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1,300조 원을 넘어서면서 ‘신용카드 제국’(로버트 D. 매닝)이라는 책자에 나오는 말처럼 우리나라도 ‘신용카드 없이는 집 밖으로 나가지 못 하는 세상’이 돼 버렸다.
신용카드에 중독된 우리나라의 소비자들 덕택(?)에 카드사들은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며 ‘카드수수료 인하’라는 공약을 내세웠고 이제 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영세 가맹점 우대수수료 적용기준을 연매출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 적용기준을 연매출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완화하겠다는 공약이었다.
또한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은 1.3%에서 1%로 인하하고 약국, 편의점, 빵집 등 소액 다결제 업종에 대한 우대수수료율 적용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카드 수수료율은 신용카드 산업이 국내에 도입된 이후로 꾸준히 인하돼 왔다.
신용카드 도입초기인 30년 전만 해도 5%내외였던 수수료가 그간 수차례에 걸쳐 인하되면서 지금의 0.8~2.5%의 수수료율로 자리 잡은 것이 지난 해 부터이다.
정치권은 선거철만 되면 엿장수 가위질하듯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들고 나와 표를 구걸하는데 악용해 왔다.
업계에서는 추가로 수수료를 인하하게 되면 사실상 문을 닫으라는 소리라며 반발을 하고 있지만 수수료 인하를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대책도 없다.
여신금융협회가 지난 4월 영세가맹점 500곳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를 벌여 영세가맹점들의 큰 애로사항은 카드 수수료가 아니라는 낮 뜨거운 결과물이나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에서의 가격결정은 시장의 기능에 맡겨두고 정부는 운동장이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평형성만 유지시켜 주면 된다.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면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여신법19조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해괴한 악법이 있는 한 운동장의 평형성은 회복이 불가능하다.
정치권은 여신법 19조를 통해 운동장을 한 쪽으로 기울여놓고 선거철만 되면 카드 수수료를 인하해 주겠다며 표(앵)벌이를 하고 있다.
게다가 영세자영업자 등 카드회사와의 협상테이블에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가맹점들이 단체를 결성해 카드사와 대등한 협상력을 갖도록 하는 일에도 관심이 없다.
가맹점 단체들이 수수료 협상에 참여하게 되면 협상이 파행될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논리에 편승한다.
카드 수수료라는 ‘표 구걸용 깡통’을 차버리는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
시중은행의 전직 부행장이 정치권이 카드수수료를 악용하고 있으며 결코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비난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