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얼어붙게 할 뇌관, 110兆 대출유예 만기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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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얼어붙게 할 뇌관, 110兆 대출유예 만기 닥친다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10.31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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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폭탄 째깍... 금융지주, 호실적에도 '좌불안석'
코로나 금융지원 내년 초 만료... 건전성 빨간불
갈수록 커지는 대출규제, 은행·서민 모두 타격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은 위원장은 "코로나 대응을 위해 최고경영자가 직접 발 벗고 나서달라"고 요청했고 지주 회장들은 "금융권의 맏형으로 총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은 위원장은 "코로나 대응을 위해 최고경영자가 직접 발 벗고 나서달라"고 요청했고 지주 회장들은 "금융권의 맏형으로 총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코로나 여파를 뚫고 올해 3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둔 금융지주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연말을 바라보고 있다.

정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낮춰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용대출 역시 핀셋 규제로 바짝 조일 태세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영끌' 투자, 빚까지 내서 투자하는 '빚투' 효과도 서서히 가라앉는 분위기다. 점점 높아지는 규제의 벽 탓에 금융사의 주수익원인 대출 부문은 한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가운데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매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경계감을 보여주는 신용위험지수도 올해 2분기부터 급증하고 있다. 내년 초에는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만료돼 자칫 부실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금융지주들이 깜짝 실적을 시현했음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코로나 금융지원 만료, 부실 뇌관 '적신호'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순이익은 총 3조5,512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대비 9.4% 늘어난 규모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은행 대출 급증, 투자 열풍으로 인한 증권사 실적 호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장 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연말부터가 문제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지주의 실적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핵심 자회사 은행의 순이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주요 은행들의 경우 제로금리로 이자수익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사모펀드 규제로 비이자수익 감소 폭이 커졌기 때문에 실적 악화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대출 잔액도 늘고 있는 추세라지만 110조원에 육박하는 코로나 금융지원 만기 시점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부실의 뇌관에 불이 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말 대비 11조7,000억원 증가한 948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최대치다. 기업대출 증가액도 97조1,000억 원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1.5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은 73조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5% 증가했다. 
 

지난 5월 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은성수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지난 5월 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은성수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높아지는 규제 벽, 은행·서민 모두 타격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도 은행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7일 "기존 DSR 40%를 30%로 낮추거나 시가 9억원이라는 기준을 낮추는 방안, 지역을 확대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무엇을 적용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후 DSR 기준을 40%에서 3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필요한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어떠한 방향으로든 대출을 규제하겠다는 뜻이다. 

당국이 DSR 규제를 강화하면 사실상 모든 대출이 조정을 받게 된다. 실질적으로는 가계대출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악재(惡材)다.  

일부 부작용도 거론된다. 당국의 규제가 현실화할 경우 연체율이 낮은 고신용자보다 중·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게는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 대출을 조일수록 수요가 카드론으로 몰릴 수밖에 없고 이 역시도 한계가 있어 재정이 구멍난 차주들은 유예 조치 이후 급전을 구하기 위해 사채시장으로 뛰어들거나 두 손을 놓게 될텐데 이는 심각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지원 유예 부분이 3분기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는 지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금융사들은 향후 위기대응 체제로 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더이상의 깜짝 실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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