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사법' 힘 실렸다... 강일원 평가위원, 삼성준법委 '합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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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적 사법' 힘 실렸다... 강일원 평가위원, 삼성준법委 '합격점'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12.1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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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파기심 재판부, 최종 보고서 제출 받아
강일원 "위법행위, 과거 비해 매우 어려워져"
18개 항목 중 '긍정' 10개... 중립 2개, 부정 6개
준법감시위 '실효성' 및 '지속가능성' 긍정 평가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를 종합 평가해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강일원 전문심리위원(전 헌법재판관)이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긍정 평가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이기륭 기자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를 종합 평가해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강일원 전문심리위원(전 헌법재판관)이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긍정 평가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이기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재판부가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를 종합 평가해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강일원 전문심리위원(전 헌법재판관)이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긍정 평가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과 변호인단이 각각 추천한 홍순탁 회계사와 김경수 변호사는 서로 상반된 의견을 내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강 전 재판관의 '긍정' 의견은 삼성 준법감시제도에 대한 재판부의 양형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6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강 전 재판관을 포함한 전문심리위원 3인은 지난 14일 재판부에 총 83페이지 분량의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강 전 재판관은 18개 세부평가항목 중 절반 이상인 10개에 긍정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8개 항목에서도 부정평가는 6개에 그쳤고, 2개 항목은 중립이었다. 

3인의 전문심리위원들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법령에 따른 삼성계열사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 ▲강화된 준법감시제도의 지속가능성 등 3개 부문, 18개 세부항목에 대한 평가를 공동으로 진행했다. 

앞선 공판에서 재판부는 삼성이 설립한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의 실효성 검증을 위해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전문심리위원제'를 도입한 바 있다 이에 따른 전문심리위원으로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과 참여연대 출신 홍순탁 회계사, 김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등 3인이 선정됐다.  

강 전 재판관은 이 사건 재판부가 추천한 인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주심을 맡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특검은 홍순탁 회계사를, 변호인단은 김경수 변호사를 각각 추천했다.  

평가 결과, 삼성 준법감시제도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은 2:1로 갈렸다. 특검 측 홍 회계사는 '부정', 변호인 측 김 변호사는 '긍정' 의견을 각각 낸 가운데, 재판부가 직권으로 선정한 강 전 재판관은 대체적으로 '긍정' 의견에 손을 들었다.  

강 전 재판관은 "이 사건 이후 삼성이 준법감시조직의 위상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인력도 강화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아직 최고경영진에 대한 준법감시에는 일정 한계가 있지만, 회사 내부조직을 이용해 위법행위를 하는 것은 과거에 비해 분명히 어려워졌다"고 총평했다.  

실효성과 관련해서도 "삼성준법감시위는 회사 외부조직으로 관계사와 최고경영자에 대해 상당히 폭넓은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준법조직 역할도 확대되고 있고, 회사 내 준법문화 활동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아가 강 전 재판관은 "앞으로 인선여부에 따라 준법감시위의 독립성과 독자성이 약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 상황에서는 삼성이 준법감시위를 약화 혹은 폐지하거나,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등의 행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준법감시위 설치 이후, 삼성이 적극적인 변화 의지를 나타내며 준법위 권고를 실천에 옮긴 사례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위는 올해 3월 최고경영진에게 요구되는 최우선 준법 의제로 경영권 승계, 노동문제, 시민사회와의 소통 등 세 가지를 정하고 개선을 권고했다"며 "(준법위 권고는) 이 부회장이 '4세 승계 포기', '무노조 경영 폐기' 등을 포함한 대국민기자회견을 여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강 전 재판관은 "새로운 유형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감시감독 체제를 구축하는데 아직 이르지 못한 점, 준법감시위의 권고를 강제할 제도적 방안이 없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강 전 재판관은 삼성 측이 준법감시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와 관련된 컨설팅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부연했다. 삼성은 준법감시위가 권고한 '새로운 감시감독 체제 구축 방안'을, 세계 3대 경영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법령에 따른 준법감시제도는 개정이 없는 한 지속될 것"이라며 "준법감시위의 현재 조직과 관계사들의 지원, 회사 내 준법문화 여론 등에 대한 관심을 지켜본다면 지속가능성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재판부의 권고로 준법감시위가 구성되고 관계사 및 계열사에 준법감시 조직이 강화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며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은 궁극적으로 최고경영진의 의사에 달려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올해 1월 열린 4차 공판에서 "삼성의 준법감시 제도는 실질적, 실효적으로 운영돼야 양형조건으로 고려할 수 있다"며 제도 운영 실태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언급했다. 

'회복적 사법'을 중시하는 재판부는 이 사건 양형 판단에 있어 특히 '범행 후의 정황'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범행 후의 정황'은 우리 법이 정한 감경사유 가운데 하나이다(형법 51조). 재판부는 '범행 후의 정황'을 객관적으로 살피기 위해, '삼성 준법감시제도에 대한 전문심리위원의 검증'이란 수단을 활용했다. 즉 전문심리위원의 평가 결과는 '범행 후의 정황'에 대한 재판부 판단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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