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채권 94%가 '공기업'... 일반기업들 왜 발행 꺼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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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채권 94%가 '공기업'... 일반기업들 왜 발행 꺼리나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12.13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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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관치주도 한국 ESG채권시장
무디스 "국내 ESG채권시장 공기업 일색"
재계 "ESG채권 실익 없고 업무부담만"
일본, ESG인증·컨설팅 수수료 비용 지원
미국, 채권 이자지급 시기에 보조금 지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 유튜브 및 KTV, 6개 방송사를 통해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했다. 사진=청와대 공식블로그 ​[출처]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작성자 대한민국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 유튜브 및 KTV, 6개 방송사를 통해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했다. 사진=청와대 공식블로그

국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대부분 공기업이 견인역할을 하고 있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ESG 채권시장에 나설 수 있도록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 선언을 예고한 가운데 금융투자업계는 ESG채권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탄소중립화(Carbon Neutrality)는 개인·회사 등이 이산화 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할 대책을 세워 이산화 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한 정책으로 풀이된다.

ESG채권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이는 발행자가 조달한 자금을 환경·사회적 사업·지속가능성 등에 한정해 사용하겠다는 것을 확약하는 특수목적 채권을 통칭한다. 사용처에 따라 그린본드, 소셜본드, 지속가능채권으로 나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국내 ESG채권 발행금액은 46조 원을 넘어섰다. 주식형 ESG펀드 역시 3년간 연평균 47% 이상의 기록적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정부가 100조원 규모의 '그린·디지털 뉴딜' 계획을 발표하면서 증권가에서 관련 투자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ESG투자가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9일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한 ESG관련 포럼에서 "ESG 투자와 수익성이 단기적으로는 배치되는 개념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로 배타적 관계가 아니다"라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ESG 요소가 투자에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 ESG채권시장은 사실상 공기업들이 견인하고 있어 일반 기업들을 위한 제도적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한국신용평가 제공
그래프=한국신용평가 제공

4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한국 ESG채권시장의 현황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ESG채권시장이 인위적 관치주도로 형성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발행된 ESG채권 가운데 공기업 채권이 94%를 차지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채권이 38조3,000억원으로 89%를 차지했고 이어 예금보험공사(1조3,000억원), 한국장학재단(9,000억원) 순이다.

이어 보고서는 아직 ESG채권의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공기업들이 기존 고유사업에 ESG라는 '이름표'만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신평 측은 "공기업의 경우 모두 기존 고유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에 대해 ESG 인증을 받고 있으며, 민간 금융기관이나 기업들도 대부분 기존 사업을 대상사업으로 ESG 인증을 신청하고 있어 추가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현재 기업이 ESG채권을 발행하는 주요 목적이 대부분 정부의 직간접적 압박, 기업 홍보효과 등 비재무적·간접적 효과 뿐 실익이 없다"면서 "일본의 경우 ESG인증과 관련한 인증비용과 컨설팅 수수료 등 추가비용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도 채권 이자지급 시기에 맞춰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발행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하고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10일 "공기업과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일부 대기업들만 ESG채권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수익이 예상된다면 기업들이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짧게 답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ESG관련 상품이 선전한 것은 환경에 대한 관심도 있겠지만 코로나 봉쇄로 화석 에너지를 쓰는 항공기와 선박이 멈췄기 때문"이라며 "ESG 점수만으로 기업의 성과와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은 아직은 위험한 접근"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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