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증 못내놓은 檢에... 조현준 측 "GE 재무양호, 유상감자 관여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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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증 못내놓은 檢에... 조현준 측 "GE 재무양호, 유상감자 관여 안해"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7.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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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경가법상 배임 혐의’ 항소심 5차 공판 분석
"유상감자, 자사주매입, 법령에 따라 실행"
1심 '무죄' 판단 뒤집으려는 檢... 조현준 회장 개입·지시 입증 증거 '전무'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현준 효성 회장 항소심 5차 공판에서, ‘유상감자’와 ‘자사주 매입’의 위법성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상감자와 자사주매입은 기업의 일상적 경영활동 중 하나로, 유통주식의 물량이 줄어들어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호재’로 인식된다. 특히 유상감자는 ‘주주 배당’을 실시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이 제도는 합병이나 대규모 투자를 앞둔 기업 총수 등이 ‘실탄’ 확보를 위해 활용하기도 한다. 지분을 보유한 기업 총수 등은 유상감자를 통해 현금을 확보, 곧 있을 합병이나 사업개편 등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위 두가지 제도는 기업의 ‘자본감소’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요한다. 상법과 자본시장법은 위 두 제도를 실시할 수 있는 요건, 기준, 방식과 절차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22일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이 사건 5차 공판기일을 열고, 효성 계열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이하 GE)’의 유상감자 및 자사주 매입의 위법성 여부를 살폈다.

이날 공판은 변호인단의 프리젠테이션 위주로 진행됐다.

특경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조 회장에게 검찰이 적용한 공소사실은 3가지이다. 하나는 ‘계열사에 대한 미술품 고가 매입 강제(효성아트펀드 관련) 의혹’이며, 다른 하나는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가상의 인물을 직원으로 등재시켜 급여 명목으로 약 16억원을 횡령한 혐의이다. 세 번째 혐의는 사실상 개인기업인 GE 회생을 위해 주주들에게 유상감자 및 자사주 매입을 강요했다는 의혹이다.

1심은 검찰 공소사실 중 앞선 두 건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 GE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각각 내렸다.

위 3가지 혐의 중 핵심은 효성아트펀드 및 GE 관련 의혹이다. 아트펀드 관련 의혹의 경우 효성 측 위임을 받아 펀드를 운용한 한국투자증권과 효성 측 담당 임원의 진술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각 진술의 진위 확인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증인신문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심이 무죄로 판단한 GE 관련 의혹은 유상감자와 자사주매입이 조 회장의 지시에 의해 의뤄졌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2006년 9월 설립된 GE는 2008년 8월 LED 업체 럭스맥스코리아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LED 디스플레이 생산·판매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LED 사업 전망은 상당히 밝았다. 다음해인 2009년 6월, 회사는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국내 증권사들로부터 상장을 제의받았고, 2010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투자유치도 순항했다. 2010년 6월 GE는 홍콩계 투자회사 엑셀시어로부터 150억원을 투자받았다. 엑셀시어는 GE 신주를 주당 1만500원에 142만 8571주를 인수키로 하고, 원금에 대한 일종의 안전장치로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LED 업황 악화로 2013년 7월 GE의 상장이 무산되면서 시작됐다. 엑셀시어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풋옵션을 행사했고, GE는 엑셀시어 보유지분을 재매수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이 과정에서 GE는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 유상감자 및 자사주매입을 실시했다.

검찰은 회사의 유상감자와 자사주매입 결정 배경에 조 회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조 회장의 지시로 회사가 유상감자와 자사주매입을 실시했고, 그 결과 179억원 상당의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 검찰 공소사실의 요지이다. 

검찰은 그 근거로 두 가지 정황을 제시했다. 하나는 당시 회사가 매출채권 대부분을 회수하지 못할 정도로 재무상태가 열악했는데도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로 유상감자를 실시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유상감자와 자사주매입 기준으로 주당 가격을 7500원으로 평가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당시 회사 주식 가치는 1주당 649원에 불과했다”며 “주식 가치를 1주당 7500원으로 뻥튀기해 결과적으로 (대주주인) 조 회장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辯 “검찰 공소사실, 팩트와 달라... 유상감자로 부당이득 취한 사실 없어”

변호인단은 검찰이 제시한 두 가지 정황증거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다음은 회사 재무상태 관련 변호인 측 항변.

“당시 GE의 재무상태는 전혀 열악하지 않았다. 유상감자 결의 직전인 2012년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보면 자산이 854억, 자본이 397억 가량으로 유상감자와 자사주 매입을 할 여력이 충분했다.

GE 부채비율은 116% 수준으로 비교적 우량한 편에 속했다. 제조업 특성상 현금자산 비중이 낮고 고정자산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유상감자로 대금을 확보했던 것.”

변호인단은 매출채권 미회수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2012년 말 기준으로 GE 매출채권 잔액이 328억원이라고 하는데, 이는 오해”라고 말했다. 328억원은 GE 설립 이후 매출채권 대부분을 회수하고 남은 금액이기 때문에 실제 미회수 비율은 17.2%에 불과하다는 것이 변호인단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2013년 재무상태가 양호했다가 2014년 하반기부터 안 좋아진 것을 두고 원래부터 재무상태가 나빴다고 볼 수는 없다”며 “만약 재무상태가 열악한 것을 전제로 유상감자 자체가 배임이라고 한다면 주주 전원을 기소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상감자 위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 공소사실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유상감자가 조 회장 등에게 유리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하지만, 사실관계를 보면 모든 주주에게 균등하게 감자가 이뤄졌다.

주주에게 돈을 줘서 채권자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에는 배임이 되겠지만, 이 사건은 채권자 승인 아래 유상감자가 된 것이므로 배임으로 볼 수 없다.”

변호인단은 특히 “검찰은 1주당 평가액을 7500원으로 산정한 사실을 문제삼고 있으나 자사주 취득은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만 이뤄진다. 주당 금액을 올리면 주식수가 줄고, 내리면 늘어나는 구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당 금액은 회사가 스스로 정하도록 돼 있고, 상법에서도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며 “자사주취득과 유상감자는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 만큼, 주당 금액을 문제삼아 배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당시 홍콩의 유명 사모펀드인 엑셀시어는 GE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며 “GE는 2013년까지 수익을 올렸지만 2만원 대에 상장이 어려워지자, 주주 8명의 동의를 얻어 유상감자를 통한 자사주매입을 결의했다”고 부연했다.

변호인단은 “엑셀시어로부터 유치한 150억원을 반환하는 국면에 이르자 조 회장은 GE를 대신해 투자금을 상환했다”며 “조 회장은 회사 공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사실이 없음에도 기소됐다”고 했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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