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법적' 신문권 요구에 고성까지... 특검, 이재용 재판서 어깃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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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법적' 신문권 요구에 고성까지... 특검, 이재용 재판서 어깃장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12.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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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이재용 파기심 8차 공판 분석
특검, '불공정 재판' 프레임 씌우기 논란
이복현 검사 "신문권 달라" 반복 주장에 고성
법에 없는 전문위원 신문권... 초법적 권한 요구
재판부 "법상 안 되는데 계속 반복" 결국 폭발
전문심리위원 3명 중 2명... "삼성 준법감시위 긍정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7일 서울고등법원 303호 법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8차 파기심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당초 21일 진행하려던 이재용 부회장 결심 공판을 특검의 반복된 문제제기와 불만표시에 30일로 잠정 연기했다. 사진=이기륭 기자

“이복현 검사님께서 전문심리위원 절차가 마치 불공정하게 진행된다는 인상을 자꾸 주시는 것 같다....(중략)... 지난번에 다 합의된 절차 따라 진행하고 있다.” -정준영 부장판사
 

긴장감이 감돌던 법정 안에서 이복현 부장검사가 고함을 내질렀다. 7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송영승·강상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파기환송심 8차 공판에서다. 그는 재판부를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면서 발언 및 반박기회 부여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재판장이 예단을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편견을 갖고 있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이 부장판사에 앞서 공판에 참여한 양재식 특검보가 10개월 전인 올해 2월 재판부에 요구한 것과 그 내용이 거의 같다. 

양 특검보의 '재판 진행 불공정'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 양 특검보가 낸 재판부기피신청에 대해 서울고법 재판부와 대법원 재판부는 일관되게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 불공정을 인정할만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런 사정을 모를리 없는 이 부장검사는 대법원의 '재판부 기피신청 기각' 이후 재개된 이 사건 공판에서 거듭 기존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사건의 신속한 진행을 강조해도 모자랄 검찰이 되레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공판은 이 부장판사의 반복된 이의 제기에 초반부터 제동이 걸렸다. 이 부장검사의 불만 표시가 계속되자 재판부는 간접적으로 유감의 뜻을 전했다. 정 부장판사는 나직한 목소리로 "이복현 검사님께서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말씀을 하시는데, 재판은 합의된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판에는 삼성그룹 준법감시제도 전반을 살핀 3인의 전문심리위원이 출석했다. 이들은 삼성 준법감시제도의 실체를 분석, 긍부정 의견이 담긴 평가를 내렸다. 이들의 평가(의견진술)는 이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의 핵심 고려사항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공판은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 사건 공판 전체 심리 과정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을 피고인으로 하는 이 사건 공판은 17년 상반기 시작됐다. 지난해 8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원심(서올고법 항소심)을 파기하면서 현재의 재판부가 파기심 심리를 맡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7일 서울고등법원 303호 법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8차 파기심 공판을 진행했다. 법정에 출두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7일 서울고등법원 303호 법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8차 파기심 공판을 진행했다. 법정에 출두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특검, 법령에도 없는 '초법적 권한' 요구...
재판부, 특검 의견진술 위한 기일 추가 지정 

'전문심리위원제도'는 형사소송법 279조의2에 터잡고 있다. 동 법에 따르면 검사나 변호사는 전문심리위원의 평가에 각자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심리위원이나 피고인을 상대로한 '신문'(질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부장검사는 재판부에 줄곧 '신문' 허용을 요구했다. 법령에 근거가 없는 '초법적 권한 허용'을 재판부에 요구한 셈이다. 전문심리위원 혹은 피고인에 대한 신문을 허용한다면 재판부는 부적법한 소송지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 부장검사는 “절차적으로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에 대한) 의견진술 할 기회를 준다고 하는데, 목요일(3일) 밤늦게 받은 의견서가 수십 페이지 분량에 달해 의견진술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전문심리위원에 대한 질문을 고집스럽게 요구했다. 지난 기일 이 부장검사는 전문심리위원 의견진술 기일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하겠다고 밝혀 변호인단을 자극했다. 

특검이 반복적으로 초법적 권한 허용을 요구하자 재판부는 난색을 표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미 지난기일에 다 정리된 것”이라며 “정리된 것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발언 도중 이 부장검사가 “기회를 달라”고 끼어들자, “말 끊지 말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에 대한 질문이 안된다는 것은 법에 정해져 있는 것이고, 특검이나 변호인 의견진술 기회는 부여돼 있다”며 “이 자리에서 의견을 말하거나, 미흡하면 최종 변론기일 오전에 하도록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검사는 주장을 접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여 특검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별도의 기일을 추가 지정했다. 

재판부는 이달 21일 기일을 새로 잡아 특검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결심 공판은 30일 열릴 예정이다.

결심공판 연기에 대해 변호인단은 "특검이 어린아이 응석부리듯 해, 추가 기일이 지정된 것 같다. 몹시 실망스럽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특검 측이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고 언성을 높이면서, 양측간 고성이 오고갔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전문심리위원 3명 중 2명 "삼성 준법감시제도 긍정적"

재판부는 삼성이 설립한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의 실효성 검증을 위해 형사소송법이 정한 '전문심리위위원제'를 도입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의 실효적 운영 여부를 살필 전문심리위원으로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재판부 위촉), 참여연대 출신 홍순탁 회계사(특검 및 검찰 추천), 김경수 변호사(변호인 추천) 등 3인을 선정했다.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은 사실상 2:1로 갈렸다. ‘캐스팅보트’나 다름없는 강 전 재판관은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제도가 위법행위를 유형별로 최대한 사전에 예상해 발생 가능한 위험을 미리 정리할 수 있는지 여부와, 위법행위 인지 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여부 등 두 가지에 중점을 두고 점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 이후 삼성이 준법감시조직의 위상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인력도 강화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아직 최고경영진에 대한 준법감시에는 일정 한계가 있지만, 회사 내부조직을 이용해 위법행위를 하는 것은 과거에 비해 어려워졌다”고 총평했다. 

실효성과 관련해서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회사 외부 조직으로 관계사와 최고경영자에 대해, 상당히 폭 넓은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준법조직 역할도 확대되고 있고, 회사 내 준법문화 활동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김경수 변호사도 “삼성 준법감시 제도에 구조적인 변화가 있었다”며 “준법감시위 출범과 함께, 준법감시 실무조직의 위상과 지위가 강화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준법감시위는 최고경영진에 특화한 조직으로 만든 것”이라며 “외부조직이지만 준법감시 활동과 관련해선 이사회나 감사회를 뛰어넘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심문제라 할 수 있는 '최고경영진 불법 비리 방지'를 위한 시작이 이뤄졌다고 본다”며 “총수인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약속은 국민적 관심사안이 됐고, 준법의지를 상당 부분 담보하는 시스템이 구축됐다”고 판단했다. 

반면, 특검이 추천한 참여연대 출신 홍순탁 회계사는 “준법감시위의 모니터링 체계가 공백상태”라며 “준법감시위가 지속가능한 제도인지도 확신할 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그는 “기본적 사항에 대한 점검을 짧은 기간에 했음에도 대부분 미비하다는 것은, 현 시점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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