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첩약건보 시범사업' 찬반투표 놓고 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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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첩약건보 시범사업' 찬반투표 놓고 혼란 가중
  • 설동훈 기자
  • 승인 2020.06.1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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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 "최종안까지 변수 많은데 의견수렴도 없어" 우려
대한한의사협회가 첩약건강보험 시범사업의 찬반 여부를 묻는 전 회원투표를 실시키로 한 것과 관련, 회원들 사이에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사진=픽사베이
대한한의사협회가 첩약건강보험 시범사업의 찬반 여부를 묻는 전 회원투표를 실시키로 한 것과 관련, 회원들 사이에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사진=픽사베이

대한한의사협회가 첩약건강보험 시범사업의 찬반 여부를 묻는 전 회원투표를 이달 22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하기로 한 것과 관련, 회원들 사이에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첩약건보 시범사업 찬반투표에 대해 우려와 비판이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투표를 앞두고 공개된 내용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에서 최종 확정된 내용이 아닌데다 회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를 실시하려는 데 따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첩약건강보험 시범사업에 대한 회원들의 우려는 이번 찬반투표 실시와 관련해 갑자기 불거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수면 위로 부상한 이후 찬반양론의 논의가 지속되는 등 줄곧 한의협의 ‘뜨거운 감자’로 대두됐었다.

특히 서울시한의사회와 부산시한의사회가 지난해 첩약건강보험 시범사업 참여와 관련한 전 회원 찬반투표를 실시, 각각 65.2%, 79.5%의 반대 의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한한의사협회는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실시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이후, 회원들에게 변경 불가능한 최종안이 나오면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투표를 실시한 후 결과가 반대로 나올 경우 시범사업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찬반투표가 지금껏 협회가 회원들에게 제시했던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결정되면서 그동안 최종안이 도출되기를 기다렸던 회원들의 우려와 비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현재 많은 회원들이 표출하는 우려와 비판은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의 최종안이 도출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실시하는 찬반투표가 향후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데 기인하고 있다.

즉, 최종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찬성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를 가정할 때 이후 최종안 도출을 위한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등 의약관련 단체들이 수가가 높게 책정돼 있다고 주장하는 ‘변증-방제기술료’ 등이 삭감 조정되는 등 한의사들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돼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수도권에서 개원 중인 W원장은 “협회가 발표한 내용은 건정심 소위에서 결정된 최종안이 아니며 이 경우 이후 심의과정에서 얼마든지 주요 내용이 바뀔 수 있다는 변수가 존재한다”며 “변경 불가능한 최종안도 아니고, 더욱이 회원들의 의견수렴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하는 찬반투표는 향후 최종안이 어떻게 결정될지 예측 불가능한 상태에서 시행하는 ‘깜깜이 투표’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L원장은 “이번 찬반투표는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원들의 의견수렴도 생략된 채 어찌 보면 중앙회를 믿고 백지위임을 해달라는 의미로 보여 지는데 최종 협상안이 도출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중앙회와 회원 모두에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중앙회는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것보다 정부와의 협상 진행 및 최종 협상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회원들에게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는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에 한약사와 한약조제약사가 참여하게 된 것도 회원들의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한층 높이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가 회원들에게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한약사와 한약조제약사의 경우 시범사업 참여 신청을 하고 한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조제하는 경우 조제탕전료와 약제비를 청구할 수 있으며, 다만 한약사와 한약조제약사의 조제탕전료 수가는 한의사의 원내탕전 시 조제탕전료보다 다소 낮은 수가로 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지금껏 한약사와 한약조제약사를 배제한 첩약건강보험 시범사업 참여를 주장했던 회원들에게 정면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한약사와 한약조제약사의 참여 자체가 기본 기조에서 벗어나는데다 자칫 한의약분업의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지역 개원 한의사인 K원장은 “지난 몇 년간 첩약건강보험과 관련된 논의와 함께 찬반투표가 진행될 때 기본 기조는 한약사와 한약조제약사를 배제한 첩약건강보험의 시행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종안이 아니기는 하지만 한약사와 한약조제약사가 참여하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향후 한의약분업을 비롯해 발생 가능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한의사협회는 "지금 준비된 시범사업안이 최종 결과는 아니지만 시범사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성실한 수행을 통해 대상 질환을 확대하고 처방 일수를 늘려 나가는 등 첩약건강보험의 정착과 함께 영역을 확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회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촉구하는 한편 반대의 결과가 나올 경우 더 이상 첩약건강보험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의견수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최종안이 아닌 내용을 가지고 실시하는 찬반투표인데다 협회가 공개한 내용에 대해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어 현재로서는 투표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투표결과와 상관없이 한의계가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내홍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투표는 K-voting에서 온라인으로 22일 오전 9시부터 24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되며 24일 투표가 마무리되면 즉시 개표 및 발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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