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재철 회장, 금감원 눈치보기 급급"... 금투협 무용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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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재철 회장, 금감원 눈치보기 급급"... 금투협 무용론 대두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7.12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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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회장, 회원사 권익보호 소홀... 부끄럽다"
라임 펀드·옵티머스 사태 '강 건너 불구경'
금융투자협회 "대책은 당국이 내놔야"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사진=시장경제DB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사진=시장경제DB

최근 연이어 터지고 있는 사모펀드 사태 속에서 금융투자협회가 이렇다 할 대응방안을 찾지 못해 협회 기능을 둘러싼 무용론이 일고 있다.

매년 회원사 회비 등 6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하는 협회가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투협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설립된 회원 조직으로 증권사·자산운용사·선물사·신탁사 312개를 정회원으로, 은행·보험·종금·증권금융사 101개를 준회원으로 두고 있다. 현재 총 회원사는 438개로 대한민국 금융투자업계의 본산이라고 불린다.

협회는 산하에 자율규제위원회를 두고 '회원의 영업행위와 관련된 분쟁의 자율조정' 기능을 명시하고 있다. 자율규제위원회는 위원장 1인과 금융·법률·회계 전문가 등 6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가 대형 금융사고 등으로 업계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때마다 제 역할을 하지 않고 당국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1월 말 전문 사모운용사들은 긴급 사장단 모임을 열었다. 이날 사장단은 협회 측에 "제2의 라임이 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해소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협회는 우선 상위 50개사를 중심으로 사모 헤지펀드 긴급 현황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전체 개방형 펀드(173조원) 가운데 비유동성 사모사채 및 메자닌(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채권) 자산 비중은 1조5,000억원으로 1%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라임 사태를 촉발한 증권사의 총수익스와프(TRS) 규모 비중도 3.7%(6조4,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다수 운용사들은 TRS를 낀 무리한 개방형 펀드와 관계가 없었던 것이다.

당시 금융투자업계에 집중된 국민들의 비난 여론을 달랠 수 있는 좋은 자료였음에도 협회는 이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에서 전체 전문사모운용사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데 협회가 일부 회사들의 통계를 먼저 발표하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당시 업계에선 "나재철 회장이 금감원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회원사들의 권익 보호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나재철 회장이 부끄럽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2019년 라임 펀드를 적극적으로 판매하던 당시 나재철 회장이 대신증권의 대표이사였다는 점을 주목한다. 대신증권은 라임 펀드 판매사 가운데 1위로 불완전판매·사기 등 혐의를 받아 2월 27일 서울남부지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협회는 라임과 디스커버리에 이어 이번 옵티머스 사태에도 2선으로 물러서서 금융당국의 결정만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업계의 자정과 투자자 보호'라는 설립 취지에 걸맞는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옵티머스는 투자금의 95% 이상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안정적으로 연 수익률 3%를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모은 뒤 부실 업체에 투자했다가 환매중단 사태를 불렀다. 심지어 전체 투자금 5,151억원 가운데 2,500억원 가량은 행방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라임자산운용·디스커버리자산운용·옵티머스운용 등 대형 운용사들과 이번 옵티머스 펀드의 1위 판매사인 NH투자증권, 2위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당사자들이 모두 협회 정회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 얽힌 운용사와 판매사들을 회원으로 둔 이상 사태예방과 수습을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해야 마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간 600억원 상당의 예산을 쓰는 '금융업계의 허브'가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금투협은 금융당국과 업계 사이에서 제대로 가교역할을 하지 못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협회 측과 수 차례 회의를 거쳐 부동산 PF 규제안을 마련했다. 당시 협회는 회원사들에게 금융당국의 입장과 계획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증권사들의 원성을 샀다.

당시 증권사 관계자들은 의견수렴 기회가 없었다고 불평했고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이번 규제를 몰랐다면 그건 전달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적잖은 종사자들이 금융투자협회가 존재하는지도 모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펀드 사고와 관련해 "경쟁과 실적압박이 없는 그런 공공기관에서 실효적인 개선안이 나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10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특별한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금융당국이 먼저 어떤 안을 내면 그 이행을 충실히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협회 설립취지와 상당한 온도차가 느껴지는 주장이었다.

한편, 금투협은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선호하는 이른바 '꿀직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에 따르면 평균 연봉은 5,615만원으로 동종업계 평균보다 30%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협회장 임기는 3년이며 연봉은 5~6억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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