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富의 세습'은 왜곡된 시각... 가족기업, ESG 성과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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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富의 세습'은 왜곡된 시각... 가족기업, ESG 성과 탁월"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0.11.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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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타당한가' 시장경제 창간 9주년 토론회
신현한 교수, 가족기업 선행 연구 사례 소개
"미국 Fortune 500기업 중 가족기업 42%"
"100년 이상 글로벌 기업 대부분 가족기업"
"사회적 평판에 민감... 도덕 경영 선도"
신현한 연세대학교 교수.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신현한 연세대학교 교수. 사진=시장경제신문 DB

가족기업이 경영 성과면에서 비가족기업에 비해 우월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도 탁월하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또한 미국 ‘포춘(Fortune) 500’ 기업 중 42%는 창업자 혹은 그 가족이 직접 경영하거나 경영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이른바 ‘가족기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은 해마다 매출액 기준 최대기업(자국 기준) 500곳을 집계해 발표한다. 현 시점 기준 미국 최대기업 10곳 중 4곳이 ‘가족기업’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기업 경영성과 및 지배구조 연구전문가인 신현한 연세대 교수는 18일 오후 시장경제, 자유경제포럼이 공동 주최한 경제정책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이런 내용이 포함된 해외 선행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징벌적 기업 상속세, 타당한가’를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좌장을 맡은 홍기용 인천대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발제는 기업 상속세제 전문가인 이성봉 서울여대 교수와 신 교수가 맡았으며,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교수)과 이영한 서울시립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신 교수는 해외 저명 저널에 게재된 가족기업 선행연구 결과를 다수 소개하면서 가족기업은 한국만의 특수한 후진적 관행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신 교수 발제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부분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경영성과’를 기준으로 할 때, 가족기업의 실적이 전문경영인 기업에 비해 우수하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에 대한 핵심 평가 지표로 활용되는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분석 결과, 가족기업의 성과가 전문경영인 기업에 비해 월등하다는 점이다.

이는 ‘재벌’이란 이름으로 낙인찍힌 국내 대기업집단의 경영권 승계를 단순한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일반의 인식이 다분히 감정적 측면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경제정의 실현과 부의 대물림 방지를 위해서라도 현재와 같은 ‘초고율 기업 상속세제’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은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신 교수는 “기업지배구조 모범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대표기업들 가운데는 가족기업이 매우 많다"며 ”유럽 27개국 2만7000개 이상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가족기업은 비가족기업보다 기업 수명이 더 길었으며, 실제 세계 각국의 100년 이상 장수기업 대부분이 가족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가족기업은 세계적 현상... 부의 세습 아니다" 

신 교수는 "독일 제약·화학 회사 머크는 창업 이후 무려 13대를 이어온 대표적 가업승계 기업"이라며 "가족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빈번하게 발견되는 경제적 현상인 만큼 이를 단순한 부의 되물림으로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가족기업에 관한 선행연구'를 주제로, 해외 학술지 게재 논문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그는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Journal of Corporate Finance, Journal of Finance,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Journal of Financial and Quantitative Analysis 등 주요 해외 저널에 실린 관련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가족기업이란, 창업자 혹은 그 가족 구성원이 상법상 최대주주로 등록돼 있으며 동시에 이사회 혹은 경영진에 소속된 기업을 의미한다. 

가족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해외 저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대부분의 기업은 창업주 내지 그의 가족이 직접 경영하거나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에서 가족기업의 비중을 경시할 수 없는 이유다.

핵심은 '지속 가능성'이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도덕성은 필수다. 사회에 해악을 끼치면서 생존이 가능한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 신 교수는 "기본적으로 가족기업은 짧게는 30년 길게는 100년 이후 미래까지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적 평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업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도덕 경영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현한 연세대학교 교수.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신현한 연세대학교 교수. 사진=시장경제신문 DB

 

"가족경영, 장기적 안목과 비전 추구... ESG 성과 탁월"

일반적으로 가족기업은 장기적 관점의 이익을 추구한다. 가업 승계 관점에서 장기적인 안목에 기반해 공유된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고 경영한다는 특성이 있다. 축적된 지식을 활용해 장기적인 투자와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 연구에 따르면, 국내 3367개 표본기업을 대상으로 실증 분석한 결과, 가족기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경영 성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창업자 또는 자녀가 경영하는 가족기업의 경영성과가 전문경영인 기업보다 우수하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족기업은 기업 가치와 경영 성과 등 모든 측면에서 비가족기업에 비해 우월했다. 창업자가 최고경영자나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창업자 또는 가족 지분이 많을수록 기업 가치는 상승했다.

가족기업은 창업주가 경영할 때 성과가 가장 좋았다. 하지만 차세대로 경영권이 이어지면서 성과는 다소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신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006년 페레즈 곤잘레스(Francisco Perez-Gonzalez) 연구를 보면, 차세대 경영자의 성과가 낮은 사례는 전문경영인 교육을 받지 못한 2·3세대가 경영권을 물려받았을 경우로 제한된다."

즉 기업을 물려받은 창업 2세 혹은 3세가 충분한 경영수업을 받은 경우에는, 그 경영성과가 전문경영인과 비교할 때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이 신 교수 설명의 요지이다.  

가족기업은 ESG 평가에서도 월등한 성과를 자랑했다.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투자와 경영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한다.

신 교수는 "가족기업의 경우 지속가능한 경영환경 조성을 주도하면서 친환경 분야 역량을 강화해 비재무적 가치를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이해관계자 모두가 지속 성장하는 건강한 기업을 목표로 가치 중심 경영을 추진하기 때문에, ESG 성과가 탁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 그는 가족기업과 거래하고 있는 협력업체들의 경영성과를 분석하기도 했다. 신현한 교수는 "실증연구 결과 수익성 등 각종 성장 지표에서 성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가족기업과 거래하는 협력업체들의 경우 마진이나 자산의 효율적 관리 등에서 더 뛰어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신 교수는 설명했다.

신현한 교수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를 받았다. 주요 연구분야는 기업 재무관리와 경영성과 분석, 지배구조 등이다. 미국 오레곤주립대 조교수, 캘리포니아주립대 부교수, 뉴욕주립대 조교수 등을 지낸 중견학자로 국내외 학술지에 다수의 연구논문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한국재무학회, 한국증권학회, 한국금융학회, 한국경영학회 등에서 임원 및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상의 자문위원을 겸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9일 동안 배우는 기업가치평가>, <CEO들이여, 파이낸스타가 되어라!> 등이 있다.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 학산 방지를 위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시책을 적극 반영했다.

토론회 주요 내용은 온라인 유튜브 채널(http://asq.kr/YLZHh6EMi3OG)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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