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평순 대표 "29년 화장품 인생 걸었다, 제품 아닌 '문화' 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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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평순 대표 "29년 화장품 인생 걸었다, 제품 아닌 '문화' 팔 것"
  • 홍성인 기자
  • 승인 2020.12.0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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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평순 오가닉 포에버(ORGANIC FOREVER) 대표
더페이스샵·네이처리퍼블릭 설립 참여 경력
화장품·문화콘텐츠 융합, 새그림 그리며 출사표

최근 코로나 확산으로 국내 화장품 업계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은 물론, 폐업을 선언한 기업도 늘고 있다. 어려워진 기업 환경으로 화장품 업계를 떠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업계로 복귀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새롭게 화장품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 그리고 과거의 영광을 다시 만들기 위해 복귀하는 이른바 ‘왕들의 귀환’도 이슈가 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에 한 획을 그었던 더페이스샵 창업주이자 네이처리퍼블릭을 만든 정운호 회장이 일선에 복귀한 데 이어 AHC 매각으로 K-뷰티의 대표 잭팟의 주인공이었던 이상록 회장이 화장품 사업을 재개하는 등 업계의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 화장품 브랜드숍 미샤를 만들었던 서영필 회장의 복귀설이 돌고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그런 가운데 정운호 회장과 함께 더페이스샵과 네이처리퍼블릭을 함께 만들었던 박평순 대표도 돌아왔다. 오가닉 포에버(ORGANIC FOREVER)라는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고 “아직은 가슴이 시키는 것을 할 때”라며 3년 만에 화장품 업계로 돌아 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박평순 오가닉포에버 대표. 사진=시장경제신문
박평순 오가닉포에버 대표. 사진=시장경제신문

■ 화장품 업계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알고 싶다.

“삶의 전부였던 네이처리퍼블릭을 떠난 후 오랜 기간 삶을 돌아볼 시간을 가졌다. 나름 여유 있는 시간이었지만, 마음은 평생을 몸 담았던 화장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많은 고민 끝에 혼신을 다해 나를 던졌던 이곳이 결국 내가 있어야 할 곳이란 결론을 내렸다.

화장품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벌써 29년 전의 일이다. 대학교 1학년 때 선배의 소개로 시작하게 된 아르바이트가 인연이 되어 이제는 나의 삶이 됐다. 물론 다시 돌아오기로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곳을 돌아보았고 많은 이들을 만났다. 하지만 가슴 한켠에는 채워지지 않은 갈증이 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방문한 중국에서 그 결핍의 이유를 알게 됐다. 화장품 매장을 서성이는 내 모습을 본 것이다.

이미 삶의 일부가 된 화장품을 보면서 나는 다시 화장품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려도 있었다. 다시 돌아 온 내 모습을 다른 이들이 어떻게 볼지, 그리고 공백기가 있었던 만큼 사업 전개에 어려움은 없을지 스스로에게 자문하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가 됐다. 많은 이들이 복귀를 환영했고, 함께 일했던 이들도 나와 함께 하기 위해 사무실을 찾아왔다.

가슴이 떨려왔다. 화장품이 바로 있어야 할 곳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생겼고, 자신감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기대라는 표현은 부족한 것 같다. 당연히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고, 이미 삶의 일부가 돼 있었던 것을 나 혼자만 몰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오가닉 포에버는 어떠한 회사인지 소개해달라.

"오가닉 포에버는 29년 화장품 인생을 건 인생작이다. 올해 7월 문을 열었고 내 모든 노하우와 인적 기반이 모두 집약된 곳이다.

회사를 세우기 위해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했다. 안전한 화장품, 친환경을 지향하는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회사명부터 오가닉을 적용했다.

회사 설립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기업들과 제조사들을 방문하며 제품의 성분과 용기에도 유기농, 친환경을 적용했다.

특히 다양한 국가를 방문하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서퍼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고, 8월 초 첫 제품으로 서퍼 선크림을 론칭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양양 서피비치와 함께 화장품을 개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양양 서피비치와 함께 서퍼 클렌징과 서퍼 피부 장벽 보호 에센스 등을 공동 연구해, 론칭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두 번째 제품으로 중국 시장을 겨냥해 ‘明明白白(명명백백)’, ‘小小笑笑(소소소소)’ 등 4가지 한자로 제품명을 담은 마스크팩을 개발해 해외에 선주만 200만장, 추가 주문 1000만장을 약속 받았다.

이들 제품 외에도 폼클렌져, 에센스, 여성기초, 마스크팩, 립밤, 핸드크림 등 50여 품목을 올해 하반기 중 모두 론칭할 계획이다.

소품종 대량생산 및 라인의 다각화를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기업의 수익 구조에 절대적인 원칙을 고수해 온 원브랜드숍의 장점을 그대로 회사에 녹이고 있다. 또한 3년여 동안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느낀 점들과 그동안 계획만 갖고 실행하지 못했던 유통 다각화에 대한 청사진도 이미 마련했다. 라인을 확대해 국가별, 인종별, 유통별 전용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서퍼, 편의점, PX 등 틈새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박평순 오가닉포에버 대표. 사진=시장경제신문
박평순 오가닉포에버 대표. 사진=시장경제신문

■ 과거와 다른 시장환경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우선 코로나 확산 이후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화장품 시장의 판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들의 한계가 극명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비대면이라는 말을 내세운 온라인 유통이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선호하는 제품, 제품 구매 연령대도 한층 다양화 됐으며 합리적인 소비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와 함께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자 가장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자국 화장품 산업 육성책과 로컬 기업들의 성장들로 이른바 무한 경쟁시대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중국은 꿈의 시장이다.

이러한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우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제품 개발과 비대면 유통 강화, 그리고 서퍼와 편의점 등 틈새 유통 공략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달팽이 크림은 군부대 PX에, 폼클렌저는 3대 편의점(CU·GS25·세븐일레븐)으로, 2종 3종 기초 세트는 대형 마트(하나로)로 상품별 전용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서퍼 등 젊은 세대를 겨냥한 제품을 개발해 특정 유통에 공급할 계획이다.

또한 중국을 베이스캠프로 하는 제조, 영업, 마케팅 전략을 통해 한국의 제품을 중국에서 판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한국에서 연구 개발, 생산된 제품을 중국에 역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오늘날 화장품 산업은 문화콘텐츠 산업이 됐다.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를 판매하는 융합의 시대가 열렸고, 앞으로 오가닉 포에버가 가고자 하는 길은 여기에 있다.

화장품이 이제는 시대와 장소, 국가와 인종을 넘어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새로운 영역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앞으로 모든 사업 전개의 시작과 끝에 ‘화장품은 문화콘텐츠’라는 기치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마지막 그 순간까지 멈추지 않아야 한다면 결국 화장품 업계에서 나의 마지막 일기를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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