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최악인데 금융시장 과열"... IMF, 코로나發 '양적완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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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최악인데 금융시장 과열"... IMF, 코로나發 '양적완화' 경고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7.0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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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대규모 유동성이 시장왜곡" 경고
실물경기·금융시장 괴리 국내서도 재현
전문가들 "코로나 취약계층 선별지원해 국가재정 아껴야"
IMF 총재. 사진=MBC뉴스화면 캡처
IMF 총재. 사진=MBC뉴스화면 캡처

한국은행 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풀린 대규모 유동성이 주택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IMF가 대규모 유동성으로 인해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이 왜곡될 수 있음을 경고한 직후여서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위기상황에서 선별지원을 통해 불필요한 국가재정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5일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 코로나19 시대의 시장(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 Markets in the Time of COVID-19)' 업데이트 판에서 각국의 유동성 공급으로 실물경기에 비해 금융시장이 과열됐으며 이것이 추후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등 주요 10개국의 중앙은행들은 유동성 공급을 위해 지난 1월부터 6조달러의 자산을 사들였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년 동안 매입한 자산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괴리 현상으로 인해 향후 자산 가치의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통상 조정은 자산 가격이나 주가지수에서 10% 이상의 하락을 의미한다.

실제로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의 괴리는 상당한 상황이다. IMF의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수정본에 의하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9%다. 4월 추정치인 -3.0%보다 큰 폭으로 하향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당분간 실물경기가 녹록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8.0%p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4분기의 -8.4%p에 필적하는 역대급 수치로 기록된다.

IMF 측은 실물경기가 이러함에도 세계 금융시장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을 문제삼았다. 일례로 코로나19 확산세와 기록적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지난 3월 저점을 기록한 이래 35% 이상 상승했다.

IMF 관계자는 "세계 기업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권 발행도 역대급"이라며 "가계부채와 함께 금융시장에 충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S&P
사진=S&P

국내 금융권에서도 "과도한 양적완화로 인해 IMF의 경고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문재인 정부는 적극적으로 양적완화에 나섰다. 한국은행 측은 올해 말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을 14.8%로 예상했지만 정책적 개입이 없었을 경우 14.1%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증권회사의 연말 순자본비율(NCR)은 516.7%(baseline)로 예상되지만 정부 개입이 없었다고 가정하면 310.1%로 추산된다. 

최근 한국은행 관계자는 IMF가 지적한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의 괴리현상이 국내에서 재현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지난달 24일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관련 기자회견에서 민좌홍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실물경제와 지나치게 괴리된 금융 자산시장이 심화하면, 이로 인한 부작용에 대비하는 준비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시장왜곡과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5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그간 진정세를 보였던 주택가격이 다시 오를 조짐이 보인다"고 했다. 민좌홍 금융안정국장 역시 "속단할 단계는 아니지만 (공급한 유동성이) 소비·투자로 충분히 파급되지 않고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취약계층과 산업 생태계를 선별 지원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IMF는 이번 보고서 서두에 지난 4월 7일에 있었던 상임이사들의 대책토의 속기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IMF 상임이사들은 취약한 금융 시스템을 우선 지원해 불가피한 경기침체 가운데 '낙인효과(scarring effect)'를 최소화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른바 낙인효과는 개인이 실업이 길어지면 그만큼 숙련된 기술을 갖기 어려워져 이후 더 적은 임금을 받게 되는 일종의 악순환을 의미한다. IMF 상임이사들의 의견은 한정된 자원을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시스템 재건에 선별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김승욱 교수는 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정부는 '산업 생태계'를 지키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편적 시혜보다 가능성 있는 기업을 선별해 도산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승욱 교수는 "현재 공기업 부채와 탈원전 여파를 감안하면 국가 부채는 심각한 수준으로 (정부는) 과도한 유동성 공급을 우려한 이번 IMF의 경고를 깊이 새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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