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경제 양산"... 血稅로 원금보장, '뉴딜펀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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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경제 양산"... 血稅로 원금보장, '뉴딜펀드' 논란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9.06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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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고채보다 높은 금리 구조 만들 것"
5년간 정책금융 100조, 민간금융 70조 투입
펀드 손실 평균 35%는 국민 세금으로 보장
미래 먹거리 조성이라더니 도덕적 해이 유발 우려
문재인 대통령. 사진=시장경제신문DB
문재인 대통령. 사진=시장경제신문DB

문재인 정부가 '뉴딜펀드'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재정을 근간으로 민간 금융기관과 일반 국민까지 적극적으로 참여시킨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구체적인 조성 방안이 나오자 금융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투자손실을 국민세금으로 메꾸는 펀드 구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쇄도했다.

정부는 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주재하에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 및 뉴딜금융 지원 방안'의 세부내용을 발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기관장들과 10대 금융지주사 회장 등 금융권 인사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국민참여형 뉴딜 펀드로도 20조원을 조성해 ‘한국판 뉴딜’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5년간 정책금융에서 100조원, 민간금융에서 70조원을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와 기업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인프라 펀드를 육성해 뉴딜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고 손실위험 분담과 세제 혜택으로 국민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 사진=국회TV 캡처
3일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 사진=국회TV 캡처

문 대통령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인 부문에서 생산적인 부문으로 이동시킨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제도개선과 규제혁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오후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한국판 뉴딜펀드가 정책형 뉴딜펀드, 뉴딜 인프라펀드, 민간 뉴딜펀드 등 크게 3가지로 신설·육성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5년간 정부가 3조원, 정책금융기관(KDB산업은행·한국성장금융)이 4조원을 출자하고 민간에서 13조원을 조달해 총 20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자(子)펀드를 만들어 뉴딜 관련 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자할 방침이다.

뉴딜펀드는 정부 자금과 정책 금융이 펀드 규모의 35%를 차지한다. 추후 손실이 나더라도 정부자금과 정책 금융으로 투입한 후순위 자금을 먼저 차감해 투자자들의 손실을 방어하는 구조다. 홍 부총리는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가 원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보장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기획재정부 보도자료
사진=기획재정부 보도자료

'뉴딜 인프라펀드'는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와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시설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미 운용 중인 580여개 인프라펀드 가운데 뉴딜 관련 인프라에 50% 이상 투자하는 공모펀드에는 세제 혜택도 줄 방침이다.

이날 은 위원장은 펀드 수익률과 관련해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목표수익률을 사전에 약속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고채보다는 높은 상품 구조를 만들 것"이라면서 "참고로 현재 국고채 3년 짜리는 금리가 연 0.923%, 10년은 연 1.539%다"라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관제펀드로 인한 자본시장 왜곡 우려와 관련해선 "(그러한) 경우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뉴딜사업이 대개 투자 기간이 길고 공공적 성격을 많이 갖는 특성이 있다"고 답변했다.

한국형 뉴딜펀드를 두고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의 이병태 교수는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민간시장에서 알아서 투자할텐데 왜 대규모 관제펀드가 필요한가"라고 반문하면서 "한쪽에선 타다와 원격진료를 규제로 막고 다른 쪽에서 혁신적인 펀드를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자칫 대규모 '좀비경제'를 양산할 우려가 있고 손실을 국고로 보전해줘서 도덕적 해이까지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잘못된 정책"이라고 총평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펀드를 팔면서 원금 보장하는 것처럼 광고했다고 불완전판매로 징계까지 했던 금융당국이 이번 뉴딜펀드를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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