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검사' 결재, 뺐나 빠졌나... 석연찮은 이재용 기소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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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검사' 결재, 뺐나 빠졌나... 석연찮은 이재용 기소과정
  • 양원석 기자
  • 승인 2020.09.04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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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공소장에 담당 2차장 결재 없어 '뒷말'
이복현 부장→이성윤 지검장 직보 후 결재
檢 "사건파악 안 된 2차장 결재 유보, 정상처리"  
법조계 "후임 부임후 판단해도 늦지 않은데 왜?" 
"결재 없는 공소장, 검찰청 위임 전결규정 위반"
사진=채널A 뉴스화면 캡처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 부장. 사진=채널A 뉴스화면 캡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 결재 과정서 담당 차장을 경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론이 나오고 있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 전언을 종합하면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부장(사법연수원 32기)은 지난달 중순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임원에 대한 공소장을 작성, 결재를 올렸다. 이 부장이 올린 공소장(안)에는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의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결’에 불복해 기소를 강행하는 이유와 관련 서면이 붙임자료로 첨부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해 6월26일 대검찰청 수심위는 현안위원회를 소집,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기소 타당성을 검토한 뒤, ‘찬성 10 대 반대 3’의 큰 표차로 수사중단 및 불기소를 의결했다. 수심위는 이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적용한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외부감사법상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돼, ‘이 부회장이 이들 범죄행위를 직접 지시하거나 묵인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를 권고했다. 이런 사실은 당시 수심위에 참석한 복수의 외부전문가에 대한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수심위 의결에 대한 불복 이유를 포함한 공소장(안)은 담당 부장인 이복현 부장과 이성윤 중앙지검장의 결재를 거쳤다.

변경 전 직제에 따르면 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부는 3차장의 지휘 감독을 받았다. 올해 1월 중앙지검 3차장으로 부임한 신성식 전 차장은 지난달 11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석이 된 3차장 직무는 이근수 2차장이 대행했다. 이 부장이 올린 공소장(안)은 절차상 이근식 2차장의 결재를 받아야 했으나 이 과정이 생략됐다. 차장 결재 없이 부장이 지검장에게 ‘직보’를 한 것과 같은 외형을 띄게 된 것이다.

차장 결재를 건너뛴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러 가지 추론이 나오고 있다. 이 사건 기소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던 이 차장이 결재를 거부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기소에 부정적이었던 이 차장이 공소장(안)을 반려하자 이 부장이 그를 건너뛰어 지검장에게 직보를 했다는 것. 차장의 결재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검찰청 위임 전결 규정’ 위반이란 비판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같은 관측을 부인했다. 공안 업무를 주로 담당한 2차장이 사건 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기소 당부 판단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여겨 결재를 하지 않았을 뿐, 기소에 대한 반감으로 결재를 거부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차장이 판단을 유보한 상태에서 지검장에게 결재를 올린 것이므로 위임전결규정 위반도 아니라고 그는 덧붙였다. 2차장 대신 이복현 부장이 직접 사건 결과 브리핑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그러나 검찰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수사팀이 강조한 것처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했다면, 후임 차장과 경제범죄수사부장이 각각 부임한 뒤 충분한 검토 과정을 거쳐 사건 처분 절차를 밟는 것이 사리에 맞기 때문이다. 무엇에 쫓기듯 대행 차장의 결재도 없이 사실상 직보 형식을 취하면서, 서둘러 기소를 결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

대검 수사심의위 의결이 나온지 이미 두달여가 지났고, 후임 차장과 부장이 사건을 검토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고 해서 다른 사건 수사에 차질을 빚을 우려도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기소과정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중앙지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서초동 로펌 파트너변호사 A는 “사안의 중대성을 기준으로 하면 첫 손가락에 꼽힐 사건을 처분하면서, 차장이 결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매우 이례적”이라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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