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일문 한투 측 "라임 잘못없다" 국회서 발뺌... 팝펀딩도 타 증권사 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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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일문 한투 측 "라임 잘못없다" 국회서 발뺌... 팝펀딩도 타 증권사 핑계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9.1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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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9 국회 비공개 간담회 녹취·문건 단독입수
국회 불려간 정일문, 펀드사고 '면피 해명' 논란
정일문 사장 "팝펀딩, 초고위험상품 사전 고지"
자료엔 "NH證이 팝펀딩 소개" 책임전가성 문구
"프로세스 완벽? 왜 사고마다 한투 엮여있나" 특위 질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사 사장. 사진=팍스경제tv 화면 캡처
정일문 한국투자증권사 사장. 사진=팍스경제tv 화면 캡처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지난달 19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특별위원회에서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자사의 책임이 크지 않다는 취지의 면피성 발언을 던져 호된 질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일문 사장의 팝펀딩 관련 입장이 특위에서 상당한 논란이 됐다는 후문이다. 지난 6월 개인간(P2P) 대출업체 팝펀딩은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폐업신고를 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9일 취재진이 관계당국에 확인한 결과 2018년부터 올해 7월 사이 팝펀딩 관련 사모펀드 판매금액은 총 2,418억원으로 판매사들 중 한국투자증권은 절반에 가까운 1,124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의 팝펀딩 환매중단 후속 조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19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 힘) 사모펀드 비리방지 및 피해구제 특별위원회(특위)는 팝펀딩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과 관계자들을 간담회 형식으로 국회에 불러 사고경위와 후속조치에 대해 질의응답을 했다.

이날 간담회는 팝펀딩 사태의 전후 배경과 피해보상 대책 등이 논의될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지만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본지 취재진은 한국투자증권 측이 당시 특위에 제출한 브리핑 자료(6페이지 분량)와 간담회 비공식 녹취록 일부를 단독 입수했다. 

 

한투 "라임, 절차상 문제없다" 

정일문 사장 "팝펀딩, 초고위험상품 고지"

취재진이 입수한 간담회 녹취록에 따르면 정일문 사장과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들은 고객에게 팝펀딩의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했고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불완전판매는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의원들의 관련 질의에 정일문 사장은 "자비스와 헤이스팅스가 각각 1~2등급의 초고위험상품임을 고지했고 향후 은행권의 (잠재적) 고객들과 신뢰 차원에서 이번 보상안을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일문 사장의 발언과는 달리 피해자들은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위험상품이라는 고지를 받지 못했다"고 항의하고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 관계자는 "많은 팝펀딩 피해자들이 '수차례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한 안전한 상품'이라 안내받았다고 제보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직간접적으로 1~2등급이라는 내용이 고지됐다 해도 전문지식이 없는 고객들은 안전하다, 검증됐다는 안내에 더 이끌리기 쉽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팝펀딩 투자자들 가운데 고령층이 많았다는 점도 불완전판매가 발생했을 정황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판펀딩 관련 개인투자자는 377명이며 이들의 피해금액만 55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60대가 24%, 70대 이상이 19.5%였으며 50대 이상은 전체 판매액의 77.7%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저희 회사는 프로세스를 밟아 펀드 상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불완전판매가 없게끔 노력하고 있고 불완전판매가 있을 경우 보상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펀드마다 보상안이 제각각이라는 특위 측의 지적에 대해선 "고객에게 사전에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일문 사장은 "옵티머스의 경우 우리가 안전한 5등급으로 잘못 알고 투자자들에게 안내했으므로 100% 우리 책임"이라고 인정했다. 반면 동석한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라임의 경우는 절차상 잘못이 없다고 판단해 보상심위는 열지 않았다"고 답했다. 

특위 위원이 정일문 사장의 면피성 발언을 도중에 끊고 질책을 하는 장면도 나왔다.

정일문 사장의 발언을 듣던 한 특위 위원은 "대표님 말씀은 (종합하면) 모든 프로세스가 완벽했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현재 환매중단 발생한 펀드 중에서 한투가 개입이 안 된 펀드가 없으니 그건 왜 그런가"라고 반문했다. 정일문 사장과 관계자들의 면피성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일문 사장은 고개를 숙이며 "말씀하신대로 큰 금액은 아니지만 (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다 개입돼 있는 것이 맞다. 상품을 많이 취급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대표이사로서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특위 제출 브리핑 문건, 팝펀딩 판매 경위도 '남탓'

한국투자증권 측이 특위에 제출한 브리핑 자료 문건을 살펴보면 총 18건의 팝펀딩 유관 펀드의 누적매각액은 약 1,123억원이었다. 상환이 유예됐거나 유예가 예상되는 펀드는 자비스는 2건(142억원), 헤이스팅스는 5건(335억원)으로 피해고객 수는 258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11건에 해당하는 646억원은 정상 상환됐다고 쓰여있다.

사진=2020. 8. 19 한국투자증권 브리핑 자료
사진=2020. 8. 19 한국투자증권 브리핑 자료

해당 문건에서 한국투자증권 측은 "운용사와 영업지점 등이 펀드상품을 제안하면 본사 펀드상품부의 검토를 거쳐 판매하고 있다"면서도 일각에서 제기한 판매사 관리 부실 의혹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문건에서 한국투자증권 측은 팝펀딩 사태를 운용사의 '사기 건(件)'으로 규정하고 설정경위와 관련해 책임을 외부로 전가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해당 문건 내 팝펀딩 '설정 경위' 항목에 "2018년 NH투자증권과 운용사가 팝펀딩 관련 상품 진행 중에 분당 PB센터와 영업부에 동 상품을 소개"라고 적었다. NH투자증권이 문제의 진원지라는 뉘앙스다.

그러나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사의 한 지점 소속 프라이빗 뱅커(PB)가 영업차원에서 한투의 한 지점에 소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회사 차원으로 제안한 상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외에도 한국투자증권 측은 팝펀딩 판매를 검토하게 된 경위로 "해당 상품이 출시된 2018년 당시는 P2P 팝펀딩이 급격히 성장하던 시기", "모험자본 육성이 장려되던 시기였기에 해당 펀드는 우호적 사회 제도적 여건에서 검토됐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사진=2020. 8. 19 한국투자증권 브리핑 자료
사진=2020. 8. 19 한국투자증권 브리핑 자료

한 증권가 관계자는 해당 문건과 관련해 "특정 증권사가 (공식적으로) 펀드상품을 권유한 것과 증권사 PB가 개인적으로 영업을 한 것은 하늘과 땅 차이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증권가 관계자는 "자사가 최종 검토해 판매한 상품이 문제가 됐다면 일단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 과실을 부분적으로라도 인정하는 것이 상도덕"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팝펀딩 피해자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한누리 측은 판매사의 단순한 관리부실 차원을 넘어 운용사와의 공모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담당 변호사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헤이스팅스 자산운용은 한국투자증권 출신 인사들이 만들었다"고 언급하며 "한국투자증권 측이 단순 판매만 한 것이 아니라 설계와 발행에도 상당 부분 관여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투자증권 소속 임원이 '팝펀딩이 약 270억원의 대출 사기를 당한 뒤 이를 숨기고 돌려막기하기 위해 명의차주를 내세운 자비스 5호와 6호를 설계했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문건에 따르면 현재까지 팝펀딩 사태를 둘러싼 한국투자증권의 후속 조치는 미진한 수준이었다.

우선 한국투자증권 측은 자비스 팝펀딩에 진성 차주가 없어 현실적으로 원금상환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 5월 22일 금융소비자위원회 의결을 거쳐 손실액의 30% 수준의 선제적 보상을 결정했지만 7월 31일 기준 합의율은 약 15%이며 금액으로는 17.9억원이라고 밝혔다.

헤이스팅스 팝펀딩 차주들에 대해서는 민형사 소송을 통한 압박과 영업 지원을 병행, 분할상환을 유도하고 있지만 상환율은 13%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팝펀딩 논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현재 조사가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 입장을 드리기 어려우며 추후 결과가 나오면 공식적으로 입장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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