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기일 미루자는 檢 언성에... 法 "월권 말라"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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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기일 미루자는 檢 언성에... 法 "월권 말라" 경고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12.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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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차 공판, 전문심리위원 보고서 쟁점
'강일원 보고서' 놓고 특검, 변호인 상반된 해석
강일원 위원, 삼성 준법감시제도에 '긍정' 평가
변호인단 "홍순탁 위원 의견 수용하기 부적절"
이복현 부장 "졸속 집행유예 의심"... 재판부 자극
30일 결심 예정대로 진행... "기일연기 없다" 재확인
이복현 부장검사. 사진=YTN뉴스화면 캡처
이복현 부장검사. 사진=YTN뉴스화면 캡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심에서 삼성 준법감시제도를 평가한 '전문심리위원 보고서'를 두고, 특검과 변호인단이 서로 엇갈린 해석을 내놓으며 공방을 주고 받았다. 특검은 변호인단이 추천한 심리위원을 '평가절하'하는 한편, 검증기간이 짧다며 절차적 미비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변호인단은 삼성 준법감시 제도의 긍정적 변화를 소개하면서, 특검측이 추천한 전문심리위원의 평가 내용에 부적절한 내용이 많아 수용하기 어렵다고 받아쳤다. 

특검과 변호인단이 각각 추천한 심리위원들의 의견이 양극단으로 갈린 가운데, 법원이 직권으로 선정한 심리위원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의 평가 보고서 내용 해석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자리잡았다. 재판부가 강 위원의 보고서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따라 양형 판단 결론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1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송영승·강상욱 부장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파기환송심 9차 공판을 열고, 삼성 준법감시제도를 평가한 전문심리위원 3인의 보고서에 대해 특검과 변호인단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진행했다. 

이날 심리는 형사소송법(279조의2) 규정 중 "검사나 변호사가 전문심리위원 평가에 각자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는 내용을 준수한다는 취지도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달 7일 열린 8차 공판에서 당일 의견진술을 미루고 추가 기일을 집요하게 요구하면서 재판 기일이 지연된 측면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날 예정됐던 결심은 30일로 연기된 상태다. 

앞선 공판에서 재판부는 삼성이 설립한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의 실효성 검증을 위해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전문심리위원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른 전문심리위원으로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과 참여연대 출신 홍순탁 회계사, 김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등 3인이 선정됐다.   

강 전 재판관은 이 사건 재판부가 추천한 인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주심을 맡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특검은 홍순탁 회계사를, 변호인단은 김경수 변호사를 각각 추천했다. 평가 결과, 위원들의 의견은 사실상 2:1로 갈렸다. 특검 측 홍 회계사는 '부정', 변호인 측 김 변호사는 '긍정' 의견을 각각 냈고, 재판부가 선정한 강 전 재판관은 대체적으로 '긍정' 의견에 손을 들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변호인단 "홍순탁 위원 평가 부적절... 강일원 위원은 긍정평가 내려"

이날 공판에서 특검은 "이 사건 뇌물 범죄는 가중 요소가 7가지, 감경요소는 3가지에 불과하다"며 "감경사유로 '진지한 반성'이 인정되더라도 양형 구간 내에서 피고인들에게 중간형 이상이 선고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삼성 준법감시제도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린 홍순탁 위원의 평가 내용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홍 위원은 보고서에서 삼성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으며, 최고경영자에 대한 리스크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고 강제 수단도 없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준법감시제도에 긍정적 의견을 밝힌 김경수 위원에 대해선 "구체적인 판단 근거 없이 자의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폄하하는 한편, 강일원 위원의 의견은 부정적 평가를 내린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특검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요소로써 의미가 있으려면 기존 제도보다 진일보한 정도가 아니라, 총수가 두려워할 정도로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지 여부가 검증돼야 한다"며 "추가적인 제도적 보완이나 검증이 없는 이상, 위 요건을 충복하지 못했음이 명백하다"고 했다. 

특검의 주장에 변호인단은 "강일원 위원은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고 강조하면서 "삼성의 진정성이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준법감시위는 외부에서 독자 운영되는 기관으로서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받고 있고, 회사 내 준법조직이 수행하기 어려운 최고경영진 감시 역할도 맡고 있다"며 "이에 대해 강일원 위원과 김경수 위원은 독립기구인 준법위를 높이 평가했지만, 홍순탁 위원은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준법감시위에는 이사회에 대한 권고와 의견제시, 자료요구, 조치요구 등 실효적인 권한을 갖고 있고 실제 이를 행사하기도 했다"면서 "출범 후 8개월여 동안 330여건의 사안을 처리 했다. 그 결과, 이 부회장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4세 승계 포기와 노조설립 허용 등의 약속을 했다"고 덧붙였다. 

심리위원들이 일부 지적한 사항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은 삼성이 지속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항변했다. 

변호인단은 "심리위원들이 준법감시위에 대해 통제수단 부족,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조치 등이 미흡한 점을 들었는데, 법령상 현실적 어려움이 있음에도 나름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달라"며 "당장 진행할 수 있는 방안부터 마련해 시행하고,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일원 위원의 의견에 대해 변호인단은 "법령에 의한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과 강화된 지속가능성 등을 평가했고,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개별점검 항목에서 O, X로 도출한게 아니라 유기적 관계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홍순탁 위원의 의견에 대해선 "준법위 발전을 위해 경청하겠지만, 일부 아쉬운 점이 있다"며 "이 사건이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재판부가 요청한 사항인데 홍 위원은 의견을 기재하지 않았고, 평가 내용 전체로 보더라도 삼성이 노력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지원TF 관련 내용은 합병과 연관이 없는데도 점검항목에 잘못 선정됐고, 재판부가 적절치 않다고 명시한 합병 피해회복 부분이 포함되기도 했다"며 "홍 위원의 의견을 경청하지만 온전히 수용하기엔 부적절하다"고 부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재판부에 언성 높인 이복현... 재판부 "하지 않은 말 전제 말라" 경고

한편, 이복현 부장검사는 지난 기일에 이어, 이날 공판에서도 재판부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가 30일 결심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힌데 대해 반발하며 언성을 높이고 나선 것이다. 

이 부장검사는 "서울에서 코로나 확진자만 몇백명이 나오는데 졸속 집행유예가 의심되는 재판을 기어이 왜 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라며 "저희에게도 의견 개진 기회를 주셔야지, 무리하게 재판을 꼭 해야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여기서 '집행유예'라는 말이 왜 나오느냐"고 반문하면서 "재판부가 언급하지 않은 말을 전제하는 것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의해 재판권 행사는 법관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에 석명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을 24일 오전까지 제출할 것을 지시하면서 "결심 공판은 예정대로 이달 30일 열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 의견은 여러 양형조건 중 하나일 뿐, 가장 중요한 조건은 아니"라면서 "피고인들은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최후 진술을)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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