)을 책임지고 있다. 나머지 48.4%에 달하는 126조4,000억원을 시중은행이 짊어진 실정이다.

부실 위기가 커지자 은행권은 코로나 지원 추가 연장 조치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금융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분명 은행들이 운용할 수 있는 자금에는 한계가 있고 당국 주도로 대출 만기와 이자 상환을 한 차례 연장할 때도 많은 이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를 억제하면서 경기활성화를 이뤄야 하는데 정부가 덮어놓고 단기적 대책에만 몰두하니 은행들도 슬슬 손을 떼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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