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금지령'에 대출 비상... "사다리 걷어차나" 서민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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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금지령'에 대출 비상... "사다리 걷어차나" 서민들 분통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11.1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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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30일부터 제한... 대출신청 쇄도
1억원 이상 신용대출로 집 사면 회수
연봉 8000만원 이상 DSR 40% 규제도
"부동산 정책 실패하더니 사다리 빼앗나"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시장경제DB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시장경제DB

금융위원회가 13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하자 은행권에 대출신청을 비롯한 각종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 30일 이후 1억 원 이상 신용대출후 집을 살 경우 대출이 회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13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가계대출 관리방안' 발표 직후인 14∼15일 사이 온라인 비대면 신용대출이 크게 늘었다.

한 시중은행은 이틀간 온라인 상에서 총 719건, 금액으로는 304억 원의 신용대출이 이뤄졌다. 불과 1주일 전 주말의 70억 원과 비교하면 4배가 넘는 액수다.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는 15~16일 신용대출 신청 고객이 일시적으로 몰리면서 접속 지연 현상까지 나타났다.

업계에선 당장 부동산 구입 계획이 없는 고객들도 향후 투자에서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앞다퉈 대출 신청과 문의를 해온 탓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 역시 "접속량이 평소보다 많을 경우 일시적으로 접속이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규제는 30일부터 1억 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개인이 1년 안에 규제 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신용대출을 회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신용대출 이후 집을 샀다면 그 대출은 주택 구입용도라고 가정한 것이다.

이 외에도 연 소득 8,000만 원을 넘는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총액이 1억 원을 초과할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 규제를 받게 된다. DSR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카드론 등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클수록 소득 대비 대출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연봉 1억 원에 주택담보대출 2억원(금리 3%, 만기 20년), 신용대출 1억 원(금리 3.5%)이 있는 경우 DSR 40% 적용시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대출가능 금액은 7,800만원으로 제한된다. 같은 조건에서 연봉이 8,000만 원일 경우 추가 대출가능 금액은 1,900만 원이 된다. 

금융회사의 고(高) DSR 차주 비중 규제도 엄격해진다. 앞으로 시중은행은 DSR 70%가 넘는 대출을 전체 15%에서 5% 이내, 90%가 넘는 대출은 전체 10%에서 3%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사진=YTN뉴스화면 캡쳐
사진=YTN뉴스화면 캡쳐

 

과거 대출 소급·가족합산 없고, 마이너스 통장은 '한도금액'으로

각 은행지점에는 신용대출 신청 외에도 규제와 관련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문의 내용은 주로 △과거 1억 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경우 규제 소급 적용 여부 △부부의 경우 규제가 어떻게 적용되는가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 실제 사용액과 한도 가운데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 등이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개인 단위 DSR 40%' 규제는 제도 시행일인 30일 이후 신용대출을 새로 받거나 추가로 받아 신용대출 총액이 1억 원을 넘는 경우 적용된다. 예를 들어 현재 4,000만 원을 빌려쓰고 있고, 다음달 7,000만 원을 추가로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이 내년 1월에 집을 살 경우 규제 시행일 이후 빌린 7,000만 원이 즉각 회수된다.

또한 이달 30일 이전에 1억 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보유한 것은 DSR 40% 규제 대상이 아니며 금리 또는 만기 조건만 바꾸는 재약정도 규제대상에서 제외된다.

아울러 이번 대출 규제는 부부나 가족 합산이 아닌 개인 차주별로 적용된다. 부부가 각 9,000만 원 씩 신용대출을 받아 1년 내 규제 지역에 집을 살 경우는 규제대상이 아니므로 대출금이 회수되지 않는다.

마이너스 통장과 같은 '한도 대출'의 경우, 총 신용대출 규모 산정시 실제 사용액이 아니라 금융회사와 약정 당시 설정한 '한도금액'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17일 은행 관계자는 "집을 사지 말라는 것 아니냐는 고객들의 원성이 높지만 정부 방침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처지"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은행에 대출을 문의하러 왔다고 밝힌 한 고객은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 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은 장본인"이라면서 "이제 대출까지 못하게 한다면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다른 고객은 "전세도 씨가 마른 상황에서 서민들은 앞으로 월세로 살라는 얘기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대출에 따른 책임을 각자가 지면 될 문제를 정부가 간섭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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