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출신 변호사들 "이재용 불기소 의결, 순리(順理) 따라 수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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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출신 변호사들 "이재용 불기소 의결, 순리(順理) 따라 수용해야"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8.2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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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수사' 이복현 부장검사 '문책성' 좌천
"예고된 실패... 후임이 사안 객관적으로 봐야"
법조계 "3~4년 털고도 혐의점 못 찾아... 수심위 의결 역행하면 검찰 내상 커질 것"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사진=YTN뉴스 캡쳐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사진=YTN뉴스 캡쳐

지난해 8월부터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수사를 지휘해 온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사법연수원 32기)이 대전지검으로 전보발령을 받았다. 실제 인사일은 내달 3일, '수사 부실'의 책임을 묻는 사실상의 ‘좌천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장의 전보 발령을 계기로 ‘수사권 오남용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검찰의 삼성 수사가 정상화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사건 수사의 방향성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부실 수사에 따른 문책성 인사의 성격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 여부 결정 등 마무리는 신임 부장에게 맡기는 것이 순리"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28일 법무부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 대상은 대검 과장 및 지방검찰정 차장~부부장이다. 이 부장검사는 이번 인사에서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 부장은 지난해 8월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름을 받고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에 발탁됐다.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이 사건 수사를 마무리 짓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 기소하는 ‘칼잡이’였다.

이 부장은 부임 직후 한국거래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개하면서 수사 초점을 '삼바 분식회계'에서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의혹'으로 바꾸는 등 변화를 모색했다. 이 부장은 최지성 전 부회장, 김종중 전 사장 등 옛 삼성 미래전략실 소속 임직원들을 수시로 소환해 보강 수사를 벌였다. 그는 동일인을 무려 8차례 이상 소환 조사하는 등 삼성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수사 강도를 크게 높였다.

그 사이 일부 친검찰 매체가 수사팀의 동향을 전하면서 '이 부회장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다'는 식의 기사를 냈으나, 검찰은 끝내 '스모킹건'을 찾는데 실패했다. 무리한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부장은 올해 6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임직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강수를 뒀다. 이 부장은 영장전담판사에게 20만 페이지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제출하는 등 '사안의 중대성'을 역설했으나 법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원은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검찰의 청구를 기각했다.

영장 기각은 '예고된 실패'였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견해이다. 처음부터 '이 부회장 구속 기소'를 목적으로 수사에 나선 검찰은 심증과 예단 외에, 이를 뒷받침할만한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 부장이 이끈 수사팀은 법원의 영장 기각을 포함, 삼성측 변호인단과 벌인 3차례의 ‘진검승부’에서 한 번도 승기를 잡지 못했다. 

영장 기각 직후인 올해 6월 11일,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서울중앙지검 부의(附議)위원회는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이 부회장 관련 안건을 상정키로 결정했다. 검찰은 “수사가 공정했고, 외부전문가로부터 수사 및 기소의 적정성을 판단받는 절차는 불필요하다”고 강변했지만 시민위원들의 판단은 달랐다.  

같은 달 26일 대검 수사심의위는 9시간에 이르는 마라톤 회의 끝에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및 수사중단'을 최종 의결했다. 변호사·법학교수 등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심의위원 13명 중 무려 10명이 검찰 수사의 공정성·타당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심의 절차에는 이복현 부장검사를 비롯해 최재훈(35기) 부부장 검사, 김영철(33기)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등 수사 핵심라인 3∼4명이 총출동했지만 위원들을 설득하는데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수사팀 간부들은 이 부회장 관련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한 ‘한계’를 노출했다.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 이후 두 달이 지났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이 부장검사에 대한 인사를 계기로, 삼성 수사를 조기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박영수 특검 당시 윤석열 총장(당시 수사팀장). 사진=이기륭 기자
박영수 특검 당시 윤석열 총장(당시 수사팀장). 사진=이기륭 기자

◆檢 출신 인사들 "수심의 의결은 부실 수사 반증... 사안 객관적으로 봐야"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 A는 "대검 수심위가 수사팀 간부들로부터 설명을 듣고도 '10대 3'이란 큰 표차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의결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수심위가 불기소를 넘어 수사중단까지 권고했다는 사실은 검찰에겐 치욕적"이라며 "수사가 그만큼 부실했다는 결정적 반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A는 검찰 수사팀이 최근 외부전문가들을 별도로 불러 '의견 자문'을 구한 사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고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수심위가 의결을 했는데, 이제와서 다시 외부전문가를 불러 무슨 의견을 구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외부 자문이 필요했으면 수심위 의결 직후 했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삼성 수사에 비판적 입장을 취한 법학, 경영학, 회계학 전문가들 10여 명을 검사실로 불러 길게는 7~8시간이 넘게 면담하고 조서(調書) 작성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실상은 180도 달랐다. 본인들이 원하는 답변을 유도하면서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상당한 시간 동안 검사실에 머물도록 하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드러났기다. 

법조계는 이 부장검사 인사 이후의 수사팀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 출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B는 "이 사건에 대해 주의해야 하는 건 수사의 대상이 삼성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3~4년 동안 먼지털이하듯 뒤지고도 건진게 없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객관적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인사가 수사를 신속하게 종결하지 않으면, 검찰이 입는 내상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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