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감원 독립 주장하다... "공공기관 재지정"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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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감원 독립 주장하다... "공공기관 재지정" 역풍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11.1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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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사태, 반성보다 책임 떠넘기기... 결국 부메랑
홍남기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 검토"
내년 보궐선거 앞두고 조직 개편 가능성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이기륭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이기륭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코너에 몰렸다. 눈칫밥을 피하겠다며 외친 독립선언이 되레 공공기관 재지정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지난달 2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을) 2018년 네 가지 조건부로 유보했는데 해당 조건이 이행됐는지 점검해보고 이번에 라임 사태까지 감안해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8년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하면서 채용 비리 근절,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 공시, 엄격한 경영 평가, 비효율적 조직 운영 문제 해소 조건을 내걸었다. 또한 조직 문제와 관련해 금감원이 향후 5년 내 상위직을 전체 직원의 35%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기도 했다. 금감원의 부패와 방만한 운영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요지부동이다. 개선의 여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달 국정감사 당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드러난 금감원의 감독 부실, 기강 해이 문제를 비판하면서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는 문제의 심각성에 동의한다는 듯,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간 홍남기 부총리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배치되는 지적에 대해 즉시 반대 의사를 표출해왔다. 하지만 최근 권력형 비리로 번지고 있는 사모펀드 사태에 금감원 관계자들이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정황이 줄줄이 나오면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의 긍정은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을 진지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권에서는 윤석헌 원장이 자충수(自充手)를 둔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윤석헌 원장은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에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금융사에 책임 묻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금감원의 상당수 인사들이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됐는데도 윤석헌 원장은 개인의 일탈이라며 선을 긋기 바쁘다는 것이다.

또한 윤석헌 원장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을 추궁하는 정무위원들의 질의에 "금감원은 금융위가 가진 금융정책 권한 아래에서 집행을 담당하기 때문에 예산 문제나 인원 확충 권한이 예속될 수밖에 없어 의지대로 감독하기 어렵다"며 조만간 독립 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결국 윤석헌 원장의 독립 선언은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독(毒)으로 돌아왔다. 금융권과 정치권에서는 "반성문을 제출해도 모자랄 판에 뜬금 없이 독립을 선언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장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잡고 사모펀드 사태를 파헤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독립을 하겠다던 윤석헌 원장은 어떻게든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려는 눈치다. 무자본 특수법인인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 특히 인건비를 비롯해 복리 후생비 같은 예산 집행 현황을 항목별로 상세하게 공개해야 한다. 고객 만족도 조사나 경영 평가 대상도 될 수 있다. 경영 평가 결과가 저조한 기관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관장 해임까지 요구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석헌 원장의 공격에도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을 반대하고 있지만 여론이 너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보궐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는 치열한 사모펀드 공방이 벌어질텐데 여권이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지 않고 책임론을 피해갈 방법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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