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 피치 신용등급평가 철회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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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카드, 피치 신용등급평가 철회 배경은?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0.06.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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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R BBB+ 하향 조정에 등급 평가 철회 요청
전문가들 "기업 이미지 훼손·신뢰도 하락 우려"
KB국민카드 "등급평가는 선택의 문제... 철회해도 외인 투자 유치 문제되지 않아"
지난 28일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한 곳인 피치(Fitch)가 KB국민카드의 신용등급을 철회(Withdrawn)했다. 사진=피치 제공
지난 28일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한 곳인 피치(Fitch)가 KB국민카드의 신용등급을 철회(Withdrawn)했다. 사진=피치 제공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피치(Fitch)가 KB국민카드의 신용등급을 철회했다. 

신용평가 철회는 해당 기업이 요청하고 신평사가 수용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KB국민카드 요구로 신용등급 평가가 철회된 것이다.

앞서 지난 4월 29일 피치는 KB국민카드의 장기발행자등급(IDR)을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2017년 11월 최초 평가가 진행된 이후 처음 내려진 강등 결정이었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KB금융그룹이 신용카드 자회사를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정적인 요인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지주사의 지속적인 비금융영업의 확장'을 꼽았다. 특히 피치는 KB금융그룹의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지주사 내 공통지분의 이중 레버리지 상승 악화와 통합자본 완충장치의 잠식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Negative)으로 평가했다. 피치는 "현재 한국의 경제적 과제는 앞으로 2년간 KB국민카드의 자산 품질과 수익을 압박할 것이다"며 "카드자산의 56%를 차지했던 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 등 위험 자산이 조달 비용과 연체율 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지난 28일 발표한 신용평가에서도 KB국민카드는 하향 조정된 등급을 유지했다. 피치는 "상황이 단기적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복원되면 다시 안정적(Stable)으로 바뀔 수 있다"고 부연했다.

기업 신용평가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차주의 재무·비재무정보와 미래의 채무상환능력을 분석해 회사의 신용등급을 산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자와 고객 입장에서 기업의 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되는 셈이다. 

KB국민카드의 신용등급 철회 요청 사례를 두고 전문가들은 "이례적이고 독특한 케이스"라고 분석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통상 공신력 있는 세계 신용평가회사가 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면 소명이나 해명을 통해 설득의 과정을 거쳐 신용등급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KB국민카드의 경우 그런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철회를 요청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다. 지난해 7월 베트남 빈그룹(Vingroup Joint Stock Company)은 피치가 지속적으로 회사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전망하자 평가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권재열 교수는 "투자자나 고객들에게 제공될 자료가 사라졌기 때문에 앞으로 형성하게 될 기업 이미지와 대외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KB국민카드 홈페이지 화면
사진=KB국민카드 홈페이지 화면

이에 KB국민카드는 기업 신용등급 평가는 필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기업 신용등급 평가는 선택사항"이라며 "지금까지 회사는 해외에서만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했고 기업신용평가를 철회해도 해외 자금 조달이나 외인 투자 유치에는 영향이 없다"고 단언했다.

ABS 발행 시 반드시 신용등급 평가를 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신용등급 평가는 필요가 없다는 것이 KB국민카드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KB국민카드 입장은 과거 보였던 모습과 명백히 상반된다.

지난해 7월 피치는 3년 연속 KB국민카드 장기신용등급에 'A-'를 부여하고 전망도 안정적(Stable)으로 평가했다. 이에 KB국민카드는 "기업의 우수한 신용도를 대외적으로도 인정한 것"이라며 "국제신용평가사들의 높은 기업신용등급을 발판으로 활발한 해외 시장 진출 추진과 안정적인 외화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KB국민카드는 피치가 하향된 신용등급을 확정하자 철회 요청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KB국민카드 과거 입장과 비교할 때 기업 신용평가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유리한 내용만 취하는 이른바 '등급 쇼핑'을 한다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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