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지급거절 분쟁 증가... 의료자문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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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지급거절 분쟁 증가... 의료자문 도마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10.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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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의무 관련 피해구제 신청 증가
한화생명·손보 자문의 통한 거절 1위
보험업계 "고지 안해 계약무효되면 사측도 손해... 3자 의료자문기구 필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보험사들의 지급거절로 인한 분쟁이 늘고 있다. 사전 고지의무 위반, 자문의 소견 등으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경우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 적절한 중재기구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3년6개월간 접수된 보험가입자의 고지의무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195건이었다. 2017년 51건, 2018년 54건, 2019년 55건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35건이 접수됐다. 전년 같은 기간 28건 대비 25.0% 증가한 수치다.

보험가입자의 고지의무란 보험계약 체결 시점에 건강상태, 직업, 운전 여부 등 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을 보험사에 사실대로 알려야 할 의무를 말한다. 

만약 소비자가 이같은 내용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다면 보험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원칙적으로 보험금 지급 책임도 없다.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 가운데 '의도하지 않은 고지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피해가 124건(63.6%)으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가 과거 병원치료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거나 단순 진료로 판단해 알리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보험설계사의 고지의무 이행 방해'가 35건(17.9%)이었다. 보험설계사가 고객에게 고지할 기회를 주지 않았거나 부실고지를 권유한 경우다. 다음으로는 '고지의무 불이행과 보험사고의 인과관계 부족'이 23건(11.8%)으로 뒤를 이었다.

보험사가 가입자의 고지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한 보험금 액수는 평균 2,480만원이었고, 많게는 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액대별로는 1,000만~3,000만원 미만이 46건(33.6%)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100만~1,000만원이 34건(24.8%), 100만원 미만이 24건(17.5%)이었다. 

피해구제 신청 195건 중 당사자간 합의가 이뤄진 경우는 52건(26.7%)에 불과해 분쟁 이전에 합리적인 중재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원은 피해 예방을 위해 △청약서 질문표에 과거 및 현재의 질병 등을 본인이 직접 기재할 것 △경미한 진료로 여겨지는 내용도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보험사에 알릴 것을 당부했다.

 

의료자문제도, "지급거절 수단 악용" vs "극히 일부 사례 과장"

의료자문제도 역시 보험금 지급거절 분쟁의 단초가 되고 있다. 이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피보험자의 질환에 대해 전문의의 소견을 묻는 제도다.

지난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3년 내 의료자문제도를 통한 부지급 비율은 최대 79%에 달했다.

특히, 한화생명의 경우 3년 연속 의료자문제도를 통한 부지급 비율이 76%를 넘으면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협회가 공개한 의료자문 현황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화생명의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 건수는 451건으로 생보사중 1위였다. 이어 삼성생명 402건, 교보생명 291건, 흥국생명이 131건, NH농협생명 113건 순이었다.

손보사 중에서도 한화손해보험의 부지급 건수가 16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손보 110건, 삼성화재99건, 현대해상 83건, DB손보 70건 순이었다.

일각에선 보험사들이 자문의와 위탁 관계를 맺으면서 의료 자문의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사가 소비자가 제출한 진단서 등에 대해 객관적인 반증자료 없이 보험회사 자문의의 소견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삭감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도 고충을 털어놨다.

한 업계 관계자는 14일 "자문의 선정은 무작위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사측과 결탁하는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은 업계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의사들이 자문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10~30만원의 자문료를 받는게 고작인데 자칫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유럽의 경우처럼 제3자 기구를 만들어 의료자문을 전담케하는 방안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진료와 연구로 바쁜 의사들의 협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경우 보험금은 약관대로 정상지급하고 있다. 의료자문은 전체 보험금 청구 가운데 0.1%에 불과한데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고지의무 위반과 관련해선 "계약무효가 되면 고객도 피해가 있지만 설계사들도 수수료를 반납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고 현장상황을 전했다. 그는 "사소한 진료 이력이라도 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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