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사상 첫 전액 배상... '투자자 책임 0%'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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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펀드, 사상 첫 전액 배상... '투자자 책임 0%' 후폭풍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0.08.3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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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사 4곳 금감원 제시안 수용 결정
옵티머스 펀드 등 환매중단 규모만 1조 이상
윤석헌 이어 여당도 '편면적 구속력' 압박... 투자자책임원칙 붕괴 '우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신문 DB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1호) 판매사들이 금융감독원의 투자금 전액 반환 권고를 수용했다. 금융상품 투자에 따른 손실액을 판매사가 100% 배상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다른 펀드를 둘러싼 분쟁조정에서도 선례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하나은행·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대우 등 라임펀드 판매사 4곳은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 분조위가 의결한 손실액 100% 배상 권고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판매사들이 투자자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은 우리은행 650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이다. 판매사 측들은 금감원 권고 수용 이유에 대해 "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 신뢰회복 때문"이라고 전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연기 이후 법률검토 등을 면밀히 진행했다"며 "이 건이 소비자 보호와 신뢰 회복,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고 이 같은 결정(수용)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해당 펀드와 관련해 검찰수사와 형사 재판 등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속한 투자자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권고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향후 진행될 다른 사모펀드 분쟁조정에 미칠 영향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6월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자들에게 펀드 판매사들이 원금 전액을 물어주라"고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사상 첫 100% 배상 권고였다. 그 이전까지 최대 배상은 지난해 발생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였다. 비율은 원금의 80% 수준이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가 판매 시점에 이미 투자 원금의 최대 98% 손실이 확정된 불량 상품이었지만 판매사들이 멀쩡한 상품으로 속여 투자자들에게 팔았다는 이유였다. 금감원은 라임이 만든 가짜 투자 제안서를 그대로 써 투자자를 모은 점 등을 근거로 판매사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감준 채 소비자들에게 라임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했다고 판단했다.

현재 다른 사모펀드 판매를 둘러싼 금감원의 분쟁조정이 예고돼 있다. 옵티머스 펀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아름드리자산운용 펀드, 디스커버리 펀드, 팝펀딩 펀드 등이 조정을 기다리고 있다 .

금감원은 시중은행들이 판매한 13개 사모펀드의 환매중단 규모를 1조3000억원으로 집계했다. 상황에 따라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은행으로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앞서 금감원은 양 당사자가 모두 수용해야 성립하는 분쟁조정안의 원칙을 변경했다. 이른바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이다. 편면적 구속력 제도란, 권고 배상액이 일정 금액 이하일 경우 무조건 수용할 수 있도록 법적 강제력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이다. 투자자는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판매사는 소를 제기할 수 없고 투자자가 조정안을 수락하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제도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민원인의 분조안 수용 시 금융사도 받아들여야 하는 편면적 구속력 도입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어 지난 12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편면적 구속력 내용이 담긴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을 둘러싼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이에 금융권은 투자자책임원칙 붕괴를 우려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투자자 책임은 사라지고 운용사도 아닌 판매사만 100% 책임을 지게 되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며 "금감원이 금융 소비자를 위한다는 구실로 투자자책임원칙을 스스로 무너트렸다"고 말했다. 앞으로 투자 상품 손실 사고가 생길 때마다 판매사가 이를 책임지는 관행이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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