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첫 재판 공전... 法 "김재현측, 인정할 건 인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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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첫 재판 공전... 法 "김재현측, 인정할 건 인정해라"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9.02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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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2,099억원 사기편취 추가 기소
피고 측 "공소기록 못봤다"... 24일로 연기
前 대표는 조폭·마약 전력에도 민주당 공천
여권 유력 정·재계 자문단 앞세워 '전면 영업'
"권력형 게이트... 관리 부실로 덮긴 어려울 것"
서초동 법원. 사진=시장경제신문DB
서초동 법원. 사진=시장경제신문DB

‘옵티머스'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 주범 5명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지만 핵심 피고 김재현 대표 측 변호인이 입장 정리를 못했다는 이유로 재판이 연기됐다.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권력실세 배후설이 집중 제기되면서 향후 재판 과정에서 얼마나 실체가 규명될지 주목된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 김재현씨 등 5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의 법정 출석 의무는 없다. 정식 공판에 앞서 향후 심리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다. 그러나 김씨를 제외한 4명의 피고인은 이날 모두 재판에 출석했다.

옵티머스 등기이사 겸 H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윤석호(43·연수원 41기)씨와 대부업체 대부디케이AMC 대표 겸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씨, 그리고 지난달 추가 기소된 스킨앤스킨 총괄고문 유모(39)씨 등은 구속 상태로 법정에 출석했다. 옵티머스 펀드 운용이사인 송모(50)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나왔다.

이날 핵심 피고인 김재현 대표의 변호인은 “공동변호인이 추가기소 문제로 기록을 복사하고 있으나 (아직) 기록 자체를 다 보지 못했다”며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재판부는 열람·복사가 지연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면서도 검찰 측에 "구속 피고인들의 경우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시장경제신문DB
사진=시장경제신문DB

검찰은 지난달 김씨가 연루된 사기 편취 금액이 2,099억원가량 더 늘어났다며 추가 기소했다. 재판부는 이에 일부 내용을 수정·보완한 후 새로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와 송씨 측은 이날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인정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나머지 피고인 3명은 다음 기일인 24일에 의견을 내기로 했다.

재판부는 “쟁점 정리에 관해 오늘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윤씨와 송씨를 제외한) 다른 피고인들도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재판이 깔끔하고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날 김 대표와 송 이사, 윤 변호사를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추가 기소한 사건을 본 사건에 병합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고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사건을 병합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8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공공기관 발주 관급공사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고 속여 약 2,900명의 투자자로부터 1조2,000억원을 모집해 부실채권 인수, 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했다.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옵티머스 펀드는 단 한 번도 약속한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측 피의사실 요지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이 과정에서 펀드 관계자와 금융당국을 속이기 위해 공사대금 채권,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 등을 가짜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선 이미 옵티머스의 이러한 대범한 사기행각이 배후 없이 단독으로 가능했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옵티머스 설립자인 이혁진(53)씨가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전 금융특보였고, 평소 정·관계 유력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해왔다는 점이 권력배후설에 불을 지폈다.

이씨의 범죄 이력부터 범상치 않다. 그는 2002~2003년 공갈·협박 사건에 연루됐는데 판결문의 '범죄사실' 항목에 의하면 2003년 10월 이씨 등 3인은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를 찾아가 '돈을 갚지 않으면 애들을 풀겠다'는 취지로 협박해 2,000만원을 받아냈다. 

이씨는 1심 재판에서 공동 공갈·협박 등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는 '이씨를 포함한 3인은 밀양 지역 폭력조직 '신동방파' 일원으로 널리 알려졌다'는 문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판결문에는 이 씨의 범죄전력이 3회로 기재됐으며 그 가운데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이러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2006년 3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상임이사로 선출됐다. 2010년에는 전 부인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고도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전신) 후보로 서울 서초갑에 전략공천을 받아 낙선했다. 같은 해 12월 문재인 대선캠프에선 금융정책특보로 임명됐다.

이후 이씨는 2018년 70억원대 횡령과 조세포탈, 상해, 성범죄 등 5개 사건에 또다시 연루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같은 해 3월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을 따라 출국해 잠적했다. 

당시 인터폴 적색수배에 해당하는 횡령혐의에도 불구하고 출국이 금지되지 않은 것을 두고 권력비호설이 한층 힘을 얻었다. 

현재 검찰은 이씨에 대해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이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옵티머스 설립 초기 당시 정관계 로비 유무, 금융당국과의 유착 여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옵티머스 등기이사 겸 변호사 윤석호씨의 배우자 이진아(36)씨가 지난해 10월부터 올 6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것도 구설수에 올랐다. 이 전 행정관은 옵티머스의 주주였으며, 사태가 불거지자 곧바로 청와대를 나왔다.

옵티머스 홈페이지엔 이헌재 전 부총리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이 자문단으로 소개된 바 있다. 정관계 고위급 인사로 구성된 옵티머스 자문단이 펀드의 설정 단계부터 전면적으로 영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혁진 전 대표는 지난 7월 유력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내가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벌어진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씨는 이번 옵티머스 사태를 "김재현을 비롯한 현직 경영진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호화자문단이 연출한 총체적 사기사건"이라 규정했다.

검찰 측은 추가 수사를 통해 옵티머스 관계자들이 편취한 자금을 어떻게 유용했는지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수사가 진전되면서 본 사건에 가담한 추가 인물들이 드러날 지도 주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옵티머스 사태를 단순히 금융당국의 관리부실, 운용사의 대범한 사기행각 정도로 덮고 넘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전망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여러 정치적 변수들에 따라 좌우될 여지가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잇따라 벌어진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각 판매사들이 최근 구체적인 피해보상안을 내놓으면서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옵티머스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7일 가입고객에 대해 최대 70% 유동성 자금을 선지원하기로 발표했다. 28일엔 우리은행·하나은행·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대우 등 라임펀드 판매사들이 금감원의 100% 배상 권고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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