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벌려다 500억 날릴 판"... 금소법 후폭풍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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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벌려다 500억 날릴 판"... 금소법 후폭풍 온다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11.0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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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액 최대 50% 징벌적 과징금 부과
기준 모호, 곳곳 구멍... 분쟁·혼란 우려
논란의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입법발의한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이기륭 기자
논란의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입법발의한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이기륭 기자

내년 3월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두고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행령에 담긴 징벌적 규제가 과도해 금융상품 판매 시장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현재 은행권을 비롯한 각 금융사들은 금소법 시행령이 몰고 올 파장을 분석하면서 당국에 전달할 의견을 부서별로 취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장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대로 시행령이 강행될 금융사들이 사모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투자상품을 더이상 취급할 수 없다는 반발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규제를 강화하려는 당국의 방침은 이해되지만 시행령에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은행 간 논의를 거쳐 공동의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금소법 시행령에는 금융사가 금융상품을 불완전판매 했을 경우 판매액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설명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부당 권유를 했을 경우 소비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특히 금융권에선 규제 위반 시 부과되는 과징금 조치를 두고 너무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많다. "금융상품 판매 후 사고가 발생하면 사실상 금융사가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인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판매 상품의 1~2% 수수료를 수익으로 가져가는 은행 입장에선 불완전판매 사고가 크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1,000억원 상당의 사모펀드를 판매해 약 10억원 정도를 벌어들인 은행이 무려 5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항시 리스크를 계산하는 일부 금융사들이 사고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투자상품을 아예 다루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금융상품 판매 시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행령에 담긴 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 역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소비자가 계약시점으로부터 일정 기간 내에 청약철회를 요청하면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원본을 반환해야 한다. 위법계약해지권은 금융사가 판매 원칙을 위반한 경우 소비자는 금융상품 유형과 관계 없이 계약일로부터 5년, 위법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 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행령의 규정이나 기준이 모호해 금융사와 소비자 간 분쟁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불만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한 예로 금소법 제16조 부당권유행위 금지 조항은 '금융상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설명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법령·내부통제 기준 등에 따라 갖추지 않은 사람이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했다. 하지만 금융상품을 권유하는 이가 갖춰야 할 필요 역량의 기준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상품숙지의무도 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은 상품판매를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고 있는데 기준이 애매하다. 결국 현 정부의 기조를 잣대로 놓고 보면 금융상품에 투자한 소비자가 금소법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할 시 금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마다 취급하는 상품의 위험도가 저마다 다른데 거래금액 자체를 과징금 부과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단순 불만으로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남용이나 분쟁을 막기 위해 당국이 금소법의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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