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협박', 檢은 '정보유출'... 냄새 구린 프로포폴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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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협박', 檢은 '정보유출'... 냄새 구린 프로포폴 수사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12.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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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유명인 '프로포폴 투약 사건' 의혹 무성
제보자, 대기업에 금품 요구하다 구속, 1심 '실형'
기자, 피고인 부친에 협박 혐의로 최근 피소
檢, 피고인 강압 의혹... 수사관 교체요구 묵살
'결백 입증' 문서 등 수사정보 유출 정황까지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올해 2월 국내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을 폭로한 인터넷매체 기자가, 관련 사건으로 구속된 병원 직원의 부친을 협박한 혐의로 고소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앞서 올해 8월, 위 매체에 사건을 처음 제보한 A는 대기업 부회장 측에 돈을 요구하다가 상습 공갈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건은 보도 당시부터 공익제보자를 자처한 A와 인터넷매체 기자 B 사이에 모종의 커넥션에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사건을 처음 언론에 흘린 제보자가 공갈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기자마저 협박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된 기사의 작성 경위 및 취재 과정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기자 피소 사실을 단독 보도한 매체는 프로포폴 투약 사건 수사를 담당한 검찰의 석연치 않은 행태도 지적했다. 매체에 따르면 구속된 병원 직원은 “검찰 수사팀이 강압적으로 진술을 요구해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게 진성서를 제출했다. 해당 직원은 남성 검찰수사관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모 대기업 부회장의 투약 관련 진술을 털어놓으라”는 압박을 받았으며, 여성수사관으로 교체해 달라는 요구도 거부당했다고 진술했다.

14일 오전 <뉴스1>은 프로포폴 상습 투여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 성형외과 전 직원(간호조무사·여성)이, 해당 의혹을 최초 보도한 모 인터넷매체 B기자를 협박죄로 고소한 사실을 보도했다.  

B가 위 직원 부친에게 접근해 “취재에 협조하지 않으면 딸이 증거인멸교사죄로 검찰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협박했다는 것이 고소 사실 요지이다. 

신씨의 남자친구 A는 올해 초 "모 대기업 부회장이 프로포폴을 투약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와 언론에 제보했다. A는 추가폭로를 하겠다며 모 대기업 부회장 측에 돈을 요구하다가 공갈협박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지난 10월, A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신씨 부친 협박 혐의로 고소당한 B기자는 '공익제보자 A'를 앞세워 지난 2월 폭로 기사를 내보냈다. 

뉴스1 보도를 기준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면 지난해 12월 말 B기자는 신씨 부친에게 협박성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신씨 남자친구가 음성파일을 검찰에 제출하려고 하는데 내가 막고 있다. 취재에 협조하지 않으면 음성파일이 제출되고, 그러면 신씨가 증거인멸교사죄로 조사받을 수도 있다.'

이에 신씨는 최근 B기자를 협박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 사건은 신씨를 기소한 동일 수사팀에 배당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픽사베이

 

검찰, 결백 입증할 증인 한 차례도 소환 안 해  

신씨는 “검찰 수사팀이 강압적으로 진술을 요구해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진정서도 제출했다. 수사팀이 대기업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사실을 털어놓으라며 심리적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신씨는 여성 수사관으로의 교체를 요구했으나 검찰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의 석연치 않은 정황은 더 있다. 

대기업 부회장 측은 프로포폴 투약 의혹을 반박하고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핵심 증인 C의 인적사항을 검찰에 제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C는 자신이 별도로 작성한 진술서만 검찰에 제출했을 뿐, 단 한 차례도 소환조사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C에게 연락을 취한 사람은 검찰이 아니라 모 매체 기자였다. 해당 기자는 진술서 내용을 토대로 C에게 취재를 요구했다.  

C는 자신이 작성한 진술서 내용이 수사팀을 통해 외부에 유출된 것으로 보고, '신원불상의 수사팀 관계자'를 개인정보 유출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의 이같은 행태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검찰이 대기업 부회장을 특정해 무리한 수사 및 기소를 강행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검찰의 수사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신씨와 성형외과 원장 등을 구속기소하면서 사건 수사를 마무리했으나 구속만료 기간이 다가오자 다른 혐의를 적용, 추가 기소를 했다. 이른바 '쪼개기 기소'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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