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내부범죄 급증... "일벌백계로 기강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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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내부범죄 급증... "일벌백계로 기강 잡아야"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11.2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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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 보험해지 수수료로 해외여행
보험직원, 지인 통장 도용 1억 편취
설계사가 서류 위조해 수천만원 챙기기도
전문가들 "내부통제에도 작정하고 약점 이용"
사진=KBS뉴스 2018. 10. 22 캡쳐
사진=KBS뉴스 2018. 10. 22 캡쳐

최근 보험사 직원·설계사·중개업체 등 '내부자'에 의한 보험사기가 늘면서 업계전반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벌백계'와 상시 감시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보험중개업체를 운영하며 보험 관련상품 투자를 빙자해 약 1,270억 원 상당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업체 설립자 등을 최근 구속기소했다.

서울동부지검 공정거래·경제범죄전담부는 보험중개업체 공동설립자 겸 영업 총괄을 맡은 A(46)씨, 공동설립자 겸 재무 담당 본부장 B씨(43) 등 2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위반, 사기,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로 지난 20일 구속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 등은 2012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투자금을 받아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필수유지기간이 경과한 뒤 보험을 해지하고, 원리금과 보험사가 주는 중개수수료 일부를 지급하겠다"고 속여 1,751 명에게서 약 1,270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A씨 일당은 투자금 상당부분을 선순위 투자금을 돌려막거나 소속 보험설계사들의 해외여행경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여러 보험중개업체를 운영하면서 계획적으로 다수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필수유지기간(12~24개월) 이후 해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감독원,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자료=금융감독원, 그래프=시장경제신문

검찰은 이들 일당이 이같은 방식으로 보험회사로부터 보험중개수수료·중도해지환급금을 지급받아 결과적으로 납입한 보험료의 원리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돌려받아 보험사의 재정 부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현재까지 급여와 수당 등으로 A씨 등이 얻은 범죄수익 195억 원에 대해 추징을 구형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기 불황 속에서 빈발하는 유사수신 등 서민생활침해범죄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보험사 직원·설계사 등 '내부자' 범죄 늘어

20일 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의 직원이 지인들 명의의 통장을 도용해 억대의 보험사기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업무를 담당했던 직원 A씨는 지난 4월 자신이 보험료를 내주고, 영업실적만 올린 뒤 곧바로 계약을 해지해주겠다며 지인들을 속여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를 입수했다. 이후 보험은 가입하지 않고, A씨가 지인들과 교통사고가 있었던 것처럼 사고 접수한 뒤 지인 통장에 보험금이 입금되면 가로채는 수법으로 37명에게 약 1억 원을 편취했다.

보험회사 직원이 사고를 접수해도 회사가 실제 사고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DB손보 관계자는 "내부통제로 파악된 건으로 피해 금액 약 9,500만원을 해당 직원 측에서 변제해 큰 피해는 없는 상태"라면서 "해당 직원은 퇴사조치했다. 향후에도 철저한 내부통제와 신상필벌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설계사들의 보험사기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 29일 금융감독원은 현대해상·법인보험대리점(GA) '글로벌금융판매' 전속 설계사 등 3명에게 180일·60일의 업무정지와 등록취소 제재를 각각 내렸다.

현대해상 소속 설계사 A씨는 2016년 6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자신이 모집한 고객의 보험금 청구서류를 본인이나 자녀 이름으로 인적사항을 위조해 제출하는 방법으로 234회에 걸쳐 보험금 1,851만 원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

글로벌금융판매 소속 설계사 C씨는 2014년 9월부터 2017년 1월 사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사고 당시 차량에 탑승하지 않은 사람도 교통사고로 피해를 입은 것처럼 속여 7개 보험사에서 2,550만 원을 챙겼다.

이처럼 보험업계 '내부자'들에 의한 사기행각은 최근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설계사에 의한 보험사기 적발인원은 2017년 1,055명에서 지난해 1,600명으로 늘었다. 같은 시기 병원(1,233명) 및 자동차 정비업체(1,071명) 등 외부 종사자들이 적발되는 건수는 소폭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금융감독원,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자료=금융감독원,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전문가들, "일벌백계와 교육으로 도덕적 해이 막아야"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잠재적 보험사기 발생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사기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22일 발간한 '데이터 분석을 이용한 보험사기 방지' 보고서를 통해 "경기침체로 인한 가계재정 악화가 보험사기 유인을 높인다"고 전제하며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보험사기가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국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꾸준히 증가한 반면, 적발인원은 몇 년간 정체 또는 감소하다 지난해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8만3,431명이던 적발인원은 2018년 7만9,179명으로 줄었다가 2019년 9만2,538명으로 급증했다.

보고서는 "보험사기는 선량한 보험계약자의 보험료를 인상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에 사기행위를 전염시키고 사회구성원 간 신뢰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하면서 사생활침해 등의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선에서 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보험사기를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주요 보험사들은 이미 충분히 신뢰할만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이 작정하고 범죄를 기획하면 약점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내부통제를 철저히 해도 결국 직원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마지막 보루가 될 수 밖에 없다"면서 "뻔한 얘기지만 일벌백계와 교육으로 도덕적 기강을 세우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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