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구광모, '전기차 동맹' 나섰다... 첫 배터리 회동
상태바
정의선·구광모, '전기차 동맹' 나섰다... 첫 배터리 회동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0.06.23 0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G화학 오창공장서 기술 협력방안 등 논의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조만간 회동 관측
4대 그룹 '전기차 동맹' 가속... 시너지 기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22일 오전 LG화학 오창공장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나 전기차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차와 LG그룹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과 구 회장은 이날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오찬을 함께했다. LG화학은 한 번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3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을 찾아 기술 개발을 직접 독려한 제품이다.

이 자리에서 두 그룹이 앞으로 펼칠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협력할 사항들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과 구 회장의 단독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기획조정실 김걸 사장, 상품담당 서보신 사장, 현대모비스 박정국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방문했다. LG그룹에서는 ㈜LG 구광모 대표와 권영수 부회장, LG화학 신학철 부회장, 전지사업본부장 김종현 사장, 배터리연구소장 김명환 사장 등이 맞았다.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LG화학이 개발 중인 장수명(Long-Life)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명 배터리는 현재 배터리보다 5배 이상 오래 사용해도 성능이 유지된다. 리튬-황 배터리는 양극재로 황탄소 복합체, 음극재로 리튬 메탈 등 가벼운 재료를 사용해 무게 당 에너지 밀도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2배 이상 높다.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가격경쟁력도 뛰어나다. 이 배터리가 전기차에 적용되면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내부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변경해서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LG화학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산 공정을 활용할 수 있는 타입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현대차와 LG화학은 이미 전기차 사업에서 협력 관계다. LG화학은 현대차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현대기아차 전기차 전용플랫폼 2차 배터리 공급사로도 선정됐다. 1차 공급사는 SK이노베이션이다. LG화학은 현대차 코나와 아이오닉 전기차, 현대·기아차 하이브리드카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만났다. 두 사람은 충남 천안 삼성SDI 사업장에서 차세대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정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조만간 만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4대 그룹 총수들이 이례적으로 특정 사업분야 협력차 개별 회동에 나선 이유는 전기차 및 배터리가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산업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매년 10% 성장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보고서를 통해 2030년 한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체의 2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40년에는 6000만대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차량 성능을 좌우할 고성능, 고효율 배터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현대차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르노닛산,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4위다. 현대차그룹도 2025년까지 10조 원 이상을 투자해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려 세계 2위 전기차 제조사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기차 점유율을 넓히기 위해서는 삼성·LG·SK의 기술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LG화학이 앞서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은 점유율 27.1%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 배터리 3사를 합치면 올 1분기 전 세계 시장의 약 37.6%를 점유하고 있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지난해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사업을 2024년 매출 비중 30%대로 낮추고, 전지사업을 50% 수준인 31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와 LG화학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업계에선 관련 사업간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완성차 강자인 현대차라는 안정적 공급처를 얻고, 현대차는 전 세계 점유율 1위인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며 “각 분야에서 글로벌 톱인 기업들이 협업해 시너지를 내면 기업과 국가의 미래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