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가 살린 증권계, '대주주 3억'에 발목 잡힐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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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가 살린 증권계, '대주주 3억'에 발목 잡힐 판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10.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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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사 당기순이익 전년 대비 57% 급증
"4분기, 3억 대주주 제한이 발목 잡을수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시장경제신문DB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시장경제신문DB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3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동학개미들의 주식투자 열풍과 개인투자자들의 기업공개(IPO) 시장 참여가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풍부한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정부의 3억원 대주주 제한 등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4분기 호실적을 장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6개 주요 증권사의 연결기준 합산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1조1,064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7,028억원과 비교해 57.4%가 증가한 액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1조4,125억원으로 78.2% 급증했다.

증권사별 순이익 예상치는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가 2,435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미래에셋대우 2,269억원, 키움증권 1,841억원, 삼성증권 1,695억원, NH투자증권 1,562억원, 메리츠증권 1,262억원 순이었다.

업계 안팎에선 동학개미 열풍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증시로 대거 유입된 것을 이번 호실적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증권가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된 것도 증권가로 돈이 몰린 배경"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3분기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7조6,048억원으로 전분기 21조7,790억원에 비해 26.7%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21.5% 증가한 수치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등 리테일 관련 수수료 수익도 그 만큼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3분기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 등 대어급 기업공개(IPO) 공모주 청약에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로 몰리면서 해당 주관사의 IPO 수수료 수익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란 후문이다.

증권사별로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게임즈 상장 수수료로 21억1,200만원, SK바이오팜으로 9억8,675만원을 벌어들였다. NH투자증권은 SK바이오팜을 통해 14억6,602만원의 수수료 수익을, 삼성증권은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15억3,600만원의 수수료 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사들은 이같은 실적에 힘입어 속속 신입채용 공지를 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한화투자증권·키움증권이 현재 채용 원서를 받고 있다.

삼성증권·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KB증권 등은 이미 입사 지원서를 받고 서류전형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규모는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와 비슷한 100명 안팎, 삼성증권도 60~70명선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160명의 신입·경력을 뽑았던 미래에셋대우의 채용규모는 올해 100명 수준이 될 예정이다.
 

자료=FN가이드.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자료=FN가이드.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전문가들, 4분기 실적 두고 전망 엇갈려 

4분기에도 호실적이 이어질 것인가를 두고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렸다. 

교보증권 김지영 연구원은 "해외주식 직접 투자 비중이 증가하면서 증권사 위탁매매수익은 당분간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호조에 따른 수수료 수익도 양호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미래에셋대우의 정길원 연구원은 현상유지 또는 수익감소를 예상했다. 정 연구원은 "채권과 대체투자 자산의 일부 평가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면서 "4분기 일부 증권사들의 사모펀드 관련 충당금 추가반영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무리한 증시 규제가 4분기 실적 견인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21일 "부동산 규제로 증권가로 돈이 몰렸는데 3억 대주주 제한까지 현실화되면 돈을 둘 곳이 집안 장롱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3대가 소유한 주식이 3억이라면 이를 대주주로 봐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우리 사회엔 가족끼리도 각기 소유한 주식을 비밀에 붙이는 정서가 있다"며 "3억 제한이 현실화되면 연말에 예상치 못한 세금을 내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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