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대표소송제, 中企에 직격탄... "투기자본 사냥감 전락"
상태바
다중대표소송제, 中企에 직격탄... "투기자본 사냥감 전락"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12.14 14: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巨與의 폭주... 상법개정안 본회의 단독처리
소액으로 중소기업에 적대적 소송 가능
전문가들, "선진국 엄격한 제동장치 둬"
상장협, "도입시 소송 리스크 4배 늘어"
윤호중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왼쪽)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시장경제DB
윤호중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왼쪽)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시장경제DB

상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코스닥 등 중소형 기업들이 줄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가 신설돼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기업사냥꾼'들이 작은 금액으로도 고의적·악의적 소송 제기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13일 금융업계에선 상법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다중대표소송제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모회사의 1% 이상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소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 9일 '대주주 의결권 3% 룰',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 재석 275명에 찬성 154명 반대 86명 기권 35명으로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와 전체회의를 거쳐 이들 법안의 단독 처리를 강행했다.

이로써 모회사 주주가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상장 모회사 주주의 경우 모회사 지분 0.5% 이상 주주(6개월 이상 보유)에게 소송 제기 자격을 주고, 비상장사 모회사 주주는 보유 기간에 상관 없이 지분 1% 이상을 보유하면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

이미 전문가들은 다중대표소송제가 입법취지와 달리 중소·벤처기업의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독소 조항이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일례로 지난 9월 24일 본지 창간 9주년 기념 경제정책토론회에서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해외의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한 '완전 모자회사' 사이에서만 예외적으로 인정하거나, 소 제기에 앞서 법원의 허가를 얻도록 하는 등 그 행사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다"며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다중대표소송제는 '제동장치'를 거의 갖추지 않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특히 대기업과는 달리 코스닥 기업들은 시가총액이 크지 않아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시 소액으로도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코스닥협회 등이 시총 2조원 이상의 기업들에 대해서만 다중대표소송제를 적용하자는 '안전장치'를 요청했지만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K스탠다드'라는 명목하에 무리하게 시가총액이 작은 중소기업까지도 다중대표소송제를 일률 적용해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에 더 가혹한 제도가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에 따라 상장사의 소송 리스크가 3.9배 증가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가 지난 7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2,081개 상장사 가운데 타법인 출자회사 1,57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할 경우 소송 리스크가 4배가 가까이 급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경쟁업체가 경영마비를 목적으로 악의적인 소송을 제기할 경우 코스닥 기업들의 해외영업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며 "코스닥 기업이 신사업분야 개척과 일자리 창출에 써야 할 여력을 투기자본 방어에 소모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상장협과 코스닥협회 측은 개정 법률 시행 전 부작용을 최소화할 보완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국회와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