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대부업체 '붕괴' 조짐... 저신용자 대출길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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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대부업체 '붕괴' 조짐... 저신용자 대출길 막힌다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11.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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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금리 20%로 인하 후폭풍 예고
4만여명 不法 사금융 내몰릴 판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서민들의 고금리 대출 부담을 줄이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고금리 인하로 제도권 대부시장이 붕괴되고 저신용자가 아예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오전 당정협의 이후 최고금리를 기존 24%에서 20%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정협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측 김태년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 윤호중 법사위원장, 윤관석 정무위원장, 유동수 정책위 수석부의장,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 백혜련 법사위 간사, 김병욱 정무위 간사, 한병도 정책위 제1정조위원장, 조승래 원내선임부대표, 오영훈 당대표비서실장, 정태호 전략기획위원장, 홍정민 원내대변인, 정부 측 은성수 금융위원장,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참석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고 있지만 최고금리를 24%로 두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최고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최고금리는 2018년 2월 27.9%에서 24%로 한 차례 인하된 바 있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특히 마지막 제도권 금융기관인 등록 대부업체가 줄줄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대부업계에 따르면 2018년 최고금리 인하 이후 매출에 타격을 입은 중소대부업체의 폐업이 잇따랐다. 대부업계 1위였던 산와머니도 지난해 3월을 끝으로 신규 대출을 중지하고 사실상 한국 시장 철수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대부금융협회 회원사 26곳 중 11곳은 신규대출을 10건 이하로 집행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저신용자 대상 대출은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데 현재 이자율 수준으로는 역마진이 날 수밖에 없고, 최고금리가 4%p 추가 인하될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대부업체들은 결국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최고금리를 기존보다 4%p 낮췄을 때 대부업 이용자의 이자 감소액은 연간 최소 1,110억원에서 최대 1,560억원인 반면 추가 부담액은 연간 최소 5,205억원에서 최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대부업체를 이용하던 상당수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239만명이 20% 초과 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중 87%인 208만명은 계속 제도권에서 대출 받으면서 최고금리 인하의 혜택을 볼 것이라고 했다. 매년 이자 부담을 약 4,830억원 아낄 수 있다는 예상치도 내놨다. 반면 나머지 13%인 31만6,000명은 대출만기가 도래하는 향후 3~4년에 걸쳐 이용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취약계층인 4만여명은 사채 같은 불법사금융에 내몰릴 것으로 봤다.

정부는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서민금융 확대, 불법 사금융 근절 등 대책을 수립·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저신용·고금리 금융업권 경쟁력 제고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업계는 암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부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대형 대부업체들이 줄줄이 두 손을 들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금리가 다시 한 번 내려간다고 하니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몇 달이 남았다고는 해도 최고금리 인하를 뒤집을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면 대부업체 줄도산 사태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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