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양호? 유동성·건전성 '적신호'... 한투증권 정일문, 연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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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양호? 유동성·건전성 '적신호'... 한투증권 정일문, 연임 '비상'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11.0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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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본비율 18년 대비 절반이하
2분기 부실여신 1분기 약 3배
8월 무디스 전망 '부정적' 강등
송사 155건 진행중... 전년 대비 민원도 7배 늘어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한국투자증권 제공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한국투자증권 제공

내년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의 연임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은 개선됐지만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사모펀드 환매중단에 연루되면서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연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2분기 호실적으로 1분기 적자를 상당 부분 만회했지만 주요 적정성 지표와 평판 관리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연임여부를 판가름할 중대 변수인 사모펀드 사태도 '현재진행형'이다.

실적면에서 올해 한국투자증권은 영욕이 교차했다. 올해 1분기 807억원의 영업손실과 560억원의 당기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가 2분기에는 3,154억원의 역대급 영업이익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3분기 전망도 나쁘지 않다. FN가이드 측은 3분기 영업이익 3,031억원, 순이익 2,4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9%, 7.9% 성장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선 최근 증권가의 호황을 '동학개미' 덕분으로 보고 있다. 3분기 국내증시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27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6.7%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그래프=시장경제신문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나름의 성과도 있었지만 적정성·건전성 지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순자본비율은 2018년 9월 1,037%로 정점을 찍은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하향세를 이어갔다. 정일문 사장이 취임한 2019년 3월 416%, 올해 1분기 126%로 곤두박질했다. 2분기 419%로 개선됐지만 18년 최고치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그래프=시장경제신문

2016년에 도입된 증권사 순자본비율은 은행권의 BIS비율에 해당하는 자본적정성 지표다. 100%에 미치지 못할 경우 금융당국의 경영개선권고를 받게 된다.

부실여신도 최근 급증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19년 전임 지도부 시기에 비해 소폭 개선됐다가 최근 급속히 악화되는 모양새다.

2019년 3월 0.41%, 2019년 6월 0.35%로 순항하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19년 12월부터 0.5%대로 오르다가 올해 2분기 1.44%로 전분기 대비 3배 가까이 악화됐다. 이는 상위 5개 증권사 가운데에서도 가장 나쁜 성적이었다. 

2분기 삼성증권(0.23%)은 주요 증권사 가운데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가장 양호했다. KB증권(0.75%), 미래에셋대우(0.84%)가 뒤를 이었다.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유동성 비율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권고치를 상회하고 있지만 상위 5개 증권사 가운데 가장 저조했다. 

주요 증권사 가운데 올해 2분기 유동성비율이 가장 양호했던 증권사는 NH투자증권(146%)이었다. 미래에셋대우 137%, KB증권 128%, 삼성증권 127%를 기록했고 한국투자증권은 119%였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기록적인 호실적 만큼 그늘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8월 무디스는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강등한 바 있다. 당시 무디스 측은 보고서를 통해 "대체투자자산의 매입과 매각, 외화 자금조달의 안정성 등 발표되지 않은 고위험이 존재한다"고 적시했다.

정일문 사장의 연임과 관련해 평판 관리도 향후 중요한 과제로 지목된다.

우선 다수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면서 고객들의 원성이 높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9년 분기 평균 24.5건이던 한국투자증권의 민원은 올해 3분기까지 각각 31건, 89건, 140건으로 치솟았다. 

자료=금융투자협회.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자료=금융투자협회.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송사도 줄을 잇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투자증권이 피고로 계류중인 소송사건은 46건으로 소송가액은 약 842억6,700만원이었다. 원고로 계류중은 사건은 두 배가 넘는 109건에 소송가액은 약 1,437억4,300만원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8월 14일자 공시자료에서 "현재로서는 소송의 전망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일문 사장 연임의 분수령이라 할 수 있는 사모펀드 관련 피해보상도 지지부진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선 향후 한국투자증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나 민원이 더 증가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고 있다.

6일 한국투자증권 디스커버리 사기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속히 판매사들의 불법 사기 판매 혐의에 대한 검사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책위는 9일 오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연합시위도 예고했다.

라임·디스커버리·팝펀딩 피해자 대책위원회를 대리하는 구현주 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는 "한국투자증권이 취급한 사모펀드들의 환매중단 이후 상당 시간이 흘렀지만 종국적 피해구제가 이루어진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구현주 변호사는 향후 전망과 관련해선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이 언제 이루어질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지난 9월 17일 한국투자증권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사진=피해자모임 유튜브 캡쳐
지난 9월 17일 한국투자증권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사진=피해자모임 유튜브 캡쳐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재무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 건전성 부문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문제에 대해선 "검찰과 금융당국이 조사중인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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