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m 길이 공조기가 단지 중앙에 '떡'... "힐스테이트 맞나" 입주민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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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m 길이 공조기가 단지 중앙에 '떡'... "힐스테이트 맞나" 입주민 분통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09.0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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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힐스테이트 미사역' 부실 논란
분진‧소음 내뿜는 공조기, 단지 한 가운데 설치
안내책자엔 있는데... '보육·어린이집' 없는 아파트
2천세대 넘는 아파트에 관리사무소 공간도 전무
아파트 외부 균열, 세대 내 방수 등 하자 민원까지
현대ENG "우린 시공만", 시행사 SS개발-아시아신탁 '무성의 답변'
힐스테이트 미사역 전경. 사진=시장경제DB
힐스테이트 미사역 전경. 사진=시장경제DB

내 집 마련의 기대를 안고 수 억 원대 아파트를 분양 받았는데, 엄청난 소음과 분진을 내뿜는 농구 코트 크기의 공조기가 단지 한 가운데 있고, 어린이집마저 없다면 소비자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신축 아파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이상한 설계가 1군 브랜드 아파트에 적용돼 논란을 빚고 있다.

문제의 단지는 경기 하남시 망월동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미사역’. 이 단지는 지하 6층~지상 30층, 2024세대로 지어졌다. 도시철도 5호선 ‘미사역’이 바로 단지 앞에 있을 정도로 교통망을 좋다. 한눈에 봐도 멋진 외관과 고급스러운 상업시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이곳에 살고 있는 입주민들 가운데는 분양받은 사실 자체를 후회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 입주민들은 공조기, 어린이집, 관리실, 하자 등 총 4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먼저 공조기 위치 문제다. 입주민들이 가장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현안이다. '힐스테이트 미사역' 단지 가운데에는 길이 30m, 높이 4미터 규모의 철재 기계실 2개가 연이어 붙어 있다. 바로 '공조기'다. 공조기 주위로는 성인 1~2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공간만 있다. 단지 한 가운데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크기가 매우 크다. 입주민들은 "견본주택에서 이 장소는 '녹지 공간'으로 표시됐다"고 주장했다.   

단지 중앙에 위치한 공조기의 모습. 사진=시장경제DB

입주민들은 “놀이터, 체육시설, 산책로 등이 배치돼야 할 공간에 이런 기계시설이 왜 있는지 의문”이라며 “2020년대에 그것도 1군 아파트에서 이런 설계를 했다는 것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공조기 작동에 따른 소음 및 분진 피해를 호소하는 입주민들도 있다.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소음과 분진이 심하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가동을 하지 않아 소음과 분진의 정도를 확인하지 못했다.

두 번째로 어린이집 문제다. 당초 단지 안내 책자에는 ‘보육시설: 어린이를 맡길 수 있는(예정)’이라는 문구가 존재했으나, 입주를 하고 보니 ‘보육시설’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이유는 설계 때문이었다. ‘힐스테이트 미사역’은 1층부터 4층까지 상가, 4층부터 30층까지 주거공간으로 돼 있다. 시행사는 당초 4층에 보육시설을 지으려고 했지만 현행법상 1층에만 설치가 가능했다. 1층에는 상가가 있는데, 현행법상 보육시설은 상업시설에 설치할 수 없다. 입주민들은 "아파트 단지를 기획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현행법를 몰라 '어린이집 없는 아파트'가 됐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분양 당시 입주민들에게 안내한 브르슈어로 보육시설이 예정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입주민
분양 당시 입주민들에게 제공한 브르슈어. 보육시설이 예정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입주민.

세 번째 관리사무소와 미화원, 경비실 공간이 없다. 역시 설계상의 문제다. ‘힐스테이트 미사역’ 계약 면적에는 관리사무소, 휴게실 등이 포함돼 있지만 실제는 없다. 당장은 입주민들의 시설인 카페테리아 공간을 임시 관리사무소로 사용하고 있지만 임시 사용 후 어디로 이전을 할지 구체적인 계획도, 이전할 공간도 없다는 것이 입주민들의 설명이다. 2000세대가 넘는 대규모 단지에 관리사무소 공간이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 밖에 아파트 외부 균열, 세대 내 방수 등의 하자 문제도 있다.

‘힐스테이트 미사역’와 연관된 각종 논란을 살펴보면 '설계 오류'라는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다. 시행사들은 이번 논란에 굳게 입을 닫고 있다. 시행수탁사인 아시아신탁은  “바쁘다”, “답변 줄 수 없다”, “(질문)공문 보내지 마라” 등 무성의한 답변 태도를 보였다. 시행위탁사인 에스에스개발은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입주민들은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관할 지자체인 하남시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 입주민은 “(시행사를 믿은 것이 아니라) ‘힐스테이트’라는 브랜드를 믿고 분양을 받았다. ‘힐스테이트’를 사용하는 메이저 건설사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시행사와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식으로 건물 지으면 누가 ‘힐스테이트’를 믿겠는가”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공조기, 어린이집, 관리사무소 논란은 시행사의 업무 영역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자에 대해서는 “입주민과 협의를 통해 빠른 시간 안에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입주민들은 하남시에도 책임을 물었다. 어린이집과 관리사무소가 없고, 농구장 만한 공조기가 단지 한 가운데에 설치되는데 어떻게 건축허가나 준공허가를 내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남시는 담당자 출장 등의 이유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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