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한투證 전망 '부정적'... "위기때 지주사도 외면 위험"
상태바
무디스, 한투證 전망 '부정적'... "위기때 지주사도 외면 위험"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7.27 0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NH·신한證 지주회사 튼튼해 '안정'
삼성證, 위험선호 크지 않아 '안정'
전문가들 "모기업 지원과 체질개선 병행돼야"
사진=무디스 2020년 7월 21일 보도자료
사진=무디스 2020년 7월 21일 보도자료

무디스가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 검토'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유사시 지주회사의 지원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반면 건실한 지주회사를 둔 증권사들은 소나기를 피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별 여건과 역량에 따라 '맞춤형' 체질개선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1일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신용등급 조정결과를 발표했다.

한국투자증권만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하고 나머지 증권사들은 현재 등급을 유지하고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16일 미래에셋대우에 대해선 신용등급 'Baa2'를 유지하고 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무디스는 지난 4월 7일 미래에셋대우를 포함한 6개 증권사의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하향조정 검토'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주된 이유였다. 무디스 측은 증권사들이 수익성·자본적정성·자금조달·유동성에 압박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는 파생결합상품(ELS) 관련 거래, 단기금융업과 우발부채, 그리고 저금리 기조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며 해외자산과 부동산 자산을 늘리는 데서 취약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Baa2' 신용등급을 사수했지만 현재 추진하고 있는 리스크 경감조치의 효과와 지속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전망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무디스 측은 한국투자증권이 다양한 건전성 규제 조치를 논의하고 있지만 자체 헤지 ELS, 대체투자자산의 매입·매각, 외화자금조달 등 고위험 부문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조치가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1,33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전환에 이어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과 같은 파생상품 평가손실로 561억원의 대규모 손실도 입었다. 

지난 14일엔 옵티머스펀드 피해자들에게 투자원금 70%에 해당하는 287억원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금액 만큼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므로 재무제표상 실적은 악화될 전망이다. 원금의 나머지 30%는 펀드 자산 실사 결과를 보고 9월 30일까지 지급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무디스 측은 한국투자증권의 모기업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유사시 지원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한국투자증권이 자산과 이익기여 측면에서 그룹 내 주된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유사시 그룹에서 한국투자증권에 힘을 실어줄 마땅한 방편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디스 측은 한국투자증권의 전망이 다시 '안정적'으로 조정되기 위한 조건으로 △안정적인 장기자금조달 △위험선호 비율 25%미만으로 조정 △레버리지 비율 12배 미만 △안정적 수익성과 재무비율 유지 등을 열거했다. 

무디스는 앞으로 한국투자증권의 자산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무디스가 말하는 '부정적' 전망은 통상 1년에서 1년 6개월 사이 신용등급이 상향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반면, 상대적으로 건실한 모기업을 둔 증권사들은 이번 무디스발 소나기를 피해갔다.

무디스 측은 KB증권이 수년간 경쟁사와 비교해 이익이 적었고, 변동성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회사채와 발행어음으로 '위험 선호도' 역시 높다고 보았다. 위험 선호란 각종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공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성향을 일컫는다. 이러한 이유에서 KB증권의 독자신용도는 종전 'Ba1'에서 'Ba2'로 하향됐다.

그러나 무디스는 유사시 KB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의 지원이 있을 것을 고려해 신용등급 'A3'를 유지하고 전망도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1년에서 1년6개월 사이에 리스크가 악화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의미로 건실한 모기업의 후광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무디스 측은 KB금융지주가 유사시 KB증권을 지원할 가능성이 큰 이유로 △KB금융지주가 KB증권사의 지분을 100% 보유했으며 △금융그룹의 '원펌(One Firm)전략'으로 KB증권의 위상이 높다는 점 △유사시 KB금융그룹의 평판리스크를 들었다.
 
NH투자증권 역시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 고려돼 'Baa1' 등급과 '안정적' 전망을 부여받았다. 무디스 측은 평가 근거로 NH투자증권이 그룹내 타 계열사와 협업이 잘 되고 있으며, 금융지주사가 NH투자증권을 전략적으로 중요시하는 점을 들었다.

이 외에도 무디스는 농협금융지주가 NH투자증권 지분을 49.1%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50.9%는 국민연금의 10.82%를 포함한 소수지분으로 구성된 점도 유사시 모기업이 NH증권을 위해 적극 나설 수 있는 배경으로 지목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신한금융지주의 지원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이 참작돼 기존 신용등급(Ba1)을 유지하고 전망도 '안정적'으로 부여받았다.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모기업 지원 가능성을 높게 본 근거로는 모기업이 100%지분을 보유했으며 지난해 금융지주의 순이익 가운데 신한금융투자의 비중이 8%에 달하는 점을 들었다.

무디스 측은 KB·NH·신한 증권의 모기업이 유사시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예측의 근거로 예외 없이 '평판리스크'를 들었다. 이른바 평판리스크는 부정적 여론으로 기업이 시장에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지주회사는 계열사에 여론이 악화될 만한 사건이 발생한 경우 그 악영향이 타 계열사로 전이되지 않도록 다양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삼성증권은 기존 신용등급(Baa2)을 유지하고 '안정적' 전망을 부여받았지만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무디스 측은 모기업 삼성생명의 지원 가능성은 보통 수준이며 경쟁사 대비 위험선호가 낮고 변동성이 크지 않은 보통 수준의 자금조달과 유동성이 주된 평가요소였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보고서 말미에 증권사들이 안정적인 자금조달과 부채비율 관리를 지속할 경우 추가적인 신용등급 상향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직 금융권 종사자는 23일 "건실한 지주회사를 둔 기업은 경영 전반에서 선택지가 다양하고 지금과 같은 위기시 '맷집'이 좋을 수 밖에 없다"고 총평했다. 그는 "우리 사회 일각에 존재하는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재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시민사회 관계자는 "그룹의 후광에 의지하기보다 독자적으로 혁신과 체질개선을 해나가는 편이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약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