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경영 족쇄' 풀릴까... 5년 끈 檢수사, 5일후 시민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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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경영 족쇄' 풀릴까... 5년 끈 檢수사, 5일후 시민판정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6.2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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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수사심의위서 '이재용 수사·기소 타당성' 심의
한계 드러낸 檢... 무리한 수사로 '삼성 위기' 심화
법조계, 檢 '한풀이식' 기소 비판 목소리... 외신 "사법리스크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나온 9일 새벽 2시 40분경 서울구치소를 나서는 모습. 사진=이기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나온 9일 새벽 2시 40분경 서울구치소를 나서는 모습. 사진=이기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및 기소 타당성 여부를 논의할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26일 열린다. 수사심의위의가 내놓는 의견은 강제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하지만, 검찰은 과거 8차례나 수사심의위 결정에 따른 전례가 있다. 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사건 수사를 전담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위원회에 참여하는 시민전문가들을 설득하기 위한 의견서 작성에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가 내놓는 의결은 권고에 불과하지만, 삼성과 검찰 양측 모두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상이상으로 크다. 

이달 8일 새벽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밝힌 사유에서 알 수 있듯 '검찰의 혐의 소명 부족'과 '수사 부실'은 시민전문가들의 심의 과정에서 논란의 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여곡절 끝에 검찰이 기소를 강행한다고 해도, 이 사건 수사 및 기소의 적절성과 타당성이 시민전문가들의 심의 대상이 됐다는 점 자체가 검찰에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이번 한 주가 삼성그룹 경영정상화를 가늠할 수 있는 중대 고비가 될 것이란 관측도 많다. 

삼성은 16년 말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 이후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현직 임직원 110명이 430여회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유례없는 시련을 겪고 있다. 같은 기간 진행된 압수수색도 50여 회에 달해, 미래를 위한 중장기 사업계획수립은 물론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비상 플랜 가동도 쉽지 않았다. 장기간에 걸친 경영 공백으로 삼성 주요 계열사들이 주춤하는 사이 글로벌 경쟁사들은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 

시민전문가들이 불기소 의결을 내고, 검찰이 이를 수용한다면 삼성은 5년 만에 경영정상화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반면 검찰이 어떤 식으로든 기소를 강행하는 경우, 경영공백과 이로 인한 삼성 위기론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삼성 특유의 '초격차' 전략을 상징하는, 한 발 빠른 과감한 투자나 M&A도 기대하기 어렵다. 삼성 임직원들이 26일 나올 대검수사심의위원회 의결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한계 드러낸 檢 수사... '삼성 흔들기'로 멈춰버린 신성장동력

박영수 특검을 기점으로 할때 만 3년 6개월이 넘도록 이 부회장 수사를 진행한 검찰 입장에서 법원의 영장 기각은 뼈아픈 결과다. 특히 그 사유가 대검수사심의위원회에 어떤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검찰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검찰 수사팀이 심의위 참여 시민전문가들을 설득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현실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앞서 법원은 검찰 수사팀이 이 부회장 등을 상대로 청구한 영장 발부를 기각했다. 검찰은 "피의자를 구속하지 않는다면 기업 총수로서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고, 수사기록이 20만 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 검찰은 '헌장 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범죄'라는 수식어까지 붙이며 이 부회장 구속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의 청구사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법원은 "피의자 책임의 유무와 그 정도는 공판 심리를 통해 규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검찰의 혐의 소명이 영장 발부에 이를만큼 충분하지 못했음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혐의 소명 부족'은 검찰의 수사 부실을 뜻한다는 점에서 법원의 영장 기각은 수사심의위원회 시민전문가들의 판단에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수사에서 명백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데도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무리하게 밀어 붙이는 것은 ‘한풀이식’ 기소 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비판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재계에서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불기소가 타당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삼성이 미래성장동력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기소로 인한 경영공백은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 부회장이 구치소에 갇혀있던 지난 1년여 동안 삼성의 M&A(인수합병)과 대규모 R&D 투자는 모두 얼어붙었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돼 2년 4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사법리스크’가 경영 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신들도 이 부회장의 부재가 인수합병과 대규모 투자 결정에 어려움을 더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사법리스크’가 삼성의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기사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년간 이 부회장의 법적 문제로 회사는 거의 마비 상태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야 하는 이 부회장과 삼성에게는 사법리스크 연장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 부회장 부재 시 M&A, 전략적 투자 등 중요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리스크는 삼성에 큰 우려로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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