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갑질? 실상은 공생(共生)"... 곪아터진 '민간파견' 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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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갑질? 실상은 공생(共生)"... 곪아터진 '민간파견' 폐단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12.2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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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74명·금융위 56명...민간 인력 공짜로
금감원 '감독수수료'로 한해 예산의 80% 충당
업계 "금융사-당국 상호 거래 성격도 있어"
전문가들 "정보 유출·유착 우려...즉각 시정해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DB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DB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민간 기업으로부터 100명 이상의 직원을 파견 형태로 받아 자신들의 직원처럼 인력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사는 금융당국과의 '소통 채널'을 확보하고, 금융당국 퇴직자들은 금융사로 재취업을 할 수 있어 일종의 '거래 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투명하고 공정한 감독업무를 위해 당국의 잘못된 관행을 전면 시정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20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와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금감원 정원 1,981명 중 3.7%에 해당하는 74명이 외부로부터 파견된 인사였다. 파견자의 원 소속기관은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금융투자 등 민간 금융사와 전국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 민간 금융협회가 대부분이었다. 

이 파견자들 중 금감원에서 5년 이상 장기 근무인원은 총 34명으로 전체 파견자의 46%에 달했다. 심지어 10년 이상 초장기 근무한 민간 파견자도 8명에 달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해당 파견인원들 급여는 원 소속사에서 받지만 사실상 금융당국의 직원으로 근무하는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견인원은 예금보험공사(9명)가 가장 많았고 이어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서비스손해사정 등 삼성 계열사(8명)가 뒤를 이었다. 은행권에선 국민은행이 4명을 파견했고 한국예탁결제원도 3명을 파견했다. 총 74명의 파견인원 가운데 공무원은 검찰소속 1명이 전부였다.

금융위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지난 10월 기준 금융위에 근무 중인 민간 파견자들은 총 56명으로 금융위 정원 307명 중 18%로 정원의 5분의 1을 민간기관에서 충당한 셈이다.

 

금감원 피감기관에 수수료 걷어 예산 80%충당... 퇴직후 재취업까지

금감원은 금융사들로부터 인력은 물론 감독업무에 따른 수수료까지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감독분담금'은 금감원이 매년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사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데 따른 수수료 명목으로 거두는 돈이다. 올해 감독분담금은 2,921억원으로 금감원 전체 예산(3,666억원)의 79.3%에 달한다. 

이 외에도 금감원 퇴직자들이 금융사로 재취업하는 관행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인사혁신처는 올해 1~11월 금감원 퇴직자 중 총 28명에게 재취업 승인·가능 판정을 내렸는데, 이들이 재취업한 곳은 보험사, 증권사 등 피감독기관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업권 관계자는 "금감원은 예산의 약 80%를 금융사로부터 받은 수수료로 충당하고, 고액연봉을 받는 우수한 인력들을 데려가 일을 시키니 갑도 이런 갑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굳이 장기 파견보다 한시적 TF형태로도 얼마든지 금융사와 당국간 협력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사와 금융당국 사이에 모종의 '유착 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사가 임금을 줘가며 파견 보내는 것은 일견 손해지만, 금융당국과의 믿을만한 소통 채널이 생긴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거래"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 당국에 파견다녀온 직원을 좋게 대우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의 재취업 역시 금융사와 금융당국간 필요에 의한 거래 성격이 있다"면서 "과거에 비해 많이 투명해졌지만 일단 기업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사내에 금감원 출신 고위직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감원의 공정하고 투명한 감독 기능을 위해 금융당국의 '파견 갑질' 등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금융감독기관이 피감독기관 직원을 파견받아 쓰는 것은 정보 유출, 피감기관과의 유착 등 심각한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정부기관이 민간인력을 파견 형식으로 정원의 20%나 쓰는 것은 명백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 힘 의원은 21일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입법을 진행하는 국회의원들도 필요하면 (외부 인사들을) 직접 찾아가서 경청하고 적절한 비용을 드리고 있다"면서 "아무리 기관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지만 민간 고급 인력을 십수년간 징발하는 구태는 전면 원점 재검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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