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출잔액 70兆 육박... "부실여신 관리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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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대출잔액 70兆 육박... "부실여신 관리 적신호"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8.2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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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기준 저축銀 건전성은 양호
신평사 "대출유예 끝나면 위기 도래할 것"
업계 "코로나 1년 지속시 대형 저축은행도 적자전환 불가피"
사진=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 보고서 표지
사진=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 보고서 표지

주요 신용평가기관들이 저축은행업권의 불황을 예고했다. 내년까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자산 상위 저축은행들도 적자전환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대출잔액이 곧 7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여신잔액은 69조3,475억원이며, 지난해 4월 60조원을 넘긴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 증가한 저축은행 여신잔액은 작년 같은 기간 1조5,926억원의 두 배가 넘는 3조7,84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 사태로 제1금융권을 넘어 저축은행까지 대출수요가 급증한 상황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뿐 아니라 생계형 가계대출도 급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1,546조원으로 10분기 만에 24조원이 증가했다.

금융권에선 급증한 대출 수요의 대부분이 새로운 수익창출을 위한 투자이기보다는 '급한 불'을 끄자는 것으로 향후 불황이 길어질 경우 대출 회수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8월 보고서에서 "(저축은행들은) 코로나발 실물경기 침체가 부실여신 증가로 전이될 위험이 높아 건전성 지표 위주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전체적인 저축은행 업권의 시장상황은 안정적이라 평가하면서도 비대면 업무 증가, 퇴직연금 운용자산 편입으로 대형 저축은행들의 점유율이 당분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저축은행 업권의 재무상태를 우려했다. 지난 14일자 보고서는 "2020년 1분기 저축은행 실적에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 "실물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재무상태가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기업평가 측은 중소기업대출 위주 저축은행들이 이자수익 감소와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저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부동산 관련대출의 건전성 저하가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총평했다.

보고서는 총자산 1조원 미만의 군소 저축은행을 제외하고 개인신용대출 비중이 38% 이상인 8개 저축은행(SBI·OK·페퍼·유진·웰컴·JT친애·애큐온·JT)에 대해선 "중금리 대출 위주의 여신확대로 이자수익은 늘겠지만 운용수익률 하락과 대손비용 부담으로 전체 수익성은 저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신용대출 위주 저축은행 8개사의 총자산 합계는 3월 말 기준 32조2,000억원으로 저축은행업계 총자산의 41%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8개 저축은행의 3월 기준 총자산 1위는 SBI저축은행(9조3,246억원)으로 2위인 OK저축은행(7조3,062억원)과 2조원 가량 격차를 보였다. 이어 3위 페퍼저축은행(3조4,548원)과 4위 웰컴저축은행이(3조2,328억원) 경합을 보였다.

자료=예금보험공사,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자료=예금보험공사, 그래프=시장경제신문

3월 기준 당기순이익 역시 SBI저축은행(681억원)이 1위였고 지난해 3월 대비 365억 증가했다. 2위 OK저축은행은 395억원으로 같은 시기 222억원 증가했다. 페퍼저축은행은 33억원 적자에서 17억원 적자로 소폭 적자폭을 줄였다. JT친애저축은행은 38억원 적자에서 5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주요 저축은행 가운데 유진저축은행과 JT저축은행 만이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예금보험공사,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자료=예금보험공사, 그래프=시장경제신문

3월 주요 저축은행의 BIS비율은 모두 당국 지도 기준을 상회했다. 유진저축은행(15.66%)이 1위, 이어 웰컴저축은행(14.9%), SBI저축은행(13.62%) 순이었다. 일반적으로 감독당국은 저축은행 BIS비율이 5% 미만일 경우 경영개선권고, 3% 미만인 경우 경영개선요구, 1% 미만인 경우 경영개선명령을 내린다. 

자료=예금보험공사,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자료=예금보험공사,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웰컴저축은행이 7.8%로 주요 저축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다. SBI저축은행은 2.9%로 가장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애큐온 저축은행은 지난해 3월 기준 9.2%에서 금년 3월 5.3%로 크게 개선됐다. 같은 시기 SBI저축은행도 4.1%에서 2.9%로 고정이하여신 비율을 줄였다.

고정이하여신은 회수하기 어려운 대출의 비중으로, 일반적으로 이 값이 클수록 은행의 자산건전성은 악화된다. 

자료=예금보험공사,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자료=예금보험공사, 그래프=시장경제신문

3월 기준 연체율은 페퍼저축은행이 5.2%로 가장 높았고 SBI저축은행이 2.3%로 가장 양호했다. 웰컴저축은행을 제외하고 주요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됐다. 애큐온저축은행 3.4%p, JT친애저축은행 2.5%p, SBI저축은행 1.6%p, 페퍼저축은행 1.2%p 순으로 연체율이 개선됐다.

자료=예금보험공사,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자료=예금보험공사, 그래프=시장경제신문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보고서에서 향후 "코로나 사태로 개인 신용대출 위주의 저축은행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코로나 여파가 1년 이상 지속된다면 상위권 저축은행들도 적자전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모두 최근 보고서에서 유동성 비율·예대율 규제가 한시적으로 유예되는 이른바 '금융규제 유연화'로 인해 실제 부실진행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고 저축은행의 건전성 하락이 특정 시점에 집중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한국신용평가 측은 "정책 일몰기간에 급작스런 건전성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지표보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건전성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기업평가 보고서 말미에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의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로 실질 건전성과 지표상 건전성의 괴리가 확대될 것" 이라고 전망하면서, "유예기간이 끝나면 저축은행의 수익성 및 자산건전성은 큰 폭의 저하를 경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26일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장기화가 저축은행 업권의 큰 부담이 될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 "향후 디지털 역량 확대를 통한 비용 감소와 CSS고도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능력 향상으로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 역시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고 연체율을 관리하는 등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과 운영을 고심하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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