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대출문턱 넘자 '꺾기·끼워팔기'... 소상공인은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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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대출문턱 넘자 '꺾기·끼워팔기'... 소상공인은 서럽다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11.0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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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별 저신용자 대출 실적도 제각각
소상공인들 "정부대출이 아니라 뽑기"
은행들 "세금체납·연체는 도리 없어"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상공인 119민원센터 개소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삭발한 회원 모습. 사진=시장경제신문DB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상공인 119민원센터 개소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삭발한 회원 모습. 사진=시장경제신문DB

은행별 저신용 소상공인 대출집행 실적이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어렵게 대출 문턱을 넘은 소상공인들은 일부 은행의 끼워팔기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위기에 소상공인을 돕자는 정책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4~6월에 실행된 소상공인 1·2차 대출 가운데 은행의 다른 금융상품과 함께 가입한 대출의 비중은 34%에 달했다.

'끼워팔기' 유형으로는 신용카드 발급이 17만건으로 가장 많았고, 예·적금 가입이 6만9,000건, 중도해지 시 원금손실이 가능한 보험·투자상품 가입도 6,218건에 달했다. 

전북은행의 끼워팔기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전북은행은 5,595건의 코로나 대출 중 3,337건이 끼워팔기로 전체의 60%에 달했다. 다른 은행들의 끼워팔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시중은행들은 현행법을 어긴 것은 아니다. 현행법상 대출 받은 지 한달 안에 대출금의 1%가 넘는 금융상품에 가입시켰을때 이른바 '꺾기'로 보고 규제한다. 또한 신용카드 발급은 규제대상이 아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번 1·2차 코로나 대출은 타 상품 가입에 따라 우대금리 혜택을 줄 수 없다"면서 "형편이 어려운 고객들에게 맞춤형 상품을 제안했고 고객이 선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은행들이 법망을 피해 어려운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매출을 올린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정부의 공적자금을 미끼로 시중은행들이 변종꺾기를 한 것"이라면서 "대출이 거절될까 우려하는 소상공인들의 마음을 이용해 실적쌓기에 이용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은 위원장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은 위원장은 "코로나 대응을 위해 최고경영자가 직접 발 벗고 나서달라"고 요청했고 지주 회장들은 "금융권의 맏형으로 총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은행별 저신용자 대출실적도 '제각각'

그나마 '꺾기'는 대출 심사를 통과한 소상공인들의 문제다. 여전히 일부 은행에서 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소상공인 2차대출 집행 건수는 10만7,665건, 금액은 1조4,569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8~10등급의 저신용자에게 집행된 대출은 1,357건, 금액으로는 177억원(1.21%)에 그쳤다. 전체 대출가운데 1.26%에 해당한다.

특히 저신용자의 접수 대비 실행비율의 은행별 격차가 최대 61%p에 이르면서 저신용자들의 대출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신용 차주의 대출 접수 후 실제 집행된 건수의 비율을 보면 은행마다 적게는 31%, 많게는 92%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A은행의 경우 전체 접수 대비 집행 비율은 90.8%였지만, 8∼10등급의 비율은 31.1%였다. 고신용자(1∼3등급) 집행률은 97.2%, 중신용자(4∼7등급) 집행률은 82.9%였다.

B은행은 전체 접수 대비 집행률은 62.7%에 인데 반해 저신용자 접수대비 집행률은 32.4%에 그쳤다. 

반면 C은행은 전체 93.7%, 저신용자 92.0%로 집행률에 큰 차이가 없었다. 다른 D은행의 집행률은 전체 92.8%, 저신용자 75.0%였다.

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 2차대출은 신용보증기금에서 95%를 보증하기 때문에 은행마다 대출 승인 기준이 크게 다를 수 없다"며 "은행마다 저신용자의 처우가 다르다면 이것은 정부대출이 아니라 뽑기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금융 관련 온라인 게시판에는 "00은행이 대출이 잘 나온다", "00은행에 가면 거절당하기 십상이다"와 같은 후기들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비대면으로 대출을 신청했지만 은행 3군데 모두 내부심사로 접수조차 되질 않았다"며 "은행 내부심사에 적합하지 않다며 아예 상담조차 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에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0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전체 신용등급, 특히 저신용층에도 고르게 지원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고 금융권에 직접 주문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능한 대출을 내주고 싶지만 세금 체납·기존 연체 등으로 보증서가 나오지 않는 경우는 안타깝지만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8∼10등급은 부실 위험이 상당히 큰데 생색은 정부가 내고, 뒷감당은 은행이 해야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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